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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터장에 길을 묻다]"지루한 기간조정만 남았다"

  • 2018.11.05(월) 10:50

[비즈人워치]②김학균 신영증권 리서치센터장
"한국증시 낙폭 심한것은 개방화의 취약성 때문
가격조정 마무리 단계…버티고 참아내야할 국면"

최근 코스피가 2000선 아래까지 밀렸다. 22개월여 만의 일이다. 잠시 반등을 시도하고 있지만 증시는 여전히 안갯속이다. 조정의 파고 속에서 유독 낙폭이 더 큰 대한민국 투자자들은 더욱 불안하기만 하다.  미국의 금리 인상과 무역전쟁 파고 속에 갇힌 내년 글로벌 증시 시계도 그리 밝지 않다. 현시점에서 어떻게 대응하는 것이 현명할까. 오랜 시간 시장에서 잔뼈가 굵은 증권사 리서치센터장들을 만나 현 시장에 대한 진단과 내년 전망을 들어봤다.[편집자]

 

▲ 김학균 신영증권 리서치센터장 (동영상=배민주 기자 mjbae@)

 

"약세장이지만 과거보다 한국 경제의 탄성이 떨어진 만큼 마일드한 조정이 될 것으로 봅니다. 올해 1년 내내 조정을 받았다면 내년 역시 나쁘더라도 감내해야 할 국면이 아닌가 싶습니다. 가격 조정은 8부 능선을 이미 지났습니다"

 

5일 김학균 신영증권 리서치 센터장은 최근 급락 후 반등을 모색 중인 한국 증시에 대해 이같이 진단했다. 내년 전 세계 성장률이 하락하고 특히 한국의 경우 미·중간 무역전쟁에 휘말린 중국과 엮이며 더 녹록지 않은 상황이지만 사실상 올해 초부터 1년 내내 조정을 받은 만큼 조정이 이어지더라도 완만할 것이란 설명이다.

 

김학균 센터장은 "투자자들이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약세장을 거의 경험하지 못하면서 당혹스러워하고 있지만 과거 약세장의 경우 가파른 상승 이후 조정폭이 컸던 반면 이번에는 상승 폭이 크지 않았던 만큼 떨어질 때의 탄성도 약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는 특히 한국 경제의 탄성이 낮아지면서 경기 사이클이 밋밋해졌고 과거 과잉투자 시기보다는 굉장히 약한 조정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따라서 내년에는 가격보다는 지루한 기간 조정 흐름이 될 가능성이 높고 레벨 다운된 박스권을 예상했다.

 

다만 내년에도 이머징에 불리한 달러 강세 국면이 계속될 가능성에 무게를 실었다. 추가 하락 리스크 자체는 낮지만 미국이 고점을 늦게 찍은 만큼 '진바닥'을 확인하는 작업도 필요하다고 귀띔했다.

 

김학균 센터장은 한국투자증권, 굿모닝신한증권, SK증권, 대우증권을 거치며 투자전략 부문에서만 한 우물을 팠다. 올해 5월까지 미래에셋대우에서 투자전략 팀장을 맡다 신영증권에 합류했고 지난 9월 신영증권 리서치 센터장으로 선임됐다.

 

▲ 김학균 신영증권 리서치센터장 /사진=신영증권

 

- 현 시장에 대한 진단은

▲ 현재의 주가 하락은 한국뿐 아니라 전 세계적인 현상이다. 지금 투자자들은 내년 거시 환경을 볼 텐데 내년은 올해보다 좋지 못하다. 올해는 중국이나 한국 성장률이 떨어지고 미국, 유럽 등 다른 나라들의 성장률이 올라갔는데 내년에는 거의 모든 나라의 성장률이 떨어진다.  

 

10월 초 미국 금리가 많이 올랐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로 자산 가격 상승세를 가장 잘 설명했던 축이 저금리인데 미국에서 인플레이션이 생기고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긴축을 하면서 저금리 기조가 꺾일 것이라는 우려가 글로벌 증시 전반에 투영이 되고 있다고 생각한다.

 

- 유독 한국이 더 떨어진 이유는 무엇일까

▲ 한국이 많이 떨어진 것은 중국에 엮여 있기 때문이다. 경기도 좋지 못하고 미중 무역분쟁으로 중국이 '핀치'에 몰리면서 중국에 엮인 한국이 유독 많이 떨어졌다. 특히 최근 시장에서 패시브 자금이 활성화되면서 개별 재료, 즉 국가별로 주가가 싸다는 측면이 별로 영향을 받지 않는 면도 있는 것 같다. 이를테면 중국과 연결이 된 동북아 주식을 사는 패시브 펀드가 한국이 저평가 돼있음에도 전체적인 매도 흐름과 맞물려 돌아가면서 주식을 팔게 되면 한국 주식도 매도하게 되는 것이다.

 

또 한 가지는 한국이 개방화 정도가 높은 시장이란 점이다. 중국은 상대적으로 낮은데 이로 인해 과거 중국 경기가 좋을 때 한국 주식시장이 굉장히 큰 수혜를 받았다. 중국 주식을 사고 싶어도 사지 못하는데 따른 대체투자 대상으로 한국을 샀는데 지금은 반대의 상황이 되면서 안 좋은 순환이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개방화 증시의 한계인 셈이다. 좋을 때는 긍정적인 효과를 흠뻑 받고 나쁠 때는 부정적인 부분이 극대화되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보면 한국에는 안 좋은 사이클인 것 같다.

 

- 그렇다면 주가가 앞으로 더 빠진다고 봐야 할까

▲ 약세장이 시작됐지만 주가 하락이 상당히 많이 진행됐다고 본다. 주가의 바닥이나 고점은 지나봐야 알지만 결과적으로 지난 1월이 고점이었고 9개월의 조정 과정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투자자들이 당혹스러워하는 것은 2003년 이후 15년 동안 올해를 제외하면 약세장이 딱 한 번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박스권 시기가 2012년부터 2016년까지 있었지만 재미없었을 따름이지 주식시장에서 큰 손해는 안 봤다. 글로벌 금융위기 때 1년간 짧고 굵게 빠진 후 약세장 경험을 별로 못해 본 투자자들이 많다. 이렇다 보니 투자자 입장에서는 당혹스러운 측면이 있는 것 같다.

 

과거 약세장 사이클을 보면 코스피는 한번 빠지면 안타깝게도 주가 지수가 평균 반 토막이 났다. 50%의 조정을 받은 것인데 약세장에 생각보다 많이 떨어질 수 있다. 다만 이번에는 과거보다는 굉장히 마일드한 조정이 될 것으로 보인다. 그 이유는 과거 한국 주가 지수가 반 토막 난 것이 그 직전에 많이 올랐기 때문이다. 최소 2.5배, 크게는 7배까지 올랐고 마지막에 가파르게 오르면서 조정을 받을 때 깊게 떨어졌다. 이번 사이클은 2016년 2분기 이후로 41%만 올랐다. 과거처럼 2~3배가 아니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떨어질 때 탄성도 약할 수 있다.

 

- 저점을 가늠해본다면

▲ 주가의 저점을 알 순 없지만 가늠해본다면 일단 기업 분석가들의 실적 추정치가 굉장히 낙관적인 바이어스가 있다고 본다. 실제로 경기 사이클을 보면 거시 경제에서 보는 것과 기업 분석가들이 보는 것과 괴리가 있다. 매크로는 둔화되는데 증익을 전망하는 것이다. 내년에는 기업들의 이익은 일단 감익이 될 것 같다. 

 

다만 적정한 주가를 반영한다고 볼 때 불확실한 미래의 이익 추정이 아닌 지난 6월 말까지 확정된 기업들의 자기자본과 주가를 비교해보자. 이 주가순자산비율(PBR)이 과거엔 0.85 정도까지 떨어졌다. 글로벌 금융위기 땐 0.8까지 떨어졌다. 이 수준까지 떨어질 수 있다고 봤을 때 1900포인트 정도가 나온다.

 

- 추가 하락 가능성이 있다면 주식을 팔아야 할까

▲ 고점과 바닥은 지나봐야 알지만 지금이 싼 영역인지 비싼 영역인지에 대한 감은  있어야 한다. 지금 주식이 들고 있는 잔고 가치보다 낮으니까 기본적으로 저평가 영역으로 간 것은 맞다. 실제 1900포인트까지 조정을 받는다면 투자자들이 힘들지만 이미 2600에서 2000포인트까지 빠진 만큼 100포인트가 추가로 더 빠진다 치더라도 감내하고 견뎌야 될 국면이라고 생각한다.

 

앞서 밝힌 조정 탄력이 낮아진 데는 한국 경제 탄성이 낮아진 점도 있다. 지난 10월 말 통계청에서 발표한 경기동행지수는 하향하고 있는데 과거에는 한국의 경기 진폭이 매우 컸다. 기업들이 투자했기 때문이다. 투자를 크게 하면 경기도 크게 확장했고 과잉투자가 있으면 이 때문에 골이 깊었다. 하지만 지금은 사이클 자체가 매우 밋밋해졌다. 이것이 과거엔 2~3배 올랐던 것에 비해 41%밖에 못 오른 이유다. 역설적으로 약세장에서는 과거 과잉투자 시기보다 굉장히 약한 조정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 때문에 내년에 여러 환경이 녹록지 않아 보이지만 올해 1년 내내 조정을 받았다면 내년은 설사 나쁘더라도 버티고 감내해야 할 국면이 아닌가 한다. 손절매 이유는 거의 없는 것 같다.

 

- 지금 상황을 금융위기라고 봐야 할까

▲ 그렇지 않다. 주가가 떨어지는 것과 위기는 다르다. 주식은 언제나 오르고 내리는 것이고 일반적인 금융위기는 저금리 시절 누군가 돈을 많이 빌렸다 금리가 오르면서 금융여건이 타이트해질 때 빚을 갚지 못하면서 신용위험이 커지는 것이다. 지금은 민간 쪽 레버리지는 크지 않다. 미국도 정부 부채가 많지만 과거처럼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가 나올 상황은 아니다.

 

중국의 기업 부채는 조금 걱정스럽긴 하다. 금융위기 이후로 중국이 외화표시 부채를 늘렸고 지금처럼 위안화가 계속 약해지게 되면 중국 입장에서는 실질 상환 부담이 높아진다. 하지만 중국 경제가 폐쇄적이기 때문에 위안화가 달러당 7유로를 넘지는 않을 것이고 금융위기로 확산하진 않을 것이다. 단, 위안화 약세가 장기간 지속되지 않고 어느 정도 일단락되는 가정 하에서의 전망이다.

 

- 그렇다면 달러가 약해지는 것으로 봐야 할지

▲ 크게 보면 달러 강세가 완화가 되는 국면이긴 하다. 하지만 올해와는 다른 국면의 달러 강세가 나타날 수 있다.  그동안 미국의 금리가 올라가면서 달러가 강세를 보였지만 미국 경기도 얼추 고점이 아닌가 한다. 그러면 시장이 기대하는 것보다 미국 연준의 금리 인상 횟수가 축소가 될 수 있다. 미국의 금리가 떨어지면서 채권의 수요가 늘어나고 미국 쪽으로 돈이 몰리면서 달러가 강해질 수 있다. 

 

내년부터는 미국 경기가 둔화되겠지만 상대적으로 높은 미국의 금리를 취하려는 채권 투자자금이 미국으로 들어가면서 달러가 강해질 여지는 있다.  미국에서 국채 10년물 장기금리가 4~5%까지 갈 것이라는 견해가 있지만 우리는 동의하지 않는다. 따라서 올해보다는 금융여건이 나아지겠지만 내년에도 (이머징 시장에 불리한) 강달러 환경 자체가 바뀌지 않을 것으로 본다.

 

- 투자자들의 전략은

▲ 주식을 이미 보유하고 있다면 추가로 매수할 여력은 없을 것이다. 대부분의 투자자들이 주식을 안고 약세장을 맞는 것인데 지금은 과거보다 마일드한 조정이기 때문에 한국 주가가 과잉이 없다는 점은 긍정적이다. 여유가 있다면 지금 정도 레벨에서 나눠서 사는 것도 좋고 주식을 이미 들고 있다면 종목에 따라 사유는 다르겠지만 마켓 리스크 때문에 밀린 부분은 완화가 되지 않을까 한다. 가격 조정은 8부 능선을 이미 지났다고 판단한다.

 

- 내년 전망을 정리해준다면

▲ 추가 하락 리스크는 낮은데 미국이 걱정이긴 하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 한국 증시가 50% 이상 급락했지만 당시에 반 토막 날 정도로 한국 경제와 시장에 심각한 훼손이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미국이 흔들리면서 한국으로 전이가 된 것이다. 이미 한국은 9개월 전부터 조정을 받은 반면, 미국은 9월 말이 피크였고 불과 한 달 정도 조정을 거쳤고 조정폭도 10% 남짓이기 때문에 미국이 진바닥을 치지 않는다면 한국도 올라가긴 힘들 것 같다.

 

전반적인 그림이 2012년, 2015년과 유사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미국은 잘 올라갔는데 한국은 못 올랐고 미국보다 한국이 이번에 많이 떨어졌기 때문에 레벨 다운된 박스권 흐름이 아닐까 한다. 올해 내내 조정장이 진행됐기 때문에 내년은 재미없는 기간 조정의 장이 되지 않을까 한다. 낮은 레벨 다운된 박스권으로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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