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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진으로 눈돌린 KCGI…증권가 "단기수급 호재"

  • 2019.01.04(금) 17:52

KCGI, 한진 지분 8% 확보…2대주주 올라
'10% 룰' 추가 지분매입 시사, 목표가 상향

국내 행동주의 사모펀드인 KCGI가 새해 벽두 한진그룹 주요 물류 회사인 한진 지분 8%를 사들였다. 증권가에서는 KCGI가 한진그룹 지주사 한진칼에 이어 한진으로 눈을 돌린데 주목하면서 단기 수급면에서 주가에 호재로 작용할 것으로 보고 있다.

 

 

◇ KCGI, 한진 2대주주로

KCGI가 세운 특수목적법인 유한회사 엔케이앤코홀딩스와 특수관계 2곳은 지난 3일 한진 지분 8.03%(96만2133주)를 확보했다고 공시했다. 이로써 KCGI는 한진칼(22.19%)에 이어 단숨에 2대 주주로 올랐다.

작년 9월말 기준 한진은 최대주주인 한진칼에 이어 국민연금공단(7.41%)과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6.87%), 쿼드자산운용(6.49%), 조선내화(5.97%) 순으로 주주가 구성되어 있다. KCGI는 국민연금 및 조양호 회장보다 지분을 더 많이 확보한 것이다.

KCGI의 지분 확보는 장내외 거래를 통해 이뤄졌다. 특수목적법인 엔케이앤코홀딩스와 그레이스앤그레이스는 한진 주식을 장내에서 각각 183주, 4만7870주 사들였으며 한진의 주요 주주인 조선내화로부터 보유 주식 가운데 53만주를 블록딜 방식으로 매입하기도 했다.

엔케이앤코홀딩스와 타코마앤코홀딩스, 그레이스앤그레이스는 KCGI 산하의 투자목적회사다. 기업 지배구조전문가로 잘 알려진 강성부 전 LK투자파트너스 대표가 지난해 7월 설립한 곳이 KCGI다.

한진칼에 이어 한진 지분 확보에 나선 이유와 관련해 KCGI는 '임원 선임' 등 사실상 경영 참여를 선언했다. KCGI측은 지분 매입 공시를 통해 임원의 선임 및 해임과 이사회 정관 변경, 회사 합병·분할·해산 등 10가지 사안을 들며 "장래 회사 업무집행과 관련한 사항이 발생할 경우, 관계 법령 등에서 허용하는 범위 및 방법에 따라 회사 경영목적에 부합하도록 관련 행위들을 고려할 것"이라고 밝혔다.

관련 업계에선 KCGI가 당장 올 3월 열릴 한진 정기 주주총회에서 감사 선임에 개입할 것으로 보고 있다. 한진의 감사인 이근희 전 세무법인 리앤케이 대표의 임기는 정기 주총 무렵인 오는 3월17일에 만료되기 때문이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KCGI가 깃발을 꽃고 국민연금을 포함한 기관투자가들이 스튜어드십코드에 근거해 힘을 실어주는 시나리오를 상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 한진칼에 한진 효과를 더하면

증권가에선 KCGI의 한진 지분 취득으로 단기 수급면에서 한진 주가에 호재로 작용할 것으로 보고 있다. 행동주의 사모펀드의 경영 참여로 기업 지배구조 및 실적 개선 효과를 기대할 수 있게 됐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KCGI는 지난달 한진칼 주식 107만주를 추가로 사들이며 지분을 기존 9%(532만주)에서 10.81%(640만주)로 끌어올렸다. 한진칼은 대한항공과 진에어·칼호텔네트워크 등 그룹 내 주요 계열사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그룹 지주사다.

한진칼 지분 매입 이유 역시 감사 선임 등 경영 참여였으나 한진칼이 방어 카드를 꺼내들면서 이를 진화했다. 한진칼은 지난달 단기차입금 1600억원을 끌어오면서 자산 총액을 1조9134억원에서 2조734억원으로 확대키로 했다.

현행 상법에 따르면 자산이 2조원을 초과하면 감사를 선임하는 대신 감사위원회를 설치해야 한다. 감사를 선임하면 최대주주와 특수관계인 의결권을 모두 합쳐 3%까지 제한된다. 감사위원회를 설치하게 되면 의결권 상한선이 주주 개인별로 3%가 된다. 조양호 회장 지분율은 3%로 제한되지만 특수관계인 지분을 포함하면 17%까지 확대되는 반면 KCGI는 3%에 묶여 조 회장 측이 힘을 받게 되는 것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KCGI는 한진 지분 매입이라는 우회적 방법을 통해 지주사 한진칼 주주가치 증대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한진칼은 사업지주회사가 아닌데다 지배구조 개선만으로 주가를 끌어올리는 것도 한계가 있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때문에 자회사의 주주가치 증대를 통해 한진칼 실적을 개선시킨다는 계산이다.

 

증권가에선 일단 수급면에서 한진 주가의 상승 가능성을 점치고 있다. 현행법에선 KCGI 같은 사모펀드가 경영에 참여하기 위해 지분 10% 이상을 확보해야 한다. KCGI로써는 추가적으로 지분을 매입해야 하는 상황이다. 한진의 주력 사업인 택배와 항만 부문의 실적도 확대 추세에 접어들면서 주가 상승에 힘을 보탤 것으로 전망된다.

 

엄경아 신영증권 연구원은 "경영 참여형 사모펀드의 10%룰 충족을 고려하면 단기간 주식 수급은 긍정적"이라며 "지배구조와 사업 실적이 함께 개선되면 주가는 힘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신영증권은 한진에 대해 투자의견 '매수' 의견을 유지하고 목표주가를 기존 6만5000원에서 7만5000원으로 상향 조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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