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투자은행(IB)과 경쟁하려면 자기자본 확대를 통한 투자 확대뿐 아니라 제대로 된 디지털 혁신이 필요하다는 조언이 나왔다.
2일 자본시장연구원이 '금융투자산업의 디지털 혁신'을 주제로 마련한 심포지엄에서 정부, 업계, 학계가 한자리에 모여 다양한 의견을 나눴다.
◇ 글로벌 IB 이미 투자 확대
글로벌 IB는 이미 핀테크 서비스를 확대하고 핀테크 스타트업에 대한 자기자본 투자 등으로 디지털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금융회사가 아닌 디지털 플랫폼 회사로 비전을 전환하고 ICT 융합을 통해 전 사업 부문의 디지털 통합을 추진하고 있다.
세미온 야코블레프 매켄지 수석 파트너는 "글로벌 금융 산업에서 디지털 혁신은 운영 비용은 최적화하는 동시에 주요 사업 부문 기술에 대한 지출을 늘리며 성장성을 확대하는 차원에서 이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사업 부문 별로는 투자은행(IB) 부문에서 핀테크 스타트업과 전략적 제휴를 통해 인수합병(M&A) 자문 플랫폼과 기업공개(IPO) 자동화를 꾀하고 있다.
트레이딩 부문에선 핀테크 기업 자기자본투자(PI)와 함께 거래나 위험관리의 자동화도 추진한다. 브로커리지는 비대면 소매금융을 확대하고, 자산관리(WM) 부문에서 로보어드바이저를 통한 자산관리를 꾀한다.
특히 골드만삭스는 플랫폼을 통해 매매체결, 위험관리, 리서치 데이터를 전 부서와 주요 고객에게 공개했고 최근 IPO 자동화 솔루션과 비대면 기반 소매 대출 등 혁신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 국내 금융투자업계 혁신 속도 늦다
글로벌 IB 사례를 참고해 국내 금융투자업계도 디지털 혁신을 위한 스타트업체에 대한 모험자본 공급과 자체적인 디지털 혁신 노력을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잇따랐다.
이효섭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ICT 기술은 영업을 위한 수단에서 이젠 목적으로 변화하고 있다"며 "한국 금융투자산업도 디지털화를 위해서 ICT 전문 인력 투자를 확대하고 핀테크 기반 신사업 발굴에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현재 한국 금융투자산업의 핀테크 도입 수준은 32%로 은행이나 보험에 비해 낮은 수준이다. 다만 최근 시세정보, 트레이딩, 데이터 분석 등 트레이딩 분야와 로드어드바이저 등 자산관리 분야를 중심으로 핀테크 투자가 늘어나면서 성장성은 클 것이란 전망이다.
특히 데이터가 중요한 경쟁 원천이 될 것으로 예상했다. 권민경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데이터 간 결합은 금융상품 제조와 신용평가 방식에 있어서 혁신을 가능케 할 것"이라며 "다만 데이터를 가치 있게 활용할 수 있도록 제반 환경을 구축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국내 금융투자업계의 ICT 인력에 대한 투자 증대가 선행돼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실제 골드만삭스 전체 인력 중 25%는 ICT 전문 인력이다. 하지만 한국의 경우 3~5% 수준에 불과하고, 이마저 보안이나 설비 관련 인력이 대부분이다.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국내 금융투자업계가 글로벌 IB보다 소극적인데 창조적 파괴자로서 ICT 전문 인력 투자를 확대하고 핀테크 기업과 전략적 제휴를 강화해야 한다"며 "금융위는 디지털 혁신을 저해하는 규제를 지속해서 발굴 개선하고 업계의 디지털화를 적극 지원하겠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