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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 맞수 열전]③'이단아→핵인싸' 메리츠 vs 키움

  • 2019.12.12(목) 14:16

부동산PF·온라인거래 성공으로 강렬한 인상
덩치 적어도 고수익, 실적 고공 성장세 눈길

같은 분야에서 서로 경쟁하는 '라이벌(Rival)'이 항상 적대적인 것은 아니다. 삼성전자와 애플만 해도 스마트폰 사업 초기부터 티격태격, 서로를 넘어서기 위한 무한경쟁을 하다 글로벌 시장을 양분하는 회사로 나란히 크지 않았나. 국내 증권 업계에서도 비슷한 체급의 회사들이 우열을 가리기 어려운 맞수 관계를 형성, 마라톤의 페이스 메이커처럼 상대방의 역량을 끌어내는 역할을 맡으며 함께 성장가도를 달리고 있다. 업계를 대표하는 맞수를 꼽아보고 이들의 핵심 역량을 비교해본다. [편집자]

'돌풍'이라는 표현 외 적당한 수식어가 떠오르지 않는다. 올 3분기까지 무려 7분기 연속 1000억원 이상의 순이익을 거두며 삼성과 NH투자 등 '전통의 강자'를 누른 메리츠종금증권의 성장세 말이다. 작년까지 연간으로 2년 연속 기록한 최대 실적을 올해 또 갈아치울 분위기다.

'온라인의 강자' 키움증권은 어떤가. 올 3분기 증시 거래대금 감소로 다들 쉬어갈 것이라는 예상을 깨고 유일하게 깜짝 성적을 기록했다. 1~3분기 누적 순이익 랭킹으로는 KB와 신한금투·하나금투 등을 발 밑에 두고 업계 6위다. 올해 연간으로 사상 최대 실적을 예고하고 있다.

두 회사는 모두 별종이다. 각각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과 온라인 기반 주식 플랫폼 사업이라는 남들이 주목하지 않았던 길을 먼저 걸었다. 이로 인해 업계에서 이단아와 같은 존재였으나 최근 몇년간 확연히 눈에 띄는 성장세를 이어가면서 가장 '핫(hot)'한 벤치마킹 대상이 되고 있다.

남들과 다름을 무기로 요즘말로 '핵인싸(핵과 잘 어울리는 사람을 의미하는 인사이더의 합성어)'와 같은 존재로 커버린 두 회사에 눈길이 모이는 이유다.

◇ 대형사 부럽지 않은 높은 ROE

메리츠종금증권과 키움증권의 자기자본 순위는 9월말 기준으로 각각 7·9위로 그리 높은 편은 아니다. 두 회사 모두 초대형 IB의 최소 요건인 자기자본 4조원에 못 미치는 자기자본 사이즈(각각 3조6616억원·2조2039억원)를 갖고 있다.

다만 순이익으로 따지면 말이 달라진다. 1~3분기 누적 순이익 랭킹으로는 각각 3·6위를 기록하며 무시못할 존재감을 뽐내고 있다. 특히 메리츠종금증권은 2018년 1분기 1034억원의 순이익을 시작으로 올 3분기까지 무려 7분기째 1000억원 이상을 벌어들였다.

올 1~3분기 누적 순이익(3916억원)은 사상 최대 실적을 달성한 지난해 연간 순이익(4338억원)에 근접한 수치다. 지금의 분위기라면 올해에도 최대 실적 경신이 어렵지 않다. 이렇게 되면 2017년부터 '3년 연속 최대' 행진이 이어지는 것이다.

매분기 들쭉날쭉 종잡을 수 없으나 키움증권의 성적도 길게 보면 완연한 상승세다. 올 1~3분기 누적 순이익(2772억원)이 지난해 연간 실적(1932억원)을 가볍게 뛰어 넘었다. 아울러 역대 최대 기록인 2017년(2416억원) 순이익을 상회하기도 했다.

자기자본 그릇 사이즈에 비해 수익성이 좋다보니 관련 지표가 좋을 수 밖에 없다. 올 3분기 기준 두 회사의 자기자본이익률(ROE)은 각각 14%, 13%이다. 이 기간 미래에셋대우를 비롯해 NH투자·삼성·KB증권 등 자기자본 4조원 이상의 초대형 IB의 ROE가 10%에 못 미친 것과 비교된다.

아울러 두 회사의 연간 ROE는 최근 5년간 두자릿수를 유지하고 있다. 금융당국이 초대형 IB 육성방안을 내놓으면서 주요 증권사들이 경쟁적으로 자기자본 사이즈를 불리기 전인 2015년만해도 두 회사의 ROE는 각각 20%, 18%에 달할 정도로 높았다.

◇ 메리츠종금, 부동산금융 강자

두 증권사가 수익성이 높은 것은 각각의 사업 부문에서 선도적 시장 지배력을 바탕으로 우수한 수익 창출력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메리츠종금증권은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에 강점을 갖고 있다. 부동산 PF란 부동산 개발 사업의 미래 수익을 담보로 건설사에 돈을 빌려주거나 다른 금융사에 대출을 주선하는 사업이다. 아울러 신용 등급이 낮은 시행사나 건설사의 신용을 증권사에 보증을 통해 보강해 주고 수수료를 챙기는 것도 포함한다.

메리츠종금증권은 10년 전 지금의 최희문 대표이사 취임 이후 대부분 증권사들이 주력하던 리테일 보다 부동산 PF 부문에 역량을 모았다. 글로벌 금융위기와 부동산 경기 침체 여파로 저축은행 등 부동산금융 강자들이 흔들리는 사이 메리츠종금증권은 미분양담보대출확약 등 새로운 상품을 히트시키며 주류로 단숨에 부상했다.

사업 영역을 다각화하기 위해 리테일과 트레이딩 사업 역량도 끌어올리고 있으나 여전히 부동산 금융이 메리츠종금증권의 메인이다. 올 3분기 별도 기준 순영업수익 1953억원 가운데 기업금융과 금융수지 수익은 총 1520억원으로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78%에 이른다.

다만 금융당국이 부동산 PF의 규제를 강화하기로 하면서 메리츠종금증권이 규제의 직접적인 영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달초 금융위원회는 부동산 PF 채무보증 한도를 자기자본의 100%로 규제토록 했다. 메리츠종금증권의 부동산PF 채무보증액은 자기자본의 2배 수준인 약 7조~8조원으로 한도를 초과한 상태다.

◇ 키움증권, 온라인 주식거래 1위 

키움증권은 주식 위탁매매(브로커리지)의 강자다. 증시 거래대금 기준으로 최근 3년 동안 평균 16.9%의 시장 점유율을 확보하면서 1위 타이틀을 유지하고 있다. 아울러 올 상반기 기준 시장 점유율은 18.5%로, 2위인 미래에셋대우(12.7%)와 차이를 보이고 있다.

키움증권은 낮은 주식거래 수수료를 강점으로 하기 때문에 수수료 수익 기준으로는 증권 업계에서 7위에 그친다. 그러나 브로커리지 수익성은 최고다. 다른 증권사와 달리 오프라인 점포가 없어 이렇다할 비용이 빠지지 않기 때문이다.

이는 2000년 키움닷컴이란 온라인 플랫폼으로 출범한 이후 현재까지 단 한 곳의 지점을 운영하지 않은 결과다. 키움증권은 지점 중심 영업이 아닌 오로지 온라인으로 영업을 한다. 이를 통해 비용을 줄이고 수수료를 낮춰 개인 주식 투자자를 끌어모았다.

이러한 사업 모델이 처음 나왔을 때 증권 업계에선 온라인만으로 영업하는 증권사가 제대로 될지 반신반의하는 분위기였다. 하지만 키움증권은 다른 증권사보다 저렴한 수수료에다 편의성을 끌어올린 홈트레이딩시스템(HTS)으로 도약의 기반을 마련하며 시장을 장악했다.

다만 브로커리지에 대한 의존이 높다는 것은 한계로 작용한다. 올 상반기 기준으로 키움증권의 수수료 수익 가운데 브로커리지가 차지하는 비중은 절반을 넘는다.

다른 주요 증권사들이 수익성이 큰 IB 등으로 사업 영역을 확대하면서 브로커리지 비중을 줄이는 것과 비교된다. 비록 최종 고배를 마시긴 했으나 인터넷전문은행과 같은 새로운 영역으로 사업을 다각화하는 것이 키움증권의 현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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