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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돈 한푼 없이 상장사 꿀꺽…'무자본 M&A' 주의보

  • 2019.12.18(수) 15:25

금감원 무자본 M&A 합동점검 결과 발표
부정거래 공시위반 회계분식 등 유형 다양

A씨는 사채를 끌어 상장사 D를 인수하고 D사가 전환사채(CB)를 발행토록 했다. 그리고 사채를 끌어와 CB를 차명 매입했다. D사는 CB 발행을 통해 얻은 돈으로 비상장법인 주식을 일부러 부풀려 매입했다. 재무제표에 부풀린 가격을 그대로 반영했다. A씨는 D사 내부 자금으로 자신의 사채를 갚고 아울러 남은 돈은 주머니에 챙겼다.

금융감독원이 밝힌 무자본 M&A(인수합병) 위법 행위의 전형적 사례다. 해외 바이오 사업 등과 같이 실제 사업 영위 여부를 확인하기 어려운 점을 이용해 부정 거래를 일삼는 사례도 확인됐다. 과거와 달리 대규모 조직적으로 이뤄지는 경우가 많아 투자자들의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금감원, 무자본 M&A 점검 발표
24개사에서 위법행위 30건 적발

18일 금감원은 올해 무자본 M&A 합동점검 결과 총 24개사의 위법행위를 적발했다고 밝혔다. 위법행위 적발건수는 부정거래 5건 공시위반 11건 회계분식 14건 등 총 30건으로 집계됐다. 위법행위를 중복으로 저지른 곳은 6개사다.

무자본 M&A는 자기 돈이 아니라 다른 곳에서 돈을 조달해 기업을 인수하는 행위를 가리킨다. 무자본 M&A 자체는 불법은 아니지만 M&A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관계자들이 각종 위법행위를 저지르는 점이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금감원은 올 2월 시장 관련 부서 합동으로 무자본 M&A 조사협의체를 구성해 최근까지 무자본 M&A 위법행위를 조사했다. 무자본 M&A 추정기업 67개사를 선정해 최근 5년간 공시위반과 회계분식, 불공정거래 이력 등을 집중 분석했다.

조사 결과 적발한 건수는 24개사의 30건에 달한다. 금감원은 무자본 M&A 단계를 ①무자본 인수 단계 ②자금조달 및 사용단계 ③차익실현 단계 등 크게 3단계로 분류한 다음, 적발 건수 사례를 각 단계에 맞춰 설명했다.

무자본 인수 단계 대표적 위법행위는 인수 주식을 사채업자 저축은행 등에 담보로 제공한 후 이를 은폐한 사례가 꼽힌다. 주식담보대출로 조달한 자금을 자기자본이라고 허위 기재한 사실도 발각됐다.

현행법은 지분 5% 이상을 가진 주주는 보유 주식에 변동 사항이 있을 경우 해당 내용을 금감원과 한국거래소 측에 보고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번에 적발된 무자본 M&A 세력의 위법행위 사례는 해당 규정을 무시했다는 혐의를 받는다.

자본조달과 사용단계에서는 CB발행 등을 통해 조달한 자금으로 비상장주식을 고가에 취득해 차액을 횡령한 정황이 포착됐다. 조달 자금을 비상장주식 취득과 대여 및 선급금으로 썼음에도 불구하고 사실과 다르게 회계처리한 행위도 발견됐다.

금감원에 따르면 이번에 적발된 24개 회사가 최근 3년간 자본시장에서 조달한 자금은 도합 1조7417억원이다. 평균적으로 한 회사당 3년간 726억원을 끌어모은 셈이다. 이 회사들은 조달 자금의 74%가량을 비상장주식 취득 등에 썼다.

차익실현 단계에서는 해외시장 진출 및 외국자본 유치 등 호재성 정보를 배포한 후 작전세력을 동원해 시세를 조종하는 행위들이 적발됐다. 적발 회사 대부분은 급격한 주가변동 등 사유로 투자주의와 같은 시장 조치를 받았다.

깜깜이 최대주주, 무자본 M&A 주체인지 따져봐야
해외 바이오 사업 진출 등 확인 어려운 내용 주의

금감원은 투자자들이 무자본 M&A 위법행위로 손해를 보지 않도록 투자자 유의사항도 소개했다. 

가장 먼저 최대주주 실체가 불분명한 기업을 피하라는 조언이다. 기업의 최대주주가 비외감기업이나 투자조합인 경우 관련 정보를 취득하기가 까다롭다. 이 경우 무자본 M&A 기업을 의심해봐야 한다는 것이다.

사모CB 등을 자주 발행하는 기업도 경계해야 한다. 사채업자를 통해 차입한 자금이 기업의 증자 대금납입으로 흘러들어오는 경우, 기업은 자금 상환을 위해 납입 즉시 자금을 유출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자본시장에서 자금을 조달한 이후 비상장주식을 취득하거나 관계회사에 대여하는 행위가 관찰되는지 여부도 주의깊게 살펴봐야 한다. 기존 영위 업종과 관련이 없는 신규 사업에 진출하는 경우도 유의해야 한다.

특히 해외 법인을 통한 바이오 사업 진출은 관련 사실관계를 확인하기 어려운 데다, 주가를 억지로 끌어올리기 위한 소재로 사용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투자자들의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는 설명이다.

최대주주나 주요 임원이 주가조작 횡령 등과 관련된 기업에서 근무한 경력이 있는 경우도 투자를 다시 생각해봐야 한다, 주가조작 범죄는 재범률이 높고 전력자가 참여하는 경우가 상당수이기 때문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시장 관련 부서 간, 유관기관과 긴밀히 협업하면서 불공정거래 행위를 적발하기 위한 기획조사를 확대해 나갈 것"이라며 "투자자들도 무자본 M&A세력 불법행위 피해를 보지 않도록 신중하게 투자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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