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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유정의 스타트업 이야기]콘텐츠 스타트업에 열광하는 밀레니얼세대

  • 2020.09.16(수) 11:02

세상 모든 스타트업은 위대하다. 소비자 불편을 해결하고 세상을 바꾸겠다는 원대한 꿈을 실현하기 위해 애쓰는 이들이기 때문이다. 능력 있는 창업자들을 발굴해 투자하고 있는 벤처캐피털리스트로부터 세상을 바꿀 스타트업들의 재미있는 서비스와 그들이 포착한 불편과 기회가 무엇인지 들어본다.

필자는 투자를 목적으로 다양한 스타트업을 만난다. 핀테크, 전자상거래, 인공지능(AI), 뷰티 등 업종과 서비스 영역에 제한이 없다. 그럼에도 굳이 타깃 고객을 꼽자면 '밀레니얼 세대를 위한 서비스를 하는 기업'이 상당수를 차지한다. 거의 대부분이라고 해도 되겠다.

국내 인구의 20% 수준을 차지하는 주요 소비계층인 밀레니얼 세대를 이해하고 그들의 불편을 포착해 이를 해결하겠다는 것이 대다수 스타트업의 포부다. 밀레니얼 세대의 소비 성향과 심리를 잘 이해한 스타트업들이 누구보다 빠르게 성장하는 것은 이미 전세계 여러 스타트업들이 충분히 입증하고 있다.

그 중에서도 콘텐츠 서비스 스타트업들을 들여다보면 밀레니얼 세대의 콘텐츠 소비 욕구와 방식이 조금 보이는 것 같다. 돈 내는 독서 모임 '트레바리', 이메일 뉴스레터 기반의 뉴스미디어 '뉴닉', 사회초년생 직장인을 타깃으로 하는 경제 뉴스레터 '어피티' 등 이들은 대부분 ‘열공하는 밀레니얼 세대’의 마음을 얻어 성장하고 있다.

스타트업 '뉴닉' 캐릭터

각 프로덕트마다 성격은 다르지만 이용자들의 목적을 들여다보면 공통점이 있다. 일정 금액을 지불하면 스스로 일일이 리서치해야하는 수고로움을 덜어주고 짧은 시간 내에 ‘적당한' 수준의 경제, 일반 시사상식 등을 습득하는데 도움을 받는 것이다. 필자는 이를 성인 버전 사교육 성격이라고 해석한다. 지갑을 여는 주체와 지식을 습득하는 주체가 동일하다는 점에서 초중고생 사교육과 차이가 있을 뿐이다. 패스트캠퍼스처럼 전면적으로 성인 대상 사교육 형태를 띈 서비스는 더욱 그렇다.

일반 시사 뉴스의 맥락을 짚어 읽기 편하게 뉴스레터로 제공해주는 뉴닉을 예로 들어보자. 뉴닉은 ‘뉴스의 홍수에서 알아야 할 이슈만 골라서 재미있고 쉬운 언어로 쟁점을 짚는 뉴스레터’라고 스스로를 정의한다.  2018년 연말 공식 론칭한 이후 1년여 만에 20만명이 넘는 구독자를 확보했다. 무료 서비스이긴 하나,이용자들이 유료로 뉴스를 구매할 의사가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도네이션 형태의 펀딩을 받는 실험을 해보기도 했다. 귀여운 캐릭터를 활용한 굿즈를 제공하는 이벤트 형식의 도네이션을 시작하자마자 일주일 만에 5000여만원이 모금되는 등 이용자들의 팬덤을 증명해 보이기도 했다.

뉴닉의 핵심 타깃군은 취업준비생과 대학생이다. 채용 방식에 변화가 생겨나고 있지만 여전히 시사 일반 상식은 취업준비에 피해갈 수 없는 과목이다. 시사 상식에 관한 논술을 요구하는 곳들도 많다. 직무수행능력 시험도 신문 사설과 각종 시사 토론 프로그램 등을 통해 대비한다. 실제 뉴닉은 최근까지 홈페이지 전면에 "뉴닉 덕분에 면접 갑니다"라는 대학생 독자의 유저 경험을 내세우기도 했다.

'최소한의 수고만으로 어제보다 똑똑한 내가 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서비스를 이용하는 유저 그룹은 사교육에 익숙한 세대다. 한국의 사교육 역사는 거슬러 올라가면 상당히 길지만, 의미 있는 사건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은 1980년 내려진 전면 과외 금지 조치다. 일부 예체능을 제외하면 일체의 사교육이 금지된 바 있다. 이후 90년대 들어 과외 금지가 풀렸고 사교육 시장은 오늘날과 같이 커졌다. 밀레니얼 세대와 이전 세대의 사교육 경험을 구분하는 중요한 이벤트인 셈이다. 그로 인해 밀레니얼 세대는 이전 세대와 다르게 사교육에 매우 익숙한 성장 과정을 거쳤다.

사교육에 익숙한 이들 밀레니얼 소비자들은 누군가 소화하기 쉬운 형태로 요약해주거나 맥을 짚어줘서 수고로움을 더는 댓가로 금전적 댓가를 기꺼이 지불할 의사가 있다는 것을 위에 언급한 서비스들이 입증하고 있는 듯 하다.

그렇다고 해서 밀레니얼 세대가 '콘텐츠 사교육'을 통해 습득하고자 하는 지식의 깊이가 그리 깊을 필요는 없다. 앞서 '적당한' 수준의 정보라고 표현한 이유가 그것이다. 깊게 파고들어 전문성을 쌓는 것은 적어도 콘텐츠 큐레이션 플랫폼에 요구하는 바는 아니라고 필자는 해석한다. '사회초년생을 위한 첫번째 경제 미디어'라고 스스로를 정의하는 어피티를 보더라도 금융권 종사자나 적어도 신문 경제면 정도는 술술 읽을 수 있는 독자를 만족시키긴 힘든 수준이다. 하지만 그들이 타깃 하고 있는 사회 초년생들은 꽤 만족시키고 있는 듯 하다.

창업가는 물론 투자자도 밀레니얼 세대를 이해하려는 노력없이 좋은 스타트업을 발굴하기 어렵다. 창업을 꿈꾸고 있다면 밀레니얼 세대를 잘 이해하는 서비스를 뜯어보는 것부터 시작해봐도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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