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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반도체 ETF 놓고 미래에셋·삼성 맞붙었다

  • 2021.07.08(목) 06:10

삼성, 미래에셋 맞서 ETF 출시
종목한도·저보수 등 차별성 강조
양사 경쟁으로 저변 확대 기대

4차 산업혁명의 밑바탕이 되는 반도체 산업에 투자하는 상장지수펀드(ETF)를 두고 국내 자산운용업계 양대 산맥인 미래에셋자산운용과 삼성자산운용이 격돌했다.

앞서 미래에셋자산운용이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를 추종하는 미국 반도체 ETF를 선보여 투자자들에게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가운데 삼성자산운용이 또 다른 미국 반도체 주요 지수를 활용한 ETF를 출시하면서 도전장을 내민 것이다.

/그래픽=김용민 기자 kym5380@

삼성, 미래에셋 이어 두 번째 출시

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삼성자산운용은 지난달 30일 'KODEX 미국반도체MV ETF'를 국내 증시에 상장했다. 

KODEX 미국반도체MV ETF는 미국 증시에 상장한 글로벌 반도체 대표 기업 25개에 투자하는 상품이다. 기초지수는 미국 자산운용사 반에크(VanEck) 산하 인덱스 펀드 운용사 MV인덱스솔루션즈(MV Index Solutions)가 산출하는 MVIS US 반도체 25 지수(MVIS US Listed Semiconductor 25 Index)다. 이 지수는 반도체 관련 매출 비중이 50% 이상인 글로벌 반도체 기업 가운데 산업 내 시가총액과 유동성 상위 25개 종목을 집중 편입한다.
 
전 세계 반도체 파운드리(위탁 생산) 업계를 주도하는 TSMC와 종합반도체 회사인 인텔(Intel)은 물론 엔비디아와 같은 팹리스(설계), ASML 등의 반도체 장비, 반도체 조립·검사 회사 등 반도체 밸류 체인에 속한 대다수 기업이 포함돼 있다. 

삼성운용의 KODEX 미국반도체MV ETF는 국내 증시 상장 미국 반도체 ETF로는 두 번째다. 지난 4월 미래에셋운용이 'TIGER 미국필라델피아반도체나스닥 ETF'를 상장하면서 국내 투자자들에게 처음으로 미국 반도체 ETF를 소개했다.

TIGER 미국필라델피아반도체나스닥 ETF는 나스닥 OMX그룹에서 개발한 'PHLX Semiconductor Sector INDEX(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를 기초지수로 하는 상품이다.

필라델피아 반도체 지수는 나스닥과 뉴욕증권거래소 등에 상장된 종목 가운데 반도체 설계와 제조, 판매 사업을 벌이는 시가총액 상위 30종목으로 이뤄졌다. 구성 종목은 MVIS US 반도체 25 지수와 상당 부분 겹친다. 인텔, TSMC, 엔비디아, ASML을 비롯해 1, 2세대 이동통신 기술 CDMA를 개발한 통신칩 대표기업 퀄컴 등이 속해 있다.

출시 당시부터 화제를 모았던 TIGER 미국필라델피아반도체나스닥 ETF은 상장 3개월 만에 순자산총액이 3000억원을 넘어설 정도로 큰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한국거래소에 상장된 반도체 테마 해외 주식형 ETF 가운데 규모가 가장 크다.

특히 개인투자자들의 적극적인 투자가 눈에 띈다. 전체의 3분에 2에 달하는 2000억원을 순매수했을 정도다.

삼성, 개별 종목 한도·낮은 보수 강조

후발주자인 삼성운용은 KODEX 미국반도체MV ETF와 미래에셋운용의 TIGER 미국필라델피아반도체나스닥 ETF와의 차이점으로 개별 종목 한도가 더 크다는 부분을 강조하고 있다. 

TIGER 미국필라델피아반도체나스닥 ETF의 개별 종목 한도는 상위 5종목 8%, 나머지 종목은 4%로 제한된다. 반면 KODEX 미국반도체MV ETF의 개별 종목 한도는 20%로 두 배 이상 크다. 두 ETF 모두 구성 종목은 비슷하지만 KODEX 미국반도체MV ETF의 경우 시가총액이 큰 반도체 대표 기업에 더 많은 비중으로 투자할 수 있다는 얘기다.

KODEX 미국반도체MV ETF는 실제 파운드리업계 1위 TSMC를 14.7% 담고 있는 것을 비롯해 그래픽 처리장치(GPU)와 반도체 초미세 공정의 핵심인 노광장비 분야에서 각각 선두를 달리는 엔비디아(9.4%)와 ASML(6.2%) 등에 집중적으로 투자한다.

ETF 투자자들이 가장 민감해 하는 수수료 역시 TIGER 미국필라델피아반도체나스닥 ETF을 의식한 흔적이 엿보인다. 운용과 신탁 보수 등을 합한 KODEX 미국반도체MV ETF의 총 보수는 0.45%로 TIGER 미국필라델피아반도체나스닥 ETF의 0.49%보다 낮게 책정됐다.

성장성 무궁무진…양사 경쟁, 저변 확대에 도움

미래에셋운용과 삼성운용이 잇달아 미국 반도체 ETF를 내놓은 것은 반도체 산업의 성장성이 그만큼 밝기 때문이다. 반도체는 인공지능(AI)과 전기차, 클라우드, 5G 등을 위시한 4차 산업혁명의 핵심 밸류체인이다.

지난해 코로나19 대유행에 따른 언택트(비대면) 문화 확산으로 정보통신장비 수요가 급증한 상황에서 생산시설 부족으로 인해 반도체의 공급난과 그에 따른 가격 인상은 계속되고 있는 상황이다. 

중국의 반도체 굴기에 맞서 미국이 반도체 '아메리카 퍼스트(America First)' 정책을 펼치고 있다는 점도 반도체 산업에는 호재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반도체가 인프라'라고 주창하면서 의회에 500억달러 규모의 반도체 투자 예산을 요청한 상태다. 미국 외에 대만과 일본 등도 자국 반도체 산업의 경쟁력 강화를 추진하고 있다.

정보기술(IT)의 발달과 더불어 디지털 전환이 가속화하면서 반도체 소비는 갈수록 늘어날 수밖에 없는 만큼 반도체 산업은 '슈퍼사이클(장기 호황)'의 수혜를 톡톡히 누릴 것으로 전망된다.

금융투자업계는 미국 반도체 ETF를 둘러싼 미래에셋운용과 삼성운용의 경쟁이 단순한 자존심 싸움에 그치기보다는 관련 시장의 저변을 넓히는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반도체 산업의 성장성을 고려할 때 관련 투자 상품을 찾는 투자자들은 앞으로 더욱 늘어날 것"이라며 "미래에셋과 삼성의 경쟁은 반도체 ETF 시장 확대에 있어 '윈윈'이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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