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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투 vs 미래에셋 '장군멍군'…'1조클럽' 증권사만 5곳

  • 2022.02.16(수) 14:43

[워치전망대]10대 대형사 2021년 실적 분석
한투, 순익 1위 탈환…미래에셋 2년 연속 영업익 1조
삼성·NH·키움도 영업익 1조대…10개사 순익 8조 넘어

한국투자증권과 미래에셋증권, 증권업계의 대표적인 라이벌의 힘겨루기가 점입가경이다. 한국투자증권은 지난 2020년 미래에셋증권에 내준 연간 당기순이익 1위 자리를 1년 만에 곧바로 되찾아 오면서 자존심 회복에 성공했다.

미래에셋증권은 순익 왕좌를 놓친 대신 업계 최초로 2년 연속 1조원대 영업이익을 달성하면서 체면을 지켰다. '호각지세', '백중지세'의 대결 구도가 계속 이어지는 모습이다.

두 회사의 양강 구도에 맞서 삼성증권과 NH투자증권, 키움증권 등도 1조원에 근접한 순익을 기록하며 추격 레이스에 불을 댕기고 있다. 영업이익만 놓고 보면 미래에셋증권, 한국투자증권 등 5개 증권사 모두 '1조 클럽'에 가입하면서 향후 춘추전국시대를 예고했다.

16일 비즈니스워치가 자기자본 2조원 이상 10개 대형 증권사의 지난해 연결 순익을 분석한 결과 전체 순이익은 8조2913억원으로 집계됐다. 2020년의 5조331억원보다 무려 3조2000억원(약 65%) 넘게 급증한 것이다.

지난해에도 주식 거래대금 증가세가 이어지며 위탁매매(브로커리지) 수익이 증권사들의 실적 호조를 이끈 가운데 SK바이오사이언스, SK아이이테크놀로지, 카카오뱅크, 카카오페이, 크래프톤 등 기업공개(IPO) 대어들의 등장에 힘입어 투자은행(IB) 부문의 실적이 대폭 개선되면서 성장세를 뒷받침했다. 

다만 올해도 잔치 분위기가 계속될지는 미지수다. 미국의 본격적인 긴축정책 시행과 인플레이션 우려, 각종 대외 변수들이 맞물리며 약세장이 이어져 이익 감소가 불가피할 것이라는 전망에 힘이 실린다.

정일문 한국투자증권 사장/그래픽=비즈니스워치

한투, 왕좌 탈환…미래에셋 2년째 영업익 1조 수성

한국투자증권은 지난해 1조4474억원에 달하는 연결 순익을 달성하면서 미래에셋증권(1조1872억원)을 넉넉한 격차로 제치고 순익 1위 타이틀을 되찾아왔다. 한국투자증권은 2016년부터 4년 연속 선두 자리를 지키다 2020년 주가연계증권(ELS) 관련 헤지 손실 반영 여파로 미래에셋증권에 왕좌를 내준 바 있다.

한국투자증권이 전년(7083억원)보다 2배가 훌쩍 넘는 압도적인 순익을 기록한 것은 해외주식 거래 활성화와 비대면 채널 서비스 강화를 통해 견조한 브로커리지 수익을 확보한 가운데 IPO와 유상증자, 회사채 발행 등 IB 전반에서 양호한 성과를 거둔 덕분이다. 

특히 카카오뱅크 IPO로만 5546억원의 지분법 처분 이익(세전)을 거둬들이기도 했다. 이는 한국투자증권이 지난해 3분기 6210억원에 이르는 깜짝 순익을 기록하는 데 결정적인 바탕이 됐다.

이같은 실적 호조를 바탕으로 지난해 한국투자증권의 자기자본은 7조1510억원으로 전년 대비 1조3373억원 늘어났고, 연환산 자기자본이익률(ROE)은 22.3%로 국내 대형사 가운데 처음으로 20%를 넘어섰다. 외형 성장과 더불어 내실까지 탄탄해졌다는 의미다.

한국투자증권은 "코로나19 사태로 시장 여건이 좋지 않았지만 다변화된 수익 구조와 사업부문간 시너지 창출, 고도화된 리스크 관리로 업계 최고 수준의 실적을 이어갔다"고 자평했다.

미래에셋증권은 사상 처음으로 순익 1조원을 돌파했음에도 한국투자증권의 놀라운 활약에 밀려 2위에 만족해야 했다. 지난 4분기 해외 법인에선 뛰어난 성과를 냈으나 IB 부문의 실적이 평소 분기보다도 부진하면서 아쉬움을 삼켰다.

그러나 영업이익(1조4858억원)에선 1위를 지키며 체면은 지켰다.  특히 미래에셋증권은 업계 최초로 2년 연속 1조원대 영업이익 달성에 성공했다. 2020년에는 1조1171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한 바 있다. 

한국투자증권과 마찬가지로 수익 포트폴리오 다양화를 통해 고른 성과를 낸 게 특징이다. 10조원 이상의 자기자본, 두 자릿수 ROE(11.85%)를 지킨 것도 고무적이다.

최근 몇년간 엎치락뒤치락하는 모습을 보여온 한국투자증권과 미래에셋증권은 올해도 순익 1위 자리를 놓고 치열한 선두 다툼을 벌일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NH·키움, 나란히 9천억대 순익…'빅 5' 굳히기?

'2강'의 자존심 대결 이상으로 흥미진진한 것이 이들을 쫓는 추격대의 성과다. 지난해에는 삼성증권과 NH투자증권, 키움증권이 일제히 9000억원대의 순익을 달성하며 '빅 5'를 형성했다.

2020년 6위에 머물렀던 삼성증권이 1조원에 육박하는(9658억원) 순익을 올리며 3위로 껑충 뛴 가운데 NH투자증권이 4위 자리를 지켰다. 키움증권은 순위가 두 단계 내려왔지만 3, 4위와 큰 차이를 보이지 않으면서 5위권 수성에 성공했다.

이들 3곳의 증권사는 각각 1조3111억원, 1조3167억원, 1조2089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하며 미래에셋증권, 한국투자증권과 함께 처음으로 1조 클럽에 가입했다.

삼성증권과 NH투자증권, 키움증권 모두 각자 강점을 지닌 분야에서 탄탄한 성과를 낸 게 만족스러운 성적표로 이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동학개미운동의 최대 수혜 증권사로 꼽히는 삼성증권과 키움증권은 고객 예탁 잔고 증가를 토대로 리테일 부문에서 뛰어난 모습을 보였다.

삼성증권은 지난 2016년 이후 6년 연속 순익 증가 행진을 계속하고 있고 키움증권은 2020년 선두권 경쟁에 합류한 뒤 빅 5로서의 지위를 공고히 하는 모양새다.

전통적 강자인 NH투자증권의 경우 지난해 옵티머스 펀드 사고 악몽을 털어낸 뒤 업계 최고 수준의 경쟁력을 확보한 IB 부문에서 사상 최대 수익을 기록하는 등 한국투자증권과 미래에셋증권의 양강 체제를 깰 유력 후보로 거론된다.

/그래픽=김용민 기자 kym5380@

꾸준한 메리츠에 약진한 대신…KB는 아쉬워

순위가 6위로 한 계단 밀려나긴 했지만 메리츠증권의 꾸준함은 둘째가라면 서러울 정도다. 타 증권사들이 부침을 겪을 때도 아랑곳하지 않고 2019년 5546억원, 2020년 5651억원의 순익을 올리더니 올해는 성장세에 더 힘을 실으며 7829억원으로 이익 레벨을 높였다. 분기로 따지면 벌써 16분기 연속 순익 1000억원을 웃돌고 있다.

세전이익의 경우 1조472억원으로 사상 처음 1조원을 넘었다. 순익과 영업이익, 세전이익 모두 2017년부터 지난해까지 5년 연속 사상 최대 실적을 경신했다는 점이 눈에 띈다. 특유의 IB 실력과 더불어 자산관리(WM)에서도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2020년보다 순위가 2계단 뛰며 7위에 오른 대신증권은 자회사 대신에프앤아이가 진행한 나인원한남 프로젝트 성과 덕을 톡톡히 봤다. 총 사업비 1조4000억원의 대형 프로젝트인 나인원한남 사업의 순익 3673억원이 한꺼번에 인식되면서 작년 전체 순익이 6293억원에 이르렀다. 다만 이같은 일시적 성과가 올해도 이어지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KB증권은 순익을 2020년 4340억원에서 지난해 6003억원으로 늘리는 데는 성공했지만 더 뛰어난 성과를 거둔 경쟁사들에 밀려 순위가 8위로 한 계단 밀렸다. 

국내외 주식거래 증가에 따른 수수료 수익 증가와 더불어 채권발행시장(DCM)에서의 독보적인 지위를 활용한 성과는 돋보였지만 타사 대비 이익 증가세가 다소 더딘 점이 아쉽다는 평가다. 하지만 근래 LG에너지솔루션을 필두로 굵직굵직한 IPO 대표주관을 잇달아 맡고 있는 만큼 올해 실적에 대한 기대감은 점차 높아지고 있다.

하나금투·신한금투 하위권…올해 증권업 전망은 안갯속

KB증권과 더불어 국내 굴지의 금융지주를 모기업으로 두고 있는 하나금융투자와 신한금융투자는 각각 9, 10위에 머물렀다. 하나금융투자는 2020년 4100억원에서 2021년 5060억원으로 순익을 1000억원 가까이 늘렸지만 타사와 비교해 증가폭이 훨씬 적었던 게 순위 하락으로 이어졌다.

신한금융투자의 경우 라임 펀드 관련 손실 비용 반영 등으로 고전했던 전년과 비교하면 순익을 두 배 늘렸지만 경쟁사와의 격차는 여전히 큰 편이다. 작년 4분기에 사모펀드 관련 충당금 설정으로 466억원의 당기순손실이 난 탓이다.

신한금융투자의 부진은 KB금융지주와 '리딩금융' 자리를 다투는 신한금융지주 실적에도 부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실제 신한지주는 지난해 순익 4000억원 차이로 2년 연속 KB금융에 지주 순익 1위 자리를 뺏겼다.

매년 역대급 실적을 경신하고 있는 증권사들이지만 올해 전망은 녹록지 않다. 연초 장세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국내외 금리인상과 긴축이 본격화하면서 증시가 약세를 보일 가능성이 크고 그에 따라 증권사 실적의 중심축을 이루던 주식 거래대금이 감소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실제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1월 평균 거래대금은 20조700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51%, 전월 대비 2% 넘게 줄었다. 지난해 1분기를 고점으로 지속적인 감소세다. 개인매매 비중의 경우 66%로 거래대금이 급증했던 2020년 이전 수준으로 떨어졌다.

박혜진 대신증권 연구원은 "증권사들이 지난해 역대 최고 실적을 기록한 터라 올해는 기저효과에 대한 부담이 존재할 수밖에 없다"며 "거래대금에 연동되는 주가 흐름 등을 고려할 때 올해는 이익 감소가 불가피해 보인다"고 진단했다.

브로커리지 부문의 비중 축소와 반대급부로 IB부문이 증권사 실적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더 커질 전망이다. 

백두산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지난해 4분기 계절성 영향으로 IB 부문의 이익이 전분기 대비 줄어들었지만 IPO나 유상증자 인수금액은 여전히 평소 분기 대비 높은 수준"이라며 "대형사 위주로 IPO 예정 기업이 많은 점과 경기민감업종에서의 자금 조달 요구와 투자자 관점의 기대수익률이 적절히 균형을 이룬 점을 고려하면 올해도 IB 부문은 양호한 실적을 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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