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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풍낙엽 증시에 펀드매니저 '여의도 탈출'

  • 2022.07.14(목) 14:11

3개월간 운용역 변경 공시만 1500회
게임·인터넷 등 타 업종 기업으로 이탈

약세장이 길어지는 가운데 펀드매니저(운용역)들의 이탈이 눈에 띄게 잦아지고 있다. 올 들어 공모 펀드를 빠져나가는 자금이 많아지면서 운용성과에 따라 결정되는 보수도 대폭 감소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하반기에도 인플레이션과 경기침체 공포가 증시를 압박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아예 여의도 증권가를 떠나는 이들도 속속 발견된다.

/그래픽=유상연 기자 prtsy201@

운용역 교체 2배 늘었다

14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올해 4~6월 국내 자산운용사 펀드매니저 등록 건수는 1500건, 말소 건수는 1503건으로 집계됐다. 

등록 건수는 상품을 기준으로 집계되는데, 운용역이 바뀌면 기존 펀드매니저가 '말소'되고 새로 온 펀드매니저의 이름이 '등록'되는 구조다. 등록과 말소 횟수가 많을수록 운용역이 빈번하게 바뀌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특히 작년 이맘때와 비교해 보면 변경 공시가 눈에 띄게 늘었다. 지난해 같은 기간 펀드매니저 등록, 말소 건수는 각각 830건, 859건으로 2분의 1 수준이다. 2년 전인 2020년에는 462건, 624건에 불과했다.

올들어 미래에셋자산운용은 차이나H인덱스, 디스커버리플러스, 장기성장포커스 펀드의 운용역을 교체했다. 신한자산운용은 SOL 상장지수펀드(ETF) 시리즈를 비롯해 유럽배당, 포커스이머징원자재 펀드의 담당 운용자를 바꿨다. 

NH-아문디자산운용은 차세대리더, 하이파이브, 모아모아, 타겟리턴 펀드 등의 책임 운용역을 교체한데 이어 필승코리아의 부운용역을 변경했다. 한화자산운용은 코리아레전드 시리즈와 100세시대퇴직연금멀티에셋, 인컴플러스 펀드를 담당하는 매니저를 교체했다. 

잦은 운용역 교체는 투자자들의 입장에서 반가운 일은 아니다. 펀드는 장기 투자 상품인 만큼 운용에 있어서도 일관성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금투협 관계자는 "펀드매니저 교체는 공시 의무사항중 하나로, 투자자들이 교체 빈도를 알도록 통계를 내고 있다"면서 "다만, 회사가 운용하는 펀드 개수가 많으면 등록, 말소 횟수가 늘어난다는 점은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전체 펀드매니저 수는 작년 말 727명에서 현재 788명으로 늘었다. 상장지수펀드(ETF) 부문이 늘어난 데 따른 결과로 해석된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운용사들이 지난 2년간 경쟁적으로 테마 ETF 상품을 내놓으면서 각사 ETF 사업부에서 운용역을 대폭 늘렸다"고 전했다. 

/그래픽=유상연 기자 prtsy201@

찬바람 증시에 아예 업계 떠나기도

단순 이직 등의 사유도 있지만, 업계에서는 최근 펀드매니저들의 교체가 잦아진 결정적인 배경으로 펀드 수익률 악화를 지목하고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발 긴축 공포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인플레이션 등 온갖 악재가 겹치며 증시 환경은 잔뜩 위축된 상태다. 이에 따라 코스피 지수는 작년 말 대비 20% 넘게 추락했다.  

충격은 고스란히 펀드 수익률로 전달되고 있다. 펀드평가사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국내 주식형 펀드의 연초 이후 수익률은 -24.5%로 집계됐다. 해외 주식형 펀드 역시 -17.13%으로 마이너스(-) 수익률에 머물고 있다. 수탁고 규모도 쪼그라들었다. 공모펀드 개수는 4263개에서 4779개로 500개 가량 늘었지만, 순자산 총액은 313조391억원에서 291조2430억원으로 20조원 넘게 감소했다. 

이에 수익률에 따라 보수를 받는 펀드매니저들이 느끼는 압박감도 갈수록 커지고 있다. 일반 주식형 펀드의 경우 평균 순자산의 0.5~0.6%를 운용보수로 떼서 인센티브로 가져간다. 

A 운용사 운용역은 "코스피200을 벤치마크하는 주식형 펀드를 운용하면서 아웃퍼폼(시장 평균수익률 상회)시키더라도 지금 같은 하락장에서는 어차피 수익률이 마이너스"라고 푸념했다.

B 운용사 운용역은 "일선 펀드매니저 중에서 운용하는 펀드의 수익률이 좋지 않아 자리에서 밀려나거나 투자금을 회수당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보수가 줄어들면서 젊은 펀드매니저들을 중심으로 여의도 증권가를 떠나는 경우도 종종 눈에 띈다. 지난 2년간 증시 활황이 계속되면서 펀드매니저들은 투자자문사를 설립하거나 전문투자자로 독립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상황이 돌변하면서 아예 다른 업계로 전직을 시도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B 운용사 운용역은 "요즘 30대 대리급 인력을 찾기 힘든 실정"이라며 "펀드매니저 출신들이 구조조정을 마치고 경영 전략을 새롭게 짜는 기업에 들어가 기업설명(IR)이나 투자 관련 업무를 맡는다"고 말했다.  

C 운용사 운용역은 "일반 제조업보다는 게임이나 바이오, 인터넷 등 비상장사 쪽으로 스톡옵션을 받고 가는 경우가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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