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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뱅 출신 국회의원이 바라본 카카오 거버넌스는?

  • 2022.11.24(목) 11:00

[코리아디스카운트, 문제는 거버넌스야!]
상법 개정안 발의한 이용우 더불어민주당 의원 인터뷰

살짝 쌀쌀한 바람과 함께 따뜻한 햇볕이 내리쬐는 11월 초, 국회의원회관에서 이용우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만났다. 취재팀을 만난 이용우 의원은 "재킷은 안 입어도 되겠죠?"라고 물었다. 격식 없이 편하게 인터뷰에 응하고 싶어 하는 모습이었다. 

이용우 의원은 지난 2020년 더불어민주당 7호 영입 인재로 뽑히면서 21대 국회에 입성했다. 그는 국회에 들어오기 전 현대그룹, 한국투자증권, 한국투자자신탁운용을 거쳐 카카오뱅크 공동대표를 지냈다. 

기업인 출신이라는 이력과 함께 문재인 정부 당시 인터넷전문은행의 은산분리(산업자본의 은행 지분 소유 제한 제도) 완화 정책의 수혜를 입은 카카오뱅크 출신이라는 점이 입방아에 올랐다. 이를 의식한 것인지 이용우 의원은 당시 가지고 있던 카카오뱅크 스톡옵션 52만주(1주당 액면가 5000원에 카카오뱅크 주식을 살 수 있는 권리)를 포기하며 더불어민주당에 입당해 화제가 됐다. 

카뱅 대표 출신 국회의원이 바라본 카카오그룹

카카오뱅크 대표 출신 국회의원이 바라본 현 카카오그룹의 모습은 어떨까. 

다음커뮤니케이션에서 출발 2010년 9월 현재 사명으로 바꾼 카카오는 인터넷 기반 커머스, 모빌리티, 금융, 게임, 음악 등 다방면의 사업을 펼치고 있다. 기업이 다양한 사업에 도전하는 것은 좋았지만, 조금만 규모가 커지면 사업을 떼어내 회사를 만들고 주식시장에 상장시켜 자금 확보하는 통로로 사용하는 것은 모회사 주주 보호 측면 등에서 문제의 소지가 있다. 카카오는 대표적인 쪼개기 상장 논란 기업이다. 

2020년 이후 카카오 계열사 카카오게임즈(2020년 9월 상장), 카카오뱅크(2021년 8월 상장), 카카오페이(2021년 11월 상장)가 차례로 주식시장에 상장했다. 카카오게임즈는 2016년 카카오에서 떨어져 나왔고 카카오페이도 2017년 카카오의 핀테크 사업을 분사해 설립했다. 

지난해에는 음원서비스 멜론사업부문을 물적분할해 멜론컴퍼니를 세운 뒤 자회사 카카오엔터테인먼트와 합병했다. 카카오엔터테인먼트 역시 상장을 준비 중이라는 이야기가 계속 있지만 연이은 쪼개기 상장으로 세간의 눈치를 살피는 모습이다. 카카오게임즈 자회사 라이온하트스튜디오도 최근 상장 작업을 추진하다가 철회했다.

이용우 의원은 이러한 모습의 카카오 사업방식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카카오가 상장해 있는 상황에서 자회사들이 또 상장하는 건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며 ”모회사와 자회사 주주 간 이해상충 문제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모회사가 자회사 지분 전부를 소유한 상황이 아닌, 모회사와 자회사가 각각 상장해 있는 상황에서는 자회사 경영진이 의사결정을 할 때 모회사와의 이해관계가 일치하는 경우도 있지만 충돌하는 사례도 많이 발생한다는 것이다.

이용우 의원은 "카카오의 여러 자회사들이 상장하면서 자회사의 의사결정이 자회사의 가치와 자회사 주주들을 위한 것인지, 아니면 모회사 카카오를 위한 것인지를 구별해야 한다"며 "예를 들어 카카오페이도 카카오가 주주이기도 하지만 다른 주주들의 이해관계도 있기 때문에 반드시 이를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용우 의원은 지난 10월 발생했던 카카오의 데이터센터 화재도 거버넌스 문제와 엮여있다고 지적했다. 카카오와 카카오뱅크의 주주구성과 의사결정의 차이가 있고, 이번 데이터센터 화재의 결과도 두 회사가 서로 달랐다고 설명했다.

그는 "카카오뱅크는 카카오가 최대주주이고 카카오의 이름이 붙어있지만 한국투자금융지주와 합작형태로 설립했다"며 "설립 당시 카카오의 이름을 쓰면서 인지도 면에서 많은 수혜를 입을 것으로 봤지만 반대로 카카오가 무언가 잘못을 하면 도매금으로 넘어갈 수 있기 때문에 카카오와의 연결고리를 많이 떼어놨다"고 말했다. 

현재 카카오뱅크 주주구성은 카카오가 27.20%,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한국투자금융지주 계열사)이 23.20%를 보유하고 있다. 쪼개기 상장의 대표적 사례인 카카오게임즈(카카오 지분율 41.01%)와 카카오페이(카카오 지분율 46.99%)는 카카오의 지분율이 압도적으로 높다. 

카카오와의 연결고리가 상대적으로 덜한 카카오뱅크는 이번 데이터센터 화재로 가장 피해를 적게 입었다. 전자금융거래법 및 관련 규정에 따라 장애·재해·파업·테러 등 긴급한 상황이 발생하더라도 업무가 멈추지 않도록 주요 전산센터와 떨어진 곳에 백업센터를 두어야하기 때문이다. 

이 의원은 "카카오는 비용을 최소화하기 위해 백업센터를 따로 두지 않았고 결국 문제가 생기면서 카카오게임즈, 카카오페이 등 여러 자회사들이 연쇄적으로 피해를 입었다"고 지적했다. 

지난 2일 국회의원회관에서 만난 이용우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주주이익을 보호한다면 물적분할도 OK"

카카오뱅크 출신으로 유명하지만 이용우 의원은 최근 기업들의 물적분할 논란을 해소하기 위한 선봉장 역할도 하고 있다. 이 의원은 지난 10월 국정감사 때 물적분할을 진행 중이었던 풍산의 류진 대표이사를 증인으로 신청했다. 이후 풍산은 곧 바로 물적분할을 철회했다. 지난해 LG화학이 물적분할로 배터리사업을 떼어내 이를 이어받은 LG에너지솔루션이 재상장하면서 물적분할에 대한 문제제기가 이어지던 중에 나타난 결과다. 

이용우 의원은 "투자자는 배터리사업이 유망하다고 보고 LG화학에 투자했는데 이걸 쪼개서 LG에너지솔루션으로 재상장하면 황당할 수밖에 없다"며 "물적분할을 할 수도 있지만 그 과정에서 일반 소액주주들에게 어떤 조치를 기업이 할 수 있는지를 봐야한다"고 강조했다. 

이 의원은 "주식시장에는 자금을 공급받으려는 수요자(상장회사)도 있고 이들에게 자금을 조달하는 공급자(투자자)도 있기 때문에 시장원리는 수요와 공급이 균형을 이뤄야 한다"며 "하지만 지금 우리나라 주식시장은 오로지 수요자(기업) 입장만 생각하기 때문에 공급자가 수요자와 동등한 대우를 받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전기차 배터리 부품을 제조하는 삼기이브이(EV)를 주주를 대접하는 긍정적인 사례로 들었다. 

자동차부품업체 삼기는 2020년 10월 전기차 부품사업부를 물적분할해 삼기이브이를 만들었고, 현재 삼기이브이는 상장심사를 통과해 이르면 연내 코스닥 상장을 목표하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처럼 물적분할 후 재상장 사례이자, 전기차 배터리부문이라는 사업영역도 유사하다. 여러모로 비교 대상이다. 

하지만 별다른 주주보호 방안이 없었던 LG에너지솔루션 사례와 달리 삼기이브이의 모회사 삼기는 기존 주주들에게 삼기이브이 주식을 현물배당하겠다고 밝혔고, 구체적인 계획을 연내 확정할 예정이다. 

이용우 의원은 "현재 상법이나 자본시장법에 물적분할 시 현물배당을 해야 한다는 규정이 없음에도 이사회 결의로만 현물배당을 결정했다"며 “규정이 없다고 주주를 무시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주주를 대접하고자 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현행 규정에도 없는 주주보호 대책을 기업이 먼저 나서서 제안하는 방향으로 기업 경영을 이끌어간 셈이다.

주주의 비례적 이익이 정답 

이용우 의원은 '주주의 비례적 이익'을 도입하는 것이 우리나라 주식시장의 문제점을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 의원은 "상법상 이사가 수행해야하는 역할(이사 충실의무)에 ‘주주의 비례적 이익’을 넣으면 모든 이사회 구성원들은 주주의 이익을 기본 전제로 인식하고 활동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이에 이의원은 지난 3월 물적분할 등 지배주주와 일반주주 사이에서의 이해충돌문제 발생 시 이를 해소하기 위해 이사의 충실의무에 주주의 비례적 이익을 고려해야 한다는 내용을 추가하는 상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한 바 있다. 

상법개정안은 현재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계류 중이다. 

이 의원은 지난해 초까진 ‘주주의 비례적 이익’에 대한 반응은 좋지 못했지만 지금은 위원회 구성원들의 반응도 긍정적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기업들은 여전히 주주의 비례적 이익을 넣는 것을 싫어하는 분위기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이 의원 "기업이 주주를 모셔왔으면 그에 걸맞은 대접을 해야 주주가 기업을 떠나지 않는다"며 "주주의 비례적 이익을 고려하지 않는 기업은 주주들에게 버림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현장에서 느낀 자본시장의 문제점 

현대그룹, 한국투자증권, 한국투자자신탁운용, 카카오뱅크 등 기업운영 현장에 몸담아 온 이용우 의원은 현장에서 경험하면서 왜 부실이 생기는지, 무엇을 해결해야 하는지 등 기업 전반에 대한 것을 직접 경험해왔다고 강조했다. 

그는 "정치를 하게 된 이유도 금융 당국자들이 실제 자본시장 현장에서 뛰어본 사람들이 거의 없어 현실과 동떨어진 정책들이 나오고 있었기 때문"이라며 "실제 기업운영을 하면서 실효성 있는 부분을 개선해 정책으로 내놔야 한다고 생각했고, 현장 경험이 있는 제가 국회에 입성하면 잘 할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실제로 국회 입성 후 이용우 의원은 상법 및 자본시장법 등 우리나라 경제 및 자본시장 전반을 개선할 수 있는 법률 개정안을 여러 차례 내놓고 있다. 앞서 언급한 이사의 충실의무에 '주주의 비례적 이익'을 추가하는 것 외에도 대주주의 전환사채(CB) 콜옵션 제한, 사업보고서에 ESG(환경·사회책임·거버넌스) 정보 공개 방안을 담은 법률안이 대표적이다.

이 의원은 "기업들이 자본시장을 단순히 자금조달 창구로만 생각해 주주를 주주답게 대접하지 못했다"며 "소액주주의 권익을 침해하지 않고 돈을 벌었으면 배당을 해 이익을 나누는 것이 주주를 대접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소액주주들의 투자문화도 언급했다. 이 의원은 "(소액주주 투자문화도) 좀 더 건강해져야 한다"며 "냉정하게 데이터를 가지고 명확하게 자기 책임 하에 투자해야 한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이 의원은 국회의 협치를 강조했다. 그는 "자본시장을 개선하는 많은 법들이 올라오고 있지만 정작 국회를 통과하지 못하는 것은 협치가 부족해서"라며 "안 된다고 돌아서지 말고 계속해서 서로 설득하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 "국회의원 혼자서는 움직이는데 한계가 있다"며 "시장에 직접 참여하는 많은 투자자들과 기업들이 목소리를 높여야 금융당국도 변하고 더 나아가 기업지배구조 및 자본시장도 바뀔 수 있다"고 덧붙였다.

*본 기획물은 정부광고 수수료로 조성된 언론진흥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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