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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시줍줍]대양금속, 영풍제지 무자본 M&A 논란

  • 2022.12.22(목) 07:00

[3분공시]1300억 인수자금 중 1131억 외부 차입
인수지분 50.76% 중 50.51% 담보로 인수자금 치러
단기차입금 상환에 13.23% 매각…양사 시너지 의문

스테인리스 냉간압연 제품 제조·판매사인 대양금속이 지난 8일 전환사채(CB) 발행 내용을 공시했어요. 발행규모는 170억원. 

만기는 3년뒤인 2025년 12월 13일, 표면·만기 이자율은 8.5%로 꽤 높은 수준. 기존에 발행한 전환사채가 이미 405억원 가량 있는 상황이어서 시가총액(약 1000억원) 대비 적지 않은 발행 규모인데요.

/그래픽=김용민 기자 kym5380@

특히 주목할 점은 전환사채를 인수한 대상이에요. 현금 170억원을 주고 전환사채를 인수한 곳은 영풍제지인데요.

문제는 대양금속이 지난달 영풍제지 지분 50.76%를 총 1300억원을 들여 인수했다는 점. 이 인수자금 중 일부를 갚는데 전환사채로 조달한 자금이 쓰일 예정이에요. 

실제로 대양금속은 전환사채 발행금액 170억원 중 100억원을 채무상환자금에, 나머지 70억원은 원재료 매입이나 인건비 등 운용자금으로 사용할 예정이라고 밝혔고요.

즉 인수한 회사에서 자금을 조달해 인수자금을 갚는 셈이죠.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무자본 M&A'라는 논란이 일고 있어요. 무자본 M&A는 기업인수·합병을 뜻하는 M&A를 자기자본이 아닌 차입금을 주로 이용해 하는 것을 말해요. 

실제 대양금속은 이번 전환사채 발행금액 170억원 이외에 영풍제지 지분(1131만6730주, 50.76%) 인수 직후 1126만1020주(50.51%)를 담보로 빌린 511억원을 포함, 총 861억원을 차입해 영풍제지 인수대금을 치렀어요. 

전체 인수대금(1300억원)에서 차입금을 뺀 나머지 439억원도 온전히 자기자금이라고 보긴 어려운데요. 대양금속은 영풍제지 인수 전 지난달 신규사업투자 목적으로 120억원, 영풍제지 인수자금 목적으로 150억원 등 총 270억원의 전환사채를 발행했어요.

즉 인수자금 1300억원 중 90%에 가까운 1131억원 가량을 외부에서 차입해 영풍제지를 인수한 셈이죠. 

더욱이 대양금속이 인수자금으로 빌린 차입금 중 일부는 만기가 짧게는 일주일에서 한달 가량인 것도 있었는데요. 이 차입금을 갚기 위해 대양금속은 영풍제지 주식을 담보로 100억원을 빌린 엘제이에이치투자1호조합에 영풍제지 주식 295만주(13.23%)를 306억원에 매각하는 주식매매계약을 체결한 상황. 

영풍제지 지분을 인수한지 보름도 지나지 않아 지분 10% 이상을 매각한 건데요. 대출금을 상환하면 실제 손에 쥐는 자금은 206억원 정도. 차입금을 해결하기엔 적은 돈이에요. 대출금 상환 등 주식매매계약이 완료되면 대양금속이 보유한 영풍제지 지분은 37.53%로 줄어들어요. 

투자자가 알아둘 점 

무자본 M&A는 그 자체가 불법은 아니예요. 다만 자기돈을 거의 들이지 않고 기업을 인수하기 때문에 기업경영에 집중하기 보다 인수한 주식을 매도해 시세차익을 얻는데 악용하는 사례 등이 있어 부정적으로 인식하는 경우가 많아요. 

실제 최근 쌍방울그룹이 전환사채를 대거 발행해 여러 기업을 무자본 M&A로 사들이고 이 기업들이 발행한 전환사채를 저가에 인수, 주식을 취득한 뒤 허위정보로 주가를 띄운 후 매도해 시세차익을 거둬온 행적들이 발각돼 문제가 불거졌죠.

물론 대양금속은 이런 불법적인 흐름과 관계가 없지만, 자신보다 규모가 큰 영풍제지(인수 당시 시가총액 기준 약 2배)를 인수하는 과정에서 대규모 차입이 발생했고, 금리가 오르는 상황에서 차입금 상환에 부담이 커지고 있다는 점. 

또한 인수자금을 치르려 영풍제지 내부 유보금이 빠져나가 기업가치가 하락할 수 있는 점과 두 회사가 스테인리스 제조기업과 골판지 제조기업으로 당장 시너지가 나기 어려워 보인다는 점 등이 투자자들의 우려가 커질 수 있는 대목이에요.

대양금속 관계자는 "본래 재무적투자자(FI)와 함께 영풍제지 인수에 나설 예정이었으나 주식시장이 안 좋아지면서 차입상황이 발생했다"라며 "본래 무자본 M&A처럼 대규모 차입을 통해 인수하려던 생각은 아니었다"라고 말했어요. 

이 관계자는 영풍제지 인수 이유와 관련해 "산업군은 다르지만 부품, 물류쪽으로 겹치는 부분이 있어 내년 상반기쯤엔 시너지가 나는 부분이 가시화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어요. 

* 공시줍줍의 모든 내용은 독자들의 이해를 돕기 위한 분석일 뿐 투자 권유 또는 주식가치 상승 및 하락을 보장하는 의미를 담고 있지 않습니다.

* 독자 피드백 적극! 환영해요. 궁금한 내용 또는 잘못 알려드린 내용 보내주세요. 열심히 취재하고 점검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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