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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스엠 공개매수 마감 D-1' 침묵 깬 카카오

  • 2023.02.27(월) 15:01

카카오엔터 "카카오와 모든 방안 적극적으로 강구"
하이브 "모호한 입장 대신 경영참여 여부 밝혀라"

하이브에스엠 주식 공개매수 청약 마감일을 하루 앞둔 27일 카카오가 침묵을 깨고 적극적인 대응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이에 하이브도 2시간 만에 반박입장을 게재하며 물러서지 않는 모습이다. 

/그래픽=비즈워치

드디어 입 연 카카오 "하이브 유감...모든 수단 강구"

27일 오전 9시20분께 카카오엔터테인먼트는 에스엠과의 사업협력에 관한 입장문을 공개했다. 카카오엔터는 "이번 사업협력 계약은 3사(카카오, 카카오엔터, 에스엠)가 함께 이뤄나갈 향후 비전과 방향성을 포괄적으로 담은 계약"이라며 "각 사업별 협의를 통해 각 사가 윈윈할 수 있는 구조를 도출하고 이에 기반해 공정한 조건의 계약을 체결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번 입장문은 에스엠 이사회와 카카오가 맺은 계약 내용을 두고 논란이 불거지면서 나온 것이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에스엠은 지난 7일 카카오에 향후 신주 및 주식연계채권 우선인수협상권을 부여하고, 에스엠의 국내 음원 및 음반 유통에 대한 배타적 권리 등을 넘기기로 했다.

이에 이수만 전 총괄프로듀서로부터 14.8%의 지분을 넘겨받아 에스엠 최대주주에 등극한 하이브는 지난 24일 경영진을 향해 계약에 관한 의사결정을 중단하라고 요청했다. 그러면서 적법성을 검토해 필요한 법적 조치를 취하겠다고 예고했다.

하이브의 입장에 에스엠 이사회 측은 반박에 나섰다. 발표된 입장문에 따르면 에스엠은 현재 정관상 신주 발행 잔여한도는 약 2만주(총발행주식의 0.08%)에 불과하기 때문에 만일 신주를 추가로 발행하려면 주주총회를 거쳐 정관을 변경해야만 한다. 또한 카카오에 무기한 사업권한을 넘기는 것이 아니라고 설명했다. 사업협력계약서도 향후 구체적으로 개별계약을 진행할 때 세부내용을 별도로 논의한다는 입장이다. 

이어 에스엠 이사회의 파트너인 카카오도 침묵을 깨고 공식입장을 밝힌 것이다. 카카오는 지난 7일 에스엠 이사회와 신주 및 전환사채 인수 계약을 체결한 이후 직접적인 의견표명을 꺼려왔다. 카카오엔터 관계자는 공식 입장을 발표한 경위에 대해 "에스엠과 사업 협력을 위한 계약을 체결했기 때문에 경영권분쟁 이슈와는 무관했다"며 "그러나 하이브가 에스엠 경영진에 지난주 사업 협력 논의 자체를 중단하라고 요구하면서 사업 협력 자체에 위협을 줄 수 있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카카오엔터는 입장문을 통해 신주 및 주식연계증권 우선협상권과 관련 "소수 주주가 일반적으로 보유하는 희석 방지조항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또한 "3사(카카오, 카카오엔터, 에스엠)의 사업협력 계약이 기존 주주의 이익을 훼손한다는 하이브의 주장들은 사실이 아니다"라며 "계약서의 일부 문구를 자사에 유리한 방향으로 왜곡해 불필요한 혼란을 야기한 하이브 측에 유감을 표한다"고 전했다. 

특히 강경 대응을 경고하기도 했다. 카카오엔터는 "에스엠과의 파트너십 존속 자체를 위협하고 3사의 중장기 성장 방향성을 근본적으로 침해하고 있는 현 상황을 더 이상 지켜볼 수만은 없게 됐다"며 "기존 전략의 전면적 수정이 불가피하다고 판단, 카카오와 긴밀하게 협의해 필요한 모든 방안을 적극적으로 강구할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구체적인 대응 방안은 공개하지 않았다. 시장에서는 다음달 초 법원의 신주발행금지 가처분 결정이 내려진 이후 공개매수와 장내 지분 취득, 기존 주주들을 규합할 수 있는 사업 계획 발표 등이 고려될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하이브 "책임있게 행동하라" 맞불

하이브도 카카오의 입장이 나온지 약 2시간만인 오전 11시40분께 재차 입장문을 내고 반격에 나섰다. 

하이브는 "카카오엔터의 사업적 제안 내용이 에스엠의 사업에 도움이 된다면 충분히 고려할 수 있다는 입장 역시 바뀌지 않았다"면서도 카카오엔터 측의 설명이 오해를 유발한다고 지적했다.

하이브는 우선협상권에 대해 "소수지분 투자자에게 우선협상권을 부여하는 것은 일반적이지 않으며, 상장사에게 큰 문제가 될 수 있는 조항"이라고 반박했다. 특정 주주에게만 우선적인 권한을 부여하는 것은 이례적인 특혜라는 것이다.

아울러 이사회가 장윤중 카카오엔터 글로벌 전략 담당 부사장을 기타비상무이사 후보로 선정한 것에 대해 "카카오엔터의 임원이 사실상 유통 조직을 총괄함으로써 이해상충 구조가 만들어져 에스엠 소속 아티스트들의 협상력을 제약하게 될 것"이라고 우려를 표했다.

그러면서 '모든 방안을 적극 강구하겠다'는 카카오엔터 측 입장에 대해 "카카오엔터는 국내 거대 플랫폼 기업인 카카오와 함께 모호한 입장을 지속하는 것 보다 '이 내용이 에스엠과의 사업적 협력 대신 적극적인 경영 참여를 하겠다는 선언인지'에 대한 입장을 밝히는 것이 자본시장 참여자들의 불확실성을 줄이는 책임있는 행동이 될 것"이라며 날을 세웠다. 

하이브의 에스엠 주식 공개매수 청약 마감일인 28일을 하루 앞두고 양측의 대립은 더 격화되는 모습이다. 공개매수는 주당 매수가격을 지정해 놓기 때문에 통상 주주들이 주가 움직임을 보고 마감 1~2일 전에 청약 여부를 결정한다. 

증권사 엔터테인먼트 업종 애널리스트는 "가처분 신청 결과를 떠나 하이브의 공개매수 신청 마감이 얼마 남지 않자 기존 주주들의 지분을 유리한 방향으로 움직이려고 하는 의도"라며 "아직까지 구체적인 사업 비전이 나오지 않은 상황에서 전략적으로 주주의 움직임을 제한하려는 과정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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