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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VB '불똥'에 CS도 '휘청'…불 붙는 은행위기설

  • 2023.03.18(토) 09:31

[서학개미 브리핑]
민간자본 투입·당국 지원 나섰지만 불씨 '여전'
연준, 내주 FOMC서 제한적 금리 인상 전망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 사태로 불거진 금융시장 불안이 전 세계 은행 시스템 위기설로 점차 확산하는 모습이다. 제2의 SVB로 불리는 퍼스트 리퍼블릭 은행의 파산설과 더불어 내로라하는 글로벌 투자은행(IB) 중 하나인 크레디트스위스(CS)가 붕괴할 수도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면서다. 

퍼스트 리퍼블릭 은행은 미국 대형 은행으로부터, CS의 경우 스위스국립은행(SNB)의 자금 지원을 받기로 하면서 일단 급한 불을 껐지만 단기적 처방에 불과하다는 점에서 불안감은 가시지 않고 있다. CS는 전 세계 금융시장과 경제에 미치는 영향력이 어마어마한 만큼 시장은 향후 상황 변화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은행 리스크 확산 우려가 증폭되면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빅스텝(기준금리를 한 번에 0.5%포인트 인상) 전망은 수면 아래로 쏙 들어갔다. 시장은 연준이 다음 주로 예정된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올리거나 동결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그래픽=비즈워치

설마 CS까지?…요동치는 시장

실리콘밸리 테크기업들을 주요 고객으로 삼고 있는 SVB의 파산 후폭풍이 전 세계 금융시장에 몰아치고 있다. SVB에 이어 뉴욕 시그니처은행이 문을 닫았고 미국 샌프란시스코를 본사로 하는 지역 중소은행인 퍼스트 리퍼블릭 은행은 SVB 파산에 놀란 예금주들이 예금을 대거 인출하면서 위기설에 휩싸였다.

미국 은행 시스템을 둘러싼 불안감이 커지자 JP모건체이스와 씨티그룹, 뱅크오브아메리카(BoA), 웰스파고 등 미국 4대 은행을 비롯한 대형 은행 11곳은 공동 성명을 통해 300억달러(약 39조원)를 예치하는 방식으로 퍼스트 리퍼블릭 은행 지원에 나서기로 했다고 전했다.

워싱턴포스트에 따르면 은행들의 성명에 앞서 재닛 옐런 미국 재무장관은 '월가 황제'로 불리는 제이미 다이먼 JP모건 회장과 퍼스트 리퍼블릭 은행에 민간 자본을 투입하는 방안을 논의했고, 다이먼 회장은 다른 은행들이 이 같은 방안에 동참하도록 설득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후 퍼스트 리퍼블릭 은행이 배당을 중단하겠다고 밝히면서 불안감은 다시 확대됐다. 대형 은행들이 민간 자본을 투입하기로 한 것 또한 금융 시스템 리스크 전이 위험을 방증하는 것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이에 17일(현지시간) 퍼스트 리퍼블릭 은행 주가는 30% 넘게 폭락했고 주요 대형 은행주 주가 역시 동반 하락했다.

더 큰 문제는 세계 9대 IB 중 하나이자 금융안정위원회(FSB)가 선정한 '글로벌 시스템에 중요한 은행'(G-SIB) 30곳 중 하나인 CS다. CS는 지난 14일 공개한 연례 보고서에서 "작년 회계 내부통제에서 중대한 약점을 발견했다"며 "고객 자금 유출이 계속되고 있다"고 밝혔다. 

SVB 파산으로 충격을 받은 시장은 SVB와 같은 지역 중소은행과 비교할 수 없는 영향력을 지닌 CS 위기설에 우려를 감추지 못하고 있다. CS 최대주주인 사우디국립은행이 추가 자금 지원에 나서지 않겠다고 밝힌 것은 이 같은 불안감에 더 큰불을 지폈다.

위기설이 걷잡을 수 없이 번질 것을 우려한 SNB와 스위스금융감독청(FINMA)은 공동성명을 통해 "CS가 광범위한 금융시스템에 있어 주요 은행에 부과한 엄격한 자본 및 유동성 요건을 충족했다"고 밝히는 한편 500억스위스프랑(약 70조원)의 대출을 통한 유동성 강화 조치를 내놨다. 스위스 금융당국의 신속한 대응으로 금융시장의 대혼란은 일단 피했으나 불씨는 여전하다.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는 부정적 평가도 적잖다. 

김영환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은행 리스크에 직면한 미국과 스위스 정부의 대응 조치가 과거에 비해 확연히 빨라진 모습은 개별 은행 위험이 시스템 리스크로 전이될 가능성이 낮아졌음을 의미한다"면서도 "은행 리스크가 금융시장에 미치는 영향 중 '부실이 어디서 얼마나 있을지 모른다는 불안감'은 완전히 해소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고 진단했다.

은행권 위기 여파에 연준 '빅스텝' 없을 듯

앞서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의 긴축 강도 강화 시사로 일각에서 제기되던 연준의 빅스텝 가능성은 사실상 사라졌다. 은행권 위기 확산 영향과 더불어 미국 2월 생산자물가지수(PPI)가 대다수 전문가 예상을 깨고 전월 대비 하락하면서 빅스텝의 명분이 약화한 것이다. 은행권 위기 전이 여하에 따라 금리 동결 가능성도 있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지난 17일 기준 선물시장은 다음 주 FOMC에서 금리가 0.25%포인트 인상될 확률을 80%, 동결될 확률을 20%로 보고 있다. 0.50%포인트 인상은 아예 배제하고 있는 것이다.

글로벌 IB 골드만삭스는 연준이 금리를 동결할 것으로 예상했고, 일본 노무라증권은 0.25%포인트 인하할 수 있다는 전망까지 제시한 상태다.

금리 조정 여부와 함께 연준이 은행권 위기와 관련해 어떤 입장을 내놓을지도 주목된다. 미국을 넘어 전 세계 금융시장을 좌지우지하는 연준은 은행권 위기와 관련해 짊어질 책임이 막중하다. 시장 예상대로 0.25%포인트 금리 인상과 더불어 금융 리스크 경감을 위한 메시지 또는 구체적 방안을 제시한다면 주식시장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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