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해외주식매매 시장점유율 2위로 올라서며 증권가의 리테일 신흥 강자로 떠오른 토스증권이 새로운 도전에 나섰다. 지난 9월 리서치센터를 정식으로 출범한 것이다.
토스증권 리서치센터가 내놓은 첫 리포트는 '왜 미국주식인가'이다. 대선을 앞둔 미국의 경제 상황이나 엔비디아 등 잘나가는 빅테크 종목의 주가를 전망하는 대신 미국 주식시장의 기초 특성을 차근차근 짚었다.
첫 술에 배부를 순 없지만 토스증권이 내세운 '개인투자자 특화' 리포트에 시장의 관심이 높다. 전통 증권사와 차별점을 늘 강조해온 토스증권이 과연 이번에도 시장에 반향을 일으킬지 이목이 쏠린다. 비즈워치는 22일 서울 강남구 테헤란로에 위치한 토스증권 본사에서 이영곤 초대 토스증권 리서치센터장을 만나 전략을 들어봤다.
투자자 눈높이에 맞춰 콘텐츠도 레벨업
이영곤 센터장은 2000년대 초반 서강대학교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나서 곧바로 여의도에서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이 센터장은 한화투자증권과 하나증권에서 투자전략, 기업분석, 파생상품 등 여러 분야의 애널리스트 경력을 쌓았다. 이후 사모펀드 운용사에서 최고투자책임자(CIO)까지 지낸 그는 여의도를 떠나 작년 2월부터 토스증권에 합류했다.
이 센터장은 기존 금융투자회사에서 일하면서 느낀 갈증을 해소하기 위해 토스증권에 합류했다고 밝혔다. 그는 "예전에는 애널리스트로서 일을 하면서 기관대상으로 세미나를 진행하고 거기에 맞게 자료를 준비하는 일이 많았는데 토스증권에서는 개인만을 위한 리서치를 한다는 점이 매력적이라고 느껴졌다"며 "개인투자자도 양질의 투자판단을 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져야 한다는 뜻에 공감해 토스증권에 오게됐다"고 밝혔다.
이 센터장은 토스증권에서 지난 1년6개월 동안 다양한 콘텐츠를 발간해왔다. '일본 금리인상과 주식시장이 무슨 상관인가요?'와 같이 경제 지식을 담은 글부터 'SK하이닉스는 오르는데 삼성전자가 떨어진 이유', '신라면과 불닭볶음면을 주식으로 생각해본다면?' 등 산업과 기업 주가를 알기 쉽게 분석한 글로 투자자들의 높은 호응을 받았다.
그러다 문득 정식으로 리서치센터를 꾸려야겠다고 느낀 건 투자자들의 눈높이가 달라졌기 때문이다. 이 센터장은 "2~3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토스증권 유저 중에) 투자를 처음 해보는 분이 많고 '배당'이나 '유상증자'라는 단어를 처음 들어보는 분들도 있었다"며 "그래서 '매수', '매도' 등 기초적인 단어부터 그들이 쉽게 투자에 접근할 수 있게 최대한 쉬운 용어로 풀어내려고 고민을 많이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최근 들어 투자자들의 투자 경력이 쌓이면서 기초만 다뤄서는 그들이 원하는 정보를 제공하기 어렵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센터장은 "투자자들과 앱에서 소통을 하다보니 '배당은 이제 알겠는데, 어떻게 배당주를 분석해야하나' 등 점점 높은 수준의 지식을 원한다는 사실을 알게됐다"며 "그렇다면 어떻게 깊이있는 정보를 제공할 수 있을지 고민한 결과, 리서치센터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그렇게 이영곤 센터장은 2021년부터 토스증권의 콘텐츠 정체성을 만들어온 한상원 연구원, 올해 5월 토스증권에 입사한 모건스탠리 출신 이지선 연구원과 함께 리서치센터의 문을 열었다.친절한 리포트 비결?…숨겨진 팀원과의 시너지
이 센터장은 어렵고 난해한 리포트가 아닌 개인투자자에게 '진짜' 도움이 되는 투자정보를 전달하고 싶다고 말했다.
증권사 리포트는 대체로 주식시장 이해도가 높은 기관투자자들에 제공하는 자료이다보니 전문용어와 복잡한 그래프가 난무한다. 일각에선 '매수' 일색의 리포트 풍조가 이어지는 배경에 법인 영업과 연관이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실제로 토스증권의 첫 리포트에도 '토스증권은 눈치를 안보고 작성할 수 있을까?'라는 댓글이 달리기도 했다.
이 센터장은 토스증권만의 길을 갈 수 있는 이유에 대해 "개인투자자만을 위한 자료를 만드는 유일한 리서치센터"이기 때문이라고 자신있게 답했다. 그는 "보통 증권사는 법인영업을 중요시하고 리서치센터도 그것을 지원하는 역할이기 때문에 기관 중심의 콘텐츠를 많이 만드는데 집중해야 한다"며 "그렇기에 종목에 대해 투자의견을 내거나 할 때 눈치를 볼 수 밖에 없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이어 "토스증권은 그런 것(기관 영업)이 없기 때문에 자유롭고 투자자들이 보다 신뢰할 수 있다"고 전했다.
'개인투자자 맞춤형' 콘텐츠를 만들기 위해 토스증권은 리포트 하나를 쓰더라도 애널리스트 혼자가 아닌 팀 전체가 달려든다. 이 센터장을 포함한 애널리스트들은 주제 설정부터 시장 분석, 구성에 대해 마라톤 회의로 의견을 나누며 방향을 결정한다.
그렇게 만들어진 초안은 콘텐츠 매니저의 손길을 거친다. 콘텐츠 매니저는 리서치센터의 숨겨진 팀원이다. 이들은 딱딱한 구어체를 자연스러운 문어체로, 개인이 이해하기 어려운 전문용어를 쉽게 풀어줘 리포트를 말랑말랑하게 만들어 주는 역할을 담당한다. 참고로 리서치센터와 협업 중인 콘텐츠 매니저 2명은 증권업계 경험이 전혀 없다.
이 센터장은 "콘텐츠 매니저는 주식 전문가가 아니기 때문에 개인투자자 입장에서 너무 어렵고 낯선 용어를 쓰면 피드백을 준다"며 "애널리스트인 저는 평소에 아무렇지도 않게 쓰던 표현이라 잘 모르고 지나갈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일반 증권사에선 찾기 어려운 업무 형태"라며 "이런 업무 방식 덕분에 일반 고객들이 보기에 더 적합한 콘텐츠로 탄생할 수 있었다"고 강조했다.
그러다 보니 토스증권에서 리포트를 준비하는 시간은 배로 걸린다. 첫 번째 리포트인 '왜 미국주식인가'를 작성할 때도 두 달이 넘는 시간이 걸렸다. 이 센터장은 "시간이 조금 더 오래 걸릴 수가 있지만 더 좋은 선택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러나 토스증권은 목표가 정해지면 그 곳을 향해 빠르게 움직이는 조직"이라며 "개개인에게 자율성과 권한이 주어지기 때문에 주도적으로 대응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해외 금융사와 교류 통해 정보 접근성 높여
인터뷰 내내 '개인을 위한 리포트'를 강조해온 이 센터장은 첫 리포트의 주제를 미국 주식으로 잡은 이유도 역시 개인투자자 때문이라고 답했다. 그는 "투자자들이 앞으로 계속 주목해야 하는 시장이 미국이라고 생각했다"며 "(미국 주식시장이) 그동안 보여준 수익률 퍼포먼스도 좋았지만 앞으로도 훨씬 더 좋은 성과를 낼 수 있는 시장이라고 판단해 이것을 잘 전달하는 역할을 하고자 했다"고 말했다.
이 센터장은 곧 발간할 두 번째 리포트의 주제도 미국 주식에 관한 것이라고 귀띔했다. 여기에는 리서치센터 팀이 2주간 미국 출장을 통해 직접 보고 느낀 생생한 인사이트가 담길 예정이다. 토스증권 리서치센터는 이번 출장에서 빅테크 등 현지기업을 비롯해 벤처캐피탈, 운용사 등 주요투자자들을 만났다.
이 센터장은 "직접 현지로 탐방을 가서 정보를 얻는 노력을 앞으로도 진행할 것이고, 해외 주요 증권사나 운용사와 같이 업무를 협력할 계획도 있다"며 "이러한 교류가 토스증권 리서치의 바탕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끝으로 이 센터장은 향후 리서치센터 운영 방향에 대해 "물고기를 직접 잡아주기보다 잡는 방법을 알려주는 정보를 전달하고 싶다"고 밝혔다. 그는 "한 종목을 찍어주는 리서치보다는 경기 상황에 따라 시장을 어떻게 이해하고 종목을 어떻게 분석하는지 방법을 알려주는 것이 투자자들에게 더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며 "앞으로도 그런 부분에 집중하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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