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상장사가 보유한 자기주식(이하 자사주)을 의무적으로 소각하도록 한 3차 상법 개정안이 국회에서 논의 중인 가운데 상장사 중심으로 자사주를 기반으로 한 교환사채(EB, Exchangeable Bond) 발행이 증가하고 있다. 자사주 의무소각 제도가 도입되기 전에 어떻게든 자사주를 처분해 현금을 확보하거나 우호세력에 지분을 넘기기 위한 전략이다.
하지만 자사주 소각을 통해 주가부양을 원하던 소수주주 입장에서는 상장사의 자사주 기반 교환사채 발행이 달가울 리 없다. 이에 태광산업과 트러스톤자산운용처럼 소송까지 가는 사례도 발생하고 있는 상황이다.
늘어난 교환사채 발행으로 주가 변동성이 커지고 제3자에게 교환사채를 발행하는 사모형태로 추후 시장에 자사주 물량이 매물로 나올 가능성도 높다. 이에 금융당국은 자사주 기반 교환사채 발행 관련 공시 강화를 통해 투자자 보호 조치에 나서기로 했다.
금융감독원은 16일 자사주 대상 교환사채 발행 관련 주요 내용을 투자자에게 충실히 제공할 수 있도록 공시제도를 개선하겠다고 밝혔다.
의무소각 한다고 하니...EB발행 급증
국회에서 자사주 의무소각을 담은 3차 상법 개정안을 논의하면서 상장사 중심으로 교환사채 발행규모가 늘어나고 있다. 금감원에 따르면 올해 3분기 중 교환사채 발행결정 규모는 50건, 금액은 1조4455억원으로 전년 대비(28건, 9863억원) 크게 늘어난 수치다.
특히 올해 9월에만 교환사채 발행결정은 39건에 달했다. 금액은 1조1891억원으로 3분기에 이루어진 교환사채 발행결정 규모가 전체의 78%를 차지하고 있는 상황이다.
물론 상장사 입장에선 자사주를 기반으로 교환사채를 발행해 자금조달을 할 필요성이 있을 수도 있다. 그러나 자금조달 방법 및 필요성에 대해 충분히 검토하지 않고 급하게 교환사채 발행을 추진하거나, 소각 등 주주환원을 기대했던 주주들의 이해와 상충하는 사례도 발생하고 있는 상황이다.
대표적 사례가 태광산업이다. 이 회사는 지난 6월 말 자사주 전량(총 발행주식수의 24.41%)을 기반으로 교환사채 발행을 결정했는데 최초 이사회결의 당시 발행대상자 등 세부조건을 공시하지 않는 등 부실한 의사결정 과정을 거쳤다는 지적을 받았다. 이 과정에서 2대 주주인 트러스톤자산운용이 반발해 교환사채 발행 중단을 요구하는 가처분 소송까지 갔었다.
금감원은 "기업이 교환사채 발행 결정 이후 주가가 하락하는 등 시장이 부정적으로 반응하고 있다"며 "지금처럼 교환사채 발행 급증이 지속되고 더 커지면 투자심리 위축과 교환받은 자사주 물량의 시장 출회로 주가 급락 등 주식시장 전반에 부정적인 영향이 확산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대부분 교환사채를 공모가 아닌 제3자에게 넘기는 사모형태로 발행하고 있다는 점에서 추후 재매각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금감원은 "교환사채 발행 관련 의사결정 배경 및 타당성 검토내용 등 투자판단에 필요한 충분한 정보를 확인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꼬집었다.
교환사채 발행 공시 작성기준 개정
이에 금감원은 교환사채 발행관련 공시 작성기준을 개정해 투자자에 제공하는 정보를 확대하기로 했다.
금감원은 앞으로 교환사채 발행 관련 주요사항보고서에 △다른 자금조달 방법을 놔두고 자사주 기반 교환사채 발행을 결정한 이유 △발행시점 타당성에 대한 검토 내용 △교환사채 발행시 지배구조 및 회사 의사결정에 미치는 영향 등을 구체적으로 작성토록 했다.
금감원은 "기업이 주주충실의무 도입에 따라 주주관점에서 더 신중하게 교환사채 발행을 검토하도록 하는 등 주주 중심의 경영활동 정립을 유도한다는 목적"이라며 "아울러 투자자에 투자판단에 필요한 충분한 정보를 제공해 교환사채 발행 의사결정에 대한 시장의 냉정한 판단과 평가를 기대하기 위함"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금감원은 지난달 자기주식보고서 제도를 강화(공시 횟수 2회로 확대, 보고서 작성 대상 강화 등)한 만큼 자사주 제도 관련 공시위반에 대해서도 엄정한 조치가 이루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금감원은 "향후 자사주 관련 공시위반행위 발견 시 정정명령, 과징금 부과 등 엄정하게 조치할 예정"이라며 "기업들은 이번 개정안을 포함해 자사주 보유 및 처분 등과 관련한 내용을 공시할 때는 상당한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밝혔다.
개정한 공시 작성기준은 오는 20일부터 즉시 시행할 예정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