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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보다 컨설팅으로 돈 버는 회계법인…견제나선 감독당국

  • 2025.10.21(화) 09:00

빅4 매출액 중 경영자문 수수료 비중 절반 수준으로 쑥
금감원, 네트워크법인 비감사용역도 공시 대상 포함키로
실무혼란 속 비감사용역 관련 사전합의 절차 마련 필요성

국내 대형 회계법인의 수익 구조에서 경영자문 등 컨설팅 비중이 점점 커지는 가운데 금융감독당국이 관련 공시를 강화할 방침이다. 지금은 사업보고서에 감사인이 수행한 용역만 공시하고 있지만, 앞으로는 감사인뿐 아니라 외형만 분리해놓고 같은 브랜드를 사용하는 네트워크 법인이 수행한 컨설팅 등 용역도 공시 대상에 들어간다. 

이와 함께 공시 강화와 함께 전반적인 비감사용역 관련 규정을 손 볼 필요가 있다는 조언이 함께 나온다.

금융감독원이 14일 서울 서대문구 충정로에 위치한 한국공인회계사회에서 회계법인 CEO 간담회를 개최했다./사진=금융감독원

회계법인 주요 먹거리는 외부감사? 컨설팅!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김현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따르면 빅4(삼일·삼정·한영·안진) 회계법인 가운데 한영회계법인을 제외한 나머지 세 곳은 모두 컨설팅 부문에서 더 많은 수익을 올린 것으로 나타났다.

2024 회계연도 기준으로 삼정회계법인의 경영자문 관련 수수료 비중은 50%로 빅4 가운데 가장 높았다. 이 회계법인의 매출 중 감사가 차지하는 비중은 32%로 자문 매출을 밑돌았다. 안진회계법인의 자문 매출 비중도 49%로 감사 매출(30%)을 웃돌았다. 삼일회계법인 역시 2023 회계연도 기준 자문 매출이 전체 매출 중 39%를 차지하며 감사(35%) 보다 더 높은 비중을 보였다.

반면 한영회계법인은 2023 회계연도 기준 자문 매출 비중이 40.83%로, 빅4 가운데 유일하게 감사 부문(45.98%)을 밑돌았다.

컨설팅을 전담하는 네트워크법인의 매출까지 합치면 경영자문 등 비감사용역이 회계법인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더 커진다. 한영회계법인의 네트워크법인인 EY가 벌어들인 비감사 매출은 5년 전보다 854% 증가했다. 삼일회계법인의 PwC 역시 78% 늘었고, 안진회계법인의 딜로이트는 70% 증가했다. 삼정회계법인의 KPMG 비감사 매출도 45% 늘었다.

외형만 분리한 네트워크법인과 거래도 공시해야

이 같이 자문 등 컨설팅 사업부문의 몸집이 빠르게 커지자 감독당국은 경영자문이나 세무자문 등을 전담하는 네트워크 법인 규제를 강화할 계획이다. 네트워크 법인이란 외형상 따로 떨어져있지만 동일 브랜드와 자원을 공유하는 법인을 가리킨다.

금융감독원은 올해 네트워크 법인에 대한 정의를 확대한 데 이어, 이달 회계법인 간담회에선 앞으로 비감사용역 공시 대상을 네트워크 법인까지 넓히겠다고 밝혔다. 이전에는 감사인이 회계감사와 컨설팅을 겸하는 경우에만 공시했지만, 앞으로는 네트워크 법인이 제공하는 비감사 용역도 투자자에게 공개하도록 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삼일PwC의 감사를 받는 A상장사가 사업보고서에 삼일회계법인과 맺은 자문 계약뿐 아니라 PwC와 체결한 계약도 함께 공시하는 식이다. 

이는 감사 독립성을 높이기 위한 조치다. 금감원 관계자는 "2025년부터 A회계법인이 감사를 하는데 네트워크 법인이 컨설팅을 할 수 없도록 공인회계사 윤리기준이 바뀌었다"며 "앞으로는 공시범위를 넓혀 감사인과 관련있는 네트워크 회계법인과 거래 정보도 공시해야 하니 (감사 독립성을 훼손하는) 거래를 사실상 하기 어려워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회계업계 관계자는 "네트워크 법인의 정의가 명확하지 않아 논란이 있었는데 규정이 강화되면서 혼란의 여지가 사라졌다"며 "공시 범위가 넓어지면 상장사가 감사인의 네트워크 법인 대신 다른 곳과 계약하도록 유도하는 효과는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모회사 감사인이 자회사 컨설팅 해주면?…국내외 기준 온도차

일각에선 이번 공시 강화와 함께 비감사용역에 대한 실무 지침을 전반적으로 같이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현재 국내 기준에 따르면 회사가 회계법인에 컨설팅 용역을 맡기려면 양사가 협의한 뒤 모회사에 통보만 하면 된다. 그러나 2022년부터 개정된 국제 기준에 따라서는 모회사 감사위원회의 사전 합의를 거쳐야한다. 모회사가 자회사의 외부감사인과 컨설팅 계약을 맺을 때에도 자회사 감사위원회의 사전 합의 과정을 거쳐야 한다. 

한국공인회계사회의 지원을 받아 지난 3월 작성된 보고서에 따르면 최근 국내 회사의 해외법인이 컨설팅 계약을 맺을 때 모회사 감사위원회나 지배기구에 사전 합의를 요청하는 사례가 발생하고 있다. 그러나 정작 국내에는 관련 규정이 없어 실무선상에서 혼란이 빚어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에 일부 기업은 별도로 감사위를 열어 승인을 받을 필요가 없는 용역 범위를 사전에 정하는 식으로 대응하고 있다.  

저자인 신일항 가천대학교 경영대학 교수는 보고서를 통해 "혼란스러운 실무 현황을 고려할 때 사전 합의 규정의 도입을 검토해야 할 시점"이라며 "감독당국과의 논의를 거쳐 회계법인이 연결 종속회사에 비감사업무를 진행하는 경우, 모회사 지배기구와 사전 합의 절차로 자회사 감사위원회 동의 절차를 대체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김범준 가톨릭대학교 회계학과 교수는 "모회사 컨설팅을 하면서 동시에 자회사 재무제표에 대해 회계감사를 할 수 있는지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며 "해외에선 이를 엄격히 규제하고 있어 국내 기준도 이를 따라갈지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그러면서도 "다만 독립성을 강화한다는 명분으로 컨설팅을 한 회계법인과 그 네트워크 법인이 감사를 아예 할 수 없도록 규제할 경우엔 감사 전문성이 떨어지는 문제가 생길 수 있어 감사위원회의 판단 영역에 남겨두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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