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집부리던 MS, '윈도8' 개선판 내놓기로

  • 2013.05.08(수) 11:47

17년 역사 '시작버튼' 되살릴 듯

스티브 발머 마이크로소프트(MS) 최고경영자(CEO)는 지난해 2월 터치 기능으로 무장한 새로운 운영체제(OS) ‘윈도8’을 공개하면서 “이 제품에 회사 명운을 건다"고 밝힌 바 있다. 발머 CEO는 윈도8이 "MS에 가장 중요한 제품"이라며 "화려한 타일로 이뤄진 인터페이스가 기존 PC 환경을 대체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발머의 자신만만함은 오래가지 않았다. 지난해 10월 출시된 윈도8은 나오자마자 사용하기 어렵다는 이용자들 불만에 휩싸였다. 새 OS가 태블릿PC를 너무 의식한 탓에 정작 데스크톱PC에선 불편하다는 지적이 쏟아진 것. 제조사들도 MS의 잘못된 판단 때문에 가뜩이나 태블릿과 스마트폰에 밀리는 데스크톱PC 시장이 침몰하고 있다고 몰아부쳤다. 윈도8 판매도 영 신통치 않자 회사 영업이익 절반을 윈도에 의존하고 있는 MS는 생각을 바꿔야 했다. 

 

▲MS는 터치 기반의 새로운 OS 윈도8을 내놓았으나 사용자들의 불만이 끊이지 않자 이전 버전에 사용했던 시작버튼을 다시 탑재한 개선판을 내놓기로 했다. 사진은 윈도8 첫화면.
결국 MS는 강점으로 내세웠던 윈도8의 주요 기능을 바꾸기로 결정했다. MS는 7일(현지시간) 윈도8의 개선판인 코드네임 '블루(blue)`의 뼈대를 몇 주 안으로 선보이겠다고 발표했다. 앞서 지난달 18일 실적발표에서 MS의 피터 클라인 MS 최고재무책임자(CFO)도 블루를 언급한 바 있다. 블루는 연내에 나올 전망이다.

 

블루에서는 윈도8에서 사라졌던 '시작버튼'이 재등장할 것으로 알려졌다. 시작버튼은 지난 17년 동안 윈도 OS에 사용됐던 MS의 상징과도 같은 기능이다. 

 

MS가 이 같이 결정한다면, 코카콜라의 '뉴 코크' 이후 최대 실패 사례로 기록될 전망이다. 코카콜라는 지난 1985년에 경쟁사 펩시가 바짝 쫓아오자 맛을 살짝 바꾼 뉴 코크를 내놨다가 소비자들 항의에 못 이겨 출시 3개월만에 포기한 적이 있다.

 

 

◇ 윈도 상징 '시작버튼' 사라지자 원성 봇물

 

MS가 시작버튼을 도입한 것은 '윈도95'를 내놓은 지난 1995년부터였다. 당시 윈도95는 도스 시대를 마무리하고 새로운 윈도 시대를 알린 창이었다. 그때부터 컴퓨터 화면 왼쪽 하단에 자리한 시작버튼은 수많은 프로그램과 거대한 목록을 손쉽게 제어할 수 있는 핵심 기능으로 자리잡았다.

 

그러다 MS는 윈도8부터 시작버튼 대신 핫스팟을 새로 도입했다. 이를 클릭하면 기존 데스크톱 화면을 새로운 타일 스타일의 이용자 환경(UI)으로 전환할 수 있다. 핫스팟을 집어넣은 것은 윈도8이 터치 방식을 기반으로 하기 때문이다. 구글 안드로이드나 애플 iOS가 모바일 OS 시장을 움켜쥐자 MS가 이에 대항하기 위한 차원에서 윈도8을 개발한 것이다. MS의 자체 스마트폰 ‘윈도폰’에 OS를 최적화하려는 의도도 담겨 있었다.

 

하지만 기존 환경에 익숙한 이용자들은 이 같은 변화를 받아들이지 못했다. 일부 이용자들은 사라진 시작버튼을 살려내기 위해 별도의 프로그램을 설치하기도 했다. 예를들어 스타트8이란 소프트웨어 업체가 만든 스타독(Stardock)을 깔면 윈도8 작업 표시줄에 윈도7 스타일의 시작 단추를 만들어 준다. 모던믹스란 소프트웨어는 윈도8에 쓰던 앱을 기존 데스크탑에서도 사용할 수 있게 환경을 고쳐준다.

 

◇ 윈도8 소비자 외면에 깡통PC까지 출현

 

윈도8이 사용하기 불편하다는 문제점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제조사들은 올해 초 데스크톱PC 세계 출하대수가 전년대비 마이너스로 돌아선 원인도 윈도8에 있다고 몰아세우고 있다. 

 

실제로 시장조사업체 IDC에 따르면 지난 1분기 세계 데스크톱 PC 출하량은 윈도8이 기대 이하란 반응과 함께 전년동기대비 14% 곤두박칠 쳤다. 이는 IDC가 1994년 관련 데이터를 집계한 이래 최악의 하락폭이다. 밥 오도넬 IDC 부사장은 "불행하게도 윈도8은 PC 시장을 되살리는데 도움을 주지 못했을 뿐더러 PC 시장이 더 둔화되는데 한몫했다"고 꼬집었다.

 

또 다른 조사업체 가트너의 마이클 실버 부사장도 "MS는 이용자들이 시작버튼 부재와 관련된 문제점을 지적했으나 듣질 않았다"라며 "절충안을 만들 수 있었으나 그렇게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국내에서도 윈도8의 이 같은 문제점 때문에 OS를 탑재 하지 않은 이른바 '깡통PC'가 출시되는 현상이 벌어지기도 했다. 사용자들이 윈도8을 꺼려하자 데스크톱이나 노트북 제조사들이 아예 OS를 깔지 않은 제품을 내놓는 것이다. 한 PC 제조 업체 관계자는 "윈도8을 탑재한 태블릿PC나 하이브리드형 PC는 많이 나가고 있으나 데스크톱 등 제품 판매는 줄고 있다"고 설명했다.

 

MS는 앞으로 이용자들 목소리에 좀더 주의를 기울이겠다는 입장이다. 테미 맬러 신임 CFO는 지난 6일 MS 내부 블로그를 통해 "블루를 통해 이용자 반응에 더욱 신경쓸 것"이라고 밝혔다. 맬러 CFO는 MS 실적 부진을 이유로 회사에서 방출된 클라인 후임으로 지난해 11월 선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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