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압수수색..5년前 '데자뷔'?

  • 2013.10.22(화) 09:30

'이석채 회장 배임 혐의' 압수수색 파장
출국금지 조치도..퇴진논란 맞물려 촉각

"5년전 KT·KTF의 모습을 보는 듯 합니다". 22일 오전 검찰 압수수색을 받은 KT 한 임원의 말이다. 이날 검찰 압수수색의 배경은 이석채 KT 회장의 배임혐의 의혹과 관련됐다. 공교롭게도 5년전인 2008년 11월 불명예 퇴진했던 남중수 전 사장도 배임수재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았다.

 

일단 겉으로 드러난 모양새가 너무 비슷하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정권이 바뀌었음에도 불구하고 최고경영자(CEO) 직을 유지하고 있는 이 회장에게 압박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란 시선도 있다. 

 

◇당황한 KT..압수수색 예측 못해

 

서울중앙지검 조사부(양호산 부장검사)는 이석채 KT 회장이 배임 혐의로 고발된 사건과 관련, 22일 오전 KT와 계열사를 압수수색했다. KT측은 지난주부터 검찰측의 압수수색 가능성을 감지하곤 있었지만 정작 이날 압수수색이 이뤄질 지에 대해선 전혀 모르고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 회장도 이날 오전 평상시와 다름없이 서초사옥을 출근했고, 이후 갑자기 압수수색이 들어왔다는 전언이다.

 

검찰은 경기도 분당 소재 KT본사, 서초사옥, 광화문사옥 등과 이 회장 및 임직원 자택 등 모두 16곳을 압수수색해 하드디스크, 회계 장부 등을 확보했다.

 

이에 앞서 지난 2월 참여연대는 KT가 스마트애드몰, OIC랭귀지비주얼, 사이버MBA 사업 등을 무리하게 추진해 수백억원의 손해를 봤다며 이 회장을 검찰에 고발한 바 있다. 또 KT가 콘텐츠 회사인 OIC랭귀지비주얼을 계열사로 편입하는 과정에서 회사에 60억원에 가까운 손해를 끼쳤다고 주장했다.

 

이달 초엔 참여연대와 전국언론노조가 이 회장이 2010년부터 지난해까지 KT 사옥 39곳을 매각하면서 감정가의 75% 정도에 해당하는 금액만 받고 팔아 회사와 투자자에 최대 869억원의 손해를 끼쳤다며 고발장을 냈다.

 

이에 대해 조사에 나섰던 검찰은 수사 과정에서 KT측의 자료 제출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서 이날 압수수색을 한 것으로 보인다. KT 관계자는 배임혐의 고발과 관련 "그간 정상적 경영판단에 따른 것이었을 뿐이고, 검찰조사에도 성실히 응해왔다"면 말을 아꼈다. 

 

◇KT "르완다 사업 우려스럽다"

 

KT측이 또 하나 우려하는 대목은 르완다 사업 건이다. 이 회장은 이번주말 부터 아프리카 르완다 출장이 예정돼 있었다. 압수수색과 함께 이 회장에 대한 출국금지 조치까지 내려져 사업에 큰 타격을 받을 수 있다는 입장이다.

 

KT 커뮤니케이션실장 김은혜 전무는 "KT 입장에선 검찰 수사에 대해 언급하기 어렵다"면서 "다만 앞으로 르완다 사업에 차질이 생기지 않을까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KT에 따르면 10월28일부터 31일까지 아프리카 르완다 수도 키갈리에서 아프리카 혁신 정상회의(Transform Africa Summit)가 열릴 예정이다. 이 행사에는 가나, 케냐, 르완다 등 아프리카 주요 10개국 정상 및 정보통신 장관들이 참석하며, 이 회장은 르완다 정부의 초청으로 통신사업과 관련 연설할 계획이다. 또 각국 정상들과의 개별 만남도 가질 예정이다.

 

KT는 그동안 르완다 통신사업에 공을 들어왔고, 이번 행사를 기회로 내년부터 3년간 LTE망을 구축하고 25년간 독점 계약을 추진하려 했다. 하지만 출국금지로 이 회장이 행사에 참석하지 못한다면 신뢰에 큰 타격을 입어, 향후 사업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다.

 

◇이석채 회장 거취 어떻게 될까

 

이번 검찰 압수수색 배경은 배임혐의다. 하지만 이 회장의 퇴진논란이 그동안 끊임없었던 터라, 앞으로 검찰수사 결과에 따라 거취문제도 달라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재계와 정치권 일각에서는 'MB 라인'으로 분류된 이 회장이 박근혜 정부 출범후에도 CEO직을 고수함에 따라 끌어내리기 위한 수순이 아니냐는 관측이다.

 

이 회장은 이명박 전 대통령 시절인 2009년 취임했다. 전임 남중수 사장의 잔여임기 몫이었다. 이어 지난해 연임에 성공하면서 오는 2015년까지 회장직을 보장받았다. 하지만 올해초 박근혜 정부가 들어서면서 끊임없이 사퇴를 종용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관련 KT의 지배구조에 대해 걱정하는 목소리도 많다. 현재 KT의 최대주주는 국민연금공단(8.65%)이고 정부는 단 한 주도 갖고 있지 않다. 2002년 정부 지분 매각 완료 뒤 KT는 순수 민영기업으로 탈바꿈 했음에도 불구하고 KT는 정권이 바뀔 때 마다 부침이 심하기 때문이다.

 

재계 한 관계자는 "차라리 KT CEO 임기를 대통령 임기와 맞추는게 좋을 듯 하다는 우스게 소리까지 나온다"면서 "특정 인물을 두둔한다기 보다 민영기업 KT의 정체성을 확립하는 일이 우선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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