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상과학(SF) 영화에서나 가능할 법한 일을 미국 인터넷 쇼핑몰 아마존이 추진하고 있다. 다만 항공법 등에 막혀 당장은 어려워 보인다.
제프 베조스 아마존 최고경영자(CEO)가 또 한번 세상을 바꿀 만한 일을 하고 있다. 얼마전 136년 역사를 자랑하는 워싱턴포스트(WP)를 인수해 주목을 받은 그가 이번엔 물류 산업에 지각 변동을 일으킬만한 혁신적 아이디어를 공개했다.

▲ 아마존이 공개한 배송용 무인 소형헬기 옥토콥터 |
베조스는 지난 1일(현지시간) 미국 CBS 방송의 인기 프로그램 '60분'에 출연해 차세대 배송 시스템 '아마존 프라임 에어(Amazon Prime Air)'를 소개했다.
이 시스템은 8개 프로펠러가 달린 '옥토콥터'라 부르는 무인 소형헬기를 이용해 인터넷으로 구입한 물건을 고객 집앞에 배달하는 것이다. 옥토콥터는 10마일(16km) 정도를 비행할 수 있다. 육로가 아닌 하늘길로 배달하기 때문에 시간을 획기적으로 단축할 수 있다.
베조스 CEO는 옥토콥터가 아마존 물류 창고에서 물건을 실어 주문자 집 앞마당까지 배달하는 동영상을 공개하기도 했다.
동영상에 따르면, 고객이 태블릿PC로 아마존닷컴 홈페이지에서 물건을 고른 후 '프라임에어 30분 배달' 버튼을 선택하면 아마존 물류창고에서 직원이 해당 제품을 노란색 상자에 담아 컨베이어 벨트에 올려놓는다. 컨베이어 벨트를 따라 내려온 노란색 상자는 옥토콥터에 전달, 옥토콥터 가운데 집게 부분에 자동으로 걸린다. 이후 옥토콥터는 상자를 싣고 배송창고를 출발해 고객 집앞 마당까지 비행, 상자를 떨어뜨리고 다시 배송창고로 날아간다.
현재 배달 가능한 상품은 책이나 피자 등 가벼운 것만 가능하고 무거운 상품은 기존 방식대로 육로로 배달한다. 아마존은 자사 택배 물량의 96%를 차지하는 무게 2.36kg(5파운드) 이내의 제품을 옥토콥터에 맡길 계획이다. 아마존은 현재 세계에 100개 이상의 물류창고를 확보했다.
베조스 CEO는 이 시스템이 앞으로 4~5년 내에 준비될 것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미국 연방항공청(FAA)에 허락을 받는 것만 남았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베조스의 계획은 미국 항공법에 걸려 당장은 어려워 보인다. FAA는 아직 무인항공기 '드론'의 상업적 사용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완성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2일 블룸버그통신은 FAA 관계자를 인용해 현재 미국에선 사람이 조정하지 않고 컴퓨터로 비행하는 드론의 운영을 금지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전문가들도 드론을 이용한 배송 시스템이 상용화되지 못할 것으로 보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미국 무인교통 시스템협회의 벤 길로 자문위원은 "아마존의 옥토콥터 같은 소형 드론은 인적이 드문 곳에서 사람의 시야 내에서만 비행할 수 있는 별개의 규정을 받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상업용 목적의 배송시스템이 허용될 지는 불확실하다"고 말했다.
무인 비행산업이 안정성이나 신뢰성 측면에서 인정을 받기 위해선 적어도 10년이 걸릴 것이란 지적도 나왔다. MIT 대학의 존 핸스맨 항공학 교수는 "드론을 이용한 배달 시스템은 아직 초기 단계라 비용이 너무 많이 들어갈 것"이라며 "실제적으로는 긴급 의료용품 수송 등에 사용될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