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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트-업]실리콘밸리로 날아간 해커 'SE웍스'

  • 2014.02.02(일) 10:44

'화이트해커' 출신 홍민표씨, 美 보안시장 공략
안드로이드 플랫폼 영역 확대..앱 보안 부각

인기 스마트폰게임 '아이러브커피'를 개발한 파티게임즈는 지난해 중국 시장에 진출했다가 황당한 경험을 했다. 자사 게임을 노골적으로 베낀 짝퉁이 버젓이 서비스되고 있었기 때문이다. '커피러버'란 이 불법 복제게임은 아이러브커피의 기본 방식이나 배경은 물론 아이콘 이미지, 아이템 구매 방법 등 세세한 부분까지 그대로 따라했다. 원본 게임의 속살을 들여다보지 않고서는 불가능한 일이다. 

 

스마트폰 응용프로그램(애플리케이션, 앱)의 설계도인 프로그래밍 언어를 베낀 짝퉁 버전이 돌아다니는 것은 비단 이 회사만의 문제는 아니다. 앱 개발자라면 누구나 비슷한 고민을 할 정도로, 스마트폰 시장의 성장에 비해 모바일 보안은 취약한 분야 중 하나다. 앱 자체를 보호하기 위한 보안 서비스가 점차 주목 받는 이유다. 

 

◇앱 설계도 유출 막는 '메두사'


스타트업 기업 SE웍스는 모바일 보안을 주력으로 한다. 이 회사가 만든 '메두사(MEDUSAH)'는 앱을 해커나 외부 개발자가 들여다보지 못하도록 막아준다. 앱의 '소스코드' 내용을 외부인이 읽기 어렵게 만드는 '난독화' 기술이 핵심 경쟁력이다.

 

보통 앱 개발자들도 소스코드 노출을 막기 위해 앱을 개발할 때 난독화 작업을 거친다. 이렇게 보안에 신경 쓰면 앱의 용량이 지나치게 무거워질 수 밖에 없다. 개발자들은 보안성을 살리느냐 앱 용량을 가볍게 가져 가느냐 고민하다 후자를 선택할 때가 많다고 한다.

▲ SE웍스의 주력 모바일 보안 서비스인 메두사(www.medusah.net) 사이트 첫화면.


메두사는 완성된 앱에 방어막을 입히는 방식이라 앱 용량이 비대해지는 문제를 해결한다. 개발을 마친 앱을 앱스토어 같은 온라인 장터에 배포하기 직전에 보호막을 '덮어 씌우는' 것이다. 음식에 비유하면 녹은 치즈(메두사)에 빵(앱)을 담가 먹는 스위스 '퐁뒤'라 할 수 있다. 쉽고 간단한 작업만으로 앱을 보호하는 것이 메두사의 장점이다.

 

메두사 개발을 이끈 홍민표 SE웍스 대표는 '화이트(선의의) 해커' 출신이다. 국내 보안 업계에서도 '해커 홍민표'는 유명하다. 홍 대표가 만든 와우해커란 집단은 '해커들의 월드컵'이라 불리는 '데프콘' 본선에 4회 연속 진출하기도 했다. 실력이 워낙 쟁쟁한 사람들이 모여 있다 보니 외부 투자자의 관심도 높다. SE웍스는 지난해 패스트트랙아시아를 시작해 소프트뱅크벤처스와 퀄컴벤처스로부터 총 20억원을 투자받았다.  

 

홍 대표는 SE웍스를 지난 2012년 12월 창업했다. 그가 보안 업체를 차린 것은 SE웍스가 처음은 아니다. 지난 2008년 쉬프트웍스를 설립했다가 2년 후에 코스닥 상장사 인프라웨어에 회사를 넘겼다. 국내 보안 시장은 기술력보다 브랜드 인지도를 먼저 따지기 때문에 신생 업체의 '홀로서기' 가 어렵다고 판단해서다. 

 

이후 홍 대표는 시프트웍스 원년 멤버 등 10여명과 함께 지금의 SE웍스를 창업하고 다시 보안 시장에 뛰어들었다. 이번엔 독자 생존 방법을 찾을 계획이다. 홍 대표가 국내가 아닌 미국 시장으로 눈을 돌린 이유는 이 때문이다.

 

◇한국과 미국 오가며 사업

 

홍 대표는 지난해 10월 직원 한명과 함께 미국 실리콘밸리로 날아가 현지법인 설립 작업을 하고 있다. 한국 업체란 꼬리표를 떼고 '실리콘밸리' 타이틀을 달아 사업을 하는 게 낫다고 판단해서다. 홍 대표는 올 한해에도 한국과 미국을 번갈아 가며 영업을 할 계획이다. 

 

▲ 홍민표 SE웍스 대표.

 

지난 23일 역삼동 본사에서 화상 통화를 통해 만난 홍 대표는 실리콘밸리 진출 이유에 대해 "메두사가 국내보다 글로벌 시장을 겨냥해 만든 서비스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어렸을 때부터 실리콘밸리를 동경한 것도 '미국 진출'을 결심한 배경이라고 한다.

 

미국 캘리포니아주에 있는 실리콘밸리는 마이크로소프트(MS)를 비롯해 시스코, 애플, 오라클, 휴랫팩커드(HP), 구글 등 세계 IT 산업을 주무르는 기업들이 터를 잡고 있는 곳이다. IT 업계에 몸담고 있는 사람들은 이 곳을 '성지'로 여긴다.
 
홍 대표는 "국내 보안 시장에선 회사 간판이나 업력, 직원수 같이 외형을 주로 따지는 반면 실리콘밸리에선 기술력을 우대한다"고 말했다. 기술력을 인정 받으면 오히려 한국보다 쉽게 공략할 수 있는 사업적 이점이 있다는 의미다. 

 

홍 대표는 이를 위해 발품을 팔아 기업 보안 관계자를 직접 만나는 그야말로 '맨땅에 헤딩하기' 전략으로 시장을 파고들고 있다. 반응은 좋은 편이다. 그는 "기업 관계자를 만나 제품에 대해 설명하면 설령 그 기업에서 구매를 안한다 해도 업계에 입소문이 퍼지기 때문에 사업하기가 오히려 편하다"고 말했다.

 

◇모바일 금융 앱에도 필수

 

메두사는 게임을 비롯해 금융이나 교육 등 모든 종류의 앱에 적용할 수 있다. 특히 보안이 생명인 금융 앱에 필수다. 인터넷뱅킹 같은 금융 서비스 하나만 해도 키보드 입력부터 서버·통신, 데이터베이스(DB) 등에 이르기까지 정보가 흐르는 모든 단위마다 보안으로 무장해야 한다.

 

홍 대표는 스마트폰으로 금융 거래를 하는 사람이 늘어나면서 금융 앱 자체도 보안 작업이 필요하다고 소개했다. 모바일이 아직 초기 단계라 앱 보안 자체에 신경을 덜 쓰는 경향이 있으나 앞으로는 관심이 깊어질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당장 국내서만 해도 주요 카드사의 고객 정보가 유출되면서 온 나라가 발칵 뒤집어진 상황이다. 


홍 대표는 "스마트폰 보급으로 모바일 보안이 새로운 기술 트렌드로 자리매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특히 앱은 안드로이드 운영체제(OS) 플랫폼이 있는 곳이면 어디든 따라 가기 때문에 스마트폰 외에도 적용될 분야가 많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구글은 자사 안드로이드 OS를 스마트폰이나 태블릿PC는 물론 노트북(크롬북)이나 TV, 냉장고 등 가전제품에도 넣고 있다. 최근에는 현대차와 아우디, GM, 혼다 등과 동맹을 구성해 자동차 인포테인먼트(정보·오락) 시스템과 모바일 IT기기를 연동시키는 '스마트카'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앱이 스마트폰 뿐만 일상 생활에 침투하면서 영역을 확대하고 있는 것이다. 홍 대표가 국내가 아닌 실리콘밸리를 공략하는 것은 변하는 IT 기술 트렌드에 가장 발 빠르게 대응하면서 시장을 선점하려는 포석을 깔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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