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가 오는 24일까지 특별명예퇴직 신청을 받고 있다. 회사측에선 지난 2003년(5500명)과 2009년(5900명) 당시와 비슷한 6000여명이 회사를 떠날 것으로 보고 있다.
KT는 이에 맞춰 지난 15일 10억달러(약 1조429억원)의 해외채권을 발행했다. 이 자금 중 상당부분이 명예퇴직금으로 쓰일 예정이다. 증권업계에서는 명퇴 신청자가 6000명에 달할 경우 9000억원의 명퇴금이 필요하다는 분석이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KT가 추가 자금을 마련해야 할지도 모른다는 얘기를 하고 있다. 명퇴신청자가 6000명을 넘어설 수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는 4가지 설득력 있는 이유가 있다.

▲ KT가 특별명예퇴직을 발표했던 지난 8일 오후 서울 광화문사옥 모습 / 이명근 기자 qwe123@ |
◇대학 학자금 지원 폐지
일반적인 조직 논리상 후배가 상급자로 진급하면 스스로 퇴사하는 일이 많다. 후배가 선배에게 업무지시를 내리는 것이 껄끄럽고, 주변 동료들도 입장이 애매모호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년퇴임이 가능하다면 자존심을 버리고 끝까지 자리를 지키는 경우가 있다. 바로 자녀 학자금 지원을 받기 위해서다. 입사 20∼30년차 직원들은 자녀가 대학생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대학교 한 학기 학비가 400만원 정도임을 감안하면 졸업 때 까지 3000만원 이상 비용이 든다.
자녀 학자금 지원은 직장인으로선 큰 혜택이다. 그러나 KT는 이번에 어려운 경영상황을 고려해 대학 학자금지원제도 폐지 등 일부 복지제도도 개편한다고 선언했다.
◇내년 임금피크제 도입
임금피크제는 일정 연령이 된 근로자의 임금을 삭감하는 대신 정년까지 고용을 보장하는 제도를 말한다. 현재 미국·일본·유럽 등 일부 선진국에서 선택적으로 적용되고 있고, 우리나라에서도 확산되고 있다.
KT는 이번 특별명예퇴직 발표와 함께 지속적인 인건비 부담을 줄이기 위해 내년 1월1일부터 임금피크제를 도입, 정년이 되기 전 일정 기간부터 연봉을 대폭 줄이는 방안을 시행한다고 밝혔다.
이 경우 특별명예퇴직 대상자들은 복잡한 계산에 들어갈 수 밖에 없다. 자신이 얼마나 더 직장생활을 할 수 있는지, 그에 따른 기대수익은 얼마인지, 만약 이번에 특별명예퇴직을 신청하면 일시금으로 얼마를 받을 수 있는지, KT 떠나면 재취업 등 제2 인생설계는 가능한지 등을 따져보게 된다.
◇업무재편 '일부 본사 업무 자회사로'
황창규 KT 회장이 특별명예퇴직 이외에도 노조와 단판을 지은 것이 또 있다. 본사가 갖고 있는 일부 업무를 계열사로 이관시켰다. 업무가 이관되면 해당 업무 담당자도 계열사로 이동하거나 회사를 떠나야 한다.
KT 관계자는 "오는 5월부터 현장 영업, 개통, AS 및 플라자 업무(지사 영업창구 업무)는 KT M&S, KTIS, KTCS, ITS 7개 법인 등 계열사로 위탁된다"면서 "이는 유선매출 급감 및 무선가입자 감소, 인건비 증가 등 어려운 경영환경을 고려한 사업합리화 차원의 조치다"고 말했다.
KT 본사 직원입장에선 계열사로 옮겨진 뒤 또 다시 계열사 차원의 구조조정 대상에 포함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이 따른다. 계열사 수익이 악화될 경우 회사 자체가 존폐를 결정해야 될 수도 있다. 마찬가지로 이번에 특별명예퇴직을 선택할지 말지 고민하게 만드는 요인이다.
◇특별명퇴 이번이 마지막?
KT는 매년 분기별로 명예퇴직 신청을 받아왔다. 명퇴조건은 일반적인 수준이다. 하지만 이번에는 특별명예퇴직이다. '특별'이란 단어가 붙은 이유는 조건이 다르기 때문이다. 이번에 명퇴하는 직원들은 근속기간 및 정년 잔여기간에 따라 명예퇴직금을 지급받는다.
특히 개인의 선택에 따라 추가로 가산금을 받거나 KT M&S 등 그룹 계열사에서 2년 간 근무할 수도 있다. 이를 통해 퇴직금 이외에 받을 수 있는 총 금액은 평균적으로 퇴직 전 급여의 2년치 수준이다. 이는 지난 2009년 시행했던 명퇴 시 지급했던 금액보다 더 많은 수준이다.
KT 관계자는 "이번 명퇴는 2009년 대비 상향된 명퇴금을 지급하는 것은 물론 일률적인 퇴직이 아니라 직원의 자유로운 선택에 따라 그룹사인 KT M&S나 고객서비스 법인인 ITS에 재취업 할 수도 있어 직원들이 퇴직 이후의 삶을 설계하는 데 한층 유용하다"고 밝혔다.
더불어 KT는 이번 특별명퇴 이후 추가적인 구조조정을 안할 방침이다. 남아있는 직원들의 사기진작을 위해선 추가적인 구조조정이 없다는 시그널을 확실하게 심어주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명퇴금으로 목돈을 만질 수 있는 마지막 기회일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4월10일부터 24일까지 명퇴 희망자 접수를 받고, 25일 인사위원회 심의를 거쳐 30일 퇴직 발령하는 일정"이라면서 "경우에 따라선 명퇴신청자가 6000명을 넘어서 1만여명에 달할 수도 있을 전망이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