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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색되기 싫다".. '잊혀질 권리' 제정 본격화

  • 2014.06.16(월) 17:48

방통위, 법제화 위해 컨퍼런스 개최
"현재 법으로도 충분" 신중론 많아

온라인 상에 지우고픈 자신의 과거 발언이나 사진이 있다면 어디서부터 손을 써야할까. 자신이 작성한 콘텐츠 원본은 일단 삭제했는데 이미 다른 사람이 퍼나르거나 인용했다면 어떻게 해결해야 하나. 이와 관련해 유럽연합(EU) 법원이 지난달 13일 이른바 '잊혀질 권리'를 인정하는 첫 판결을 내리면서 국내에서도 법률로 정하자는 움직임이 본격적으로 일어나고 있다.

 

방송통신위원회는 16일 양재 엘타워에서 '2014 온라인 개인정보보호 컨퍼런스'를 열었다. 이날 컨퍼런스에는 '우리법상 잊혀질 권리의 인정문제와 법제화 영향'이라는 제목의 섹션으로 학계와 업계 및 소비자단체 관계자들이 모여 의견을 모았다.

 

이날 행사는 잊혀질 권리를 법제화하기 위한 논의를 시작하는 자리인 만큼 다양한 의견이 제시되었다. 언론보도 등 표현의 자유나 공익을 위한 정보보존의 필요성, 기술적 한계 등 고려해야 할 핵심적 쟁점이 다뤄졌다.

▲ 방송통신위원회는 16일 양재 엘타워에서 '2014 온라인 개인정보보호 컨퍼런스'를 열고 학계와 업계, 소비자단체 관계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잊혀질 권리에 대한 의견을 모았다.

 

 

◇ 학계 "EU, 사생활보호에 중점..국내 도입 신중해야"

 

학계에서는 EU법원의 잊혀질 권리 판결에 대해 표현의 자유나 정보의 자유보다 프라이버시권(사생활비밀보호권)이 우선한 것이라는데 의의를 뒀다. 다만 국내에서도 정보통신망법상 사생활침해 정보를 삭제할 수 있는 법안이 마련돼 있어 신중하게 법제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발제에 나선 정찬모 인하대 법학전문대 교수는 EU 법원의 판결에 대해 "개인정보가 법적으로 문제없이 공표된 결과물에 기초한 것이라 해도 표현의 자유나 정보의 자유보다 프라이버시권이 우선할 수 있으며, 이에 따라 정보주체의 권리를 강조했다"고 평가했다.

 

아울러 "법원이 잊혀질 권리를 직접적으로 인정한 것은 아니나 시간이 지남에 따라 개인정보에 적절성에 대한 판단이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을 해석한 것"이라며 "간접적으로 잊혀질 권리에 대한 주장을 인용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EU의 기본권 헌장에서는 프라이버시나 개인정보보호 뿐만 아니라 '표현의 자유'도 규정하고 있다는 것을 것을 언급하면서 "EU법원이 개인정보보호 이념에 집착해 표현의 자유와 알권리 같은 다른 법과 균형을 무너뜨린 것이 아닌가"라며 우려를 제기하기도 했다. 또한 잊혀질 권리의 법리가 실제 기술적 행정적으로 적용하는 것이 쉽지 않으며, 검색 업체들에 과중한 부담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정 교수는 "잊혀질 권리의 국내 도입은 신중해야 하며 일단은 지금의 정보통신망법의 사생활침해 정보에 대한 삭제요청권 운용을 재점검하는 수준에서 대응하는 것이 적절하다"라고 말했다.

 

◇ "논란 있을 수 있어..새로운 입법으로 명확한 규정 필요"

 

잊혀질 권리가 국내 사정에 맞게 적용되기 위해서는 법리적으로 해결해야 할 부분이 많다는 의견도 나왔다. 김경환 법무법인 민후 변호사는 "개인정보보호법 제36조 37조를 잊혀질 권리의 근거 조문으로 볼 여지는 있다"라며 "다만 이 권리의 인정 여부에 대해 지속적으로 논란이 있을 수 있어 새로운 명문의 입법을 통해 명확한 근거 규정을 도입하는 게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잊혀질 권리는 자칫 검색 업체에 부담을 줄 수 있다는 점에서 각 나라별로 접근법이 다르다. 구글의 '안방'인 미국에서는 자국 인터넷 기업들을 보호하기 위해 잊혀질 권리보다 표현의 자유에 더 무게를 두고 있는 반면, 유럽에서는 이번 EU법원 판결에서도 드러나듯 프라이버시권을 우선시하고 있다.

 

이에 대해 지성우 성균관대 교수는 "미국은 구글이라는 자국 검색업체를 갖고 있어 보호하려는, 반대로 EU는 구글이 확보한 개인정보 영향력에서 벗어나려는 시도로 보인다"라고 분석했다. 지 교수는 "구글은 현재 유일하게 우리나라 검색시장을 장악하지 못하고 있어 만약 잊혀질 권리가 적용되면 네이버나 다음에만 규제하는 셈"이라며 "해외 포털에 어떻게 적용할지 먼저 규정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 업계 "현재 법으로 충분".."검색되지 않을 권리부터"

 

검색 사업자측에서도 지금의 정보통신망법으로도 잊혀질 권리를 충분히 누릴 수 있기 때문에 신중하게 다뤄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포털 네이트를 운영하는 SK컴즈의 김태열 고객인프라팀장은 "이미 국내에서는 정보통신망법 44조에 의거해 삭제 및 임시조치 등 법적조치가 마련돼 있다"라며 "포털 3사는 지난해 총 22만건의 사생활 침해 게시물을 삭제했고 신청건수는 계속 늘어나는 추세라서 잊혀질 권리가 충분히 시행되고 있다"고 말했다.

 

김 팀장은 특히 본인확인이 어려운 망자에 대한 잊혀질 권리를 시행하는 것이 어렵다고 토로하기도 했다. 김 팀장은 "망자의 정보를 삭제하기 위해선 유가족이 사망진단서나 본인확인을 제출해 삭제하는데 망자가 비실명으로 가입할 경우 확인할 방법이 없다"라며 "망자에 대한 잊혀질 권리에 대한 법적 제도적 장치가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소비자단체에서는 이용자가 잊혀질 권리를 말하기에 앞서 검색되지 않을 권리부터 찾아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윤주희 소비자시민모임 위원장은 "잊혀질 권리 논의에서 간과되고 있는 것은 이용자 정보가 '수집되지 않게 하는 권리'도 있어야 한다는 것"이라며 "사물인터넷이나 건강관리 전자제품이 활성화되고 있어 의도하지 않게 내 정보가 나도 몰래 검색될 수 있다"고 우려하기도 했다.

 

한편 방통위는 잊혀질 권리 법제화를 위해 분야별 전문가로 연구반을 구성, 업계 현황과 해외 사례 등을 분석해 개인정보의 삭제 요청 범위 등 법령 개정 방안을 도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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