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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인터넷의 아버지'로 불리는 전길남 한국과학기술원(KAIST) 명예교수는 우리나라가 인터넷 강국으로 성장할 수 있었던 근원적 힘으로 '산학연의 지원'을 꼽았다.
전 교수는 19일 광화문 KT 올레스퀘어에서 '대한민국 인터넷 상용화 20주년과 기가(GiGA) 시대'라는 주제로 열린 포럼에서 이 같이 말했다.
우리나라에서 인터넷이 최초로 연결된 것은 지난 1982년이다. 아시아에서는 최초이며, 개발도상국이 이뤄낸 성과로는 꿈 같은 일이었다. 하지만 그 이후의 일이 문제였다. 정부가 당시 돈으로 연간 20만불 이상 드는 연구 개발비에 난색을 표하자 자칫 표류할 수 있었던 것이다. 이때 선뜻 손을 든 것이 KT였다고 한다.
전 교수는 "자금 여유가 없어 연구개발을 계속하는 것이 굉장히 어려웠는데 KT가 데이콤, 삼성, LG 및 대학들을 하나로 묶어 컨소시엄을 만들고 연구비용을 대줬다"며 "그때 지원을 제대로 못 받았으면 국내 인터넷 기술은 가라앉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당시에는 모두 경제적 여유가 없었으나 인터넷을 계속 개발해야 한다는 목표를 가졌던 것 같다"라며 "산학연이 똘똘 뭉쳐 개발을 중간에 멈추지 않고 꾸준히 이어갈 수 있게 한 것은 지금 생각해보면 굉장한 일"이라고 평가햇다.
전 교수는 KT가 컨소시엄을 주도했었던 것이 훗날 KT의 '최초 인터넷 상용화' 등 성과로 이어진 계기가 됐다고 설명했다. 전 교수는 "KT는 컨소시엄을 주관하면서 바로 인터넷 상용화를 준비했다"라며 "이때 축적한 노하우를 활용해 1994년에 최초의 국내 인터넷 서비스 상용화를 시작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원래 인터넷은 미국에서 출발했다. 미국은 정부 지원으로 1969년에 컴퓨터끼리의 연결인 '아르파넷(ARPANET)'을 성공했다. 후발 주자인 한국이 미국을 제치고 지금의 인터넷 강국으로 올라선 배경은 통신사들간의 치열한 경쟁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전 교수는 강조했다.
전 교수는 "멕시코의 경우 유무선 통신 시장을 하나의 회사가 거의 장악할 정도로 하나의 사업자로 쏠림이 심하다"라며 "반면 우리나라는 여러 통신사들간 경쟁 체제가 마련돼 있어 인터넷 발전이 더 빨랐다"라고 소개했다.
전 교수는 인터넷 강국에서 선진국으로 질적인 발전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인터넷 사각지대를 없애고 맹인 등 신체 장애인을 위한 서비스 마련에 힘써야 한다고 말했다. 보안과 사생활 보호 문제 및 인터넷 거버넌스(관리체계) 이슈도 해결해야 진정한 인터넷 선진국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인터넷 품질 개선도 주문했다. 전 교수는 "사람들이 벤츠와 렉서스 같이 비싼 자동차를 사는 이유는 품질을 믿기 때문"이라며 "가입자수를 가지고 경쟁하는 시대는 지났고 안전하고 믿을 수는 브랜드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