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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억짜리 소송`에 목숨거는 T맵-김기사..왜?

  • 2015.11.03(화) 16:48

김기사서 발견된 T맵 워터마크 쟁점
여론전→ 감정싸움 → 법정다툼 비화
업계 "카카오와 SK플래닛 사업영역 충돌"

 

T맵 서비스를 제공하는 SK플래닛이 카카오에 인수된 록앤올 김기사 서비스에 대해 지식재산권 침해 소송을 제기하면서 표면화된 양사간 대립이 깊어지고 있다.

 

SK플래닛은 실제 존재하지 않으나 지식재산권 침해여부를 파악하기 위해 T맵 전자지도에 몰래 삽입해 놓은 지명까지 김기사가 베꼈다고 주장하고 있는 반면, 록앤올은 지명입력은 수작업을 진행되는 부분이 많아 단순 실수일 뿐 지식재산권 침해는 아니라는 반론이다.
 
특히 양사가 언론을 통해 각사 입장을 적극적으로 알리고 있어, 법정에서 진실이 가려지기 전 여론재판부터 벌어지는 분위기다. 이번 민사소송 피해보상액은 5억원에 불과하다. 즉 이번 싸움은 돈 문제가 아니라 기업 이미지, 나아가 서비스 점유율을 둘러싼 1·2위간 갈등이 핵심이라는 분석이다. 

 

◇지도DB 계약관계서 갈등시작

 

SK플래닛은 2011년부터 T맵의 주요서비스를 플랫폼화해 공개했고, 김기사 앱을 개발한 록앤올과도 계약을 체결했다. 계약에 따라 SK플래닛이 제공한 정보는 지도표출용 배경지도정보, 경로계산용 도로네트워크정보, POI정보(Point of Interest 목적지명칭·주소), 안전운전안내정보 등이다. 이는 내비게이션 서비스를 위한 전자지도 데이터베이스(DB)다. 계약기간은 2011년 1월1일부터 1년 단위로 갱신됐고, 2015년 6월말까지 이어졌다. 여기까지는 양사간 이견이 없는 사안이다.

 

하지만 계약 과정에서의 비하인드 스토리부터는 의견이 엇갈린다. 

 

▲ 박종환 록앤올 대표가 3일 서울 역삼동 라인빌딩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박종환 록앤올 공동대표는 3일 기자회견을 통해 "2011년 3월부터 2015년 6월까지 SK플래닛의 전자지도DB를 사용해 김기사를 서비스했다"면서 "4년여 계약기간 동안 SK플래닛은 수시로 지도 제공을 중단하겠다고 압박했고, 그 과정에서 계약가격은 첫 계약금액 대비 3.75배까지 인상됐다"고 말했다. 박 대표는 "SK플래닛의 조건을 수용하지 않으면 서비스를 중단해야 해 어쩔수 없이 동의했다"면서 "벤처하면서 힘든 점은 기술개발이 아니라 영업 이었다"고 토로했다.

 

박 대표는 이어 "마지막으로 2014년초 1년짜리 계약연장을 했으나, 그해 3월 SK플래닛이 돌연 계약해지를 통보해왔다"면서 "록앤올은 아직 자체지도를 완성하지 못해 2014년말까지 계약을 희망했고, 결국 6개월 계약기간 추가에 합의해 2015년 6월말 계약종료로 함께 T맵 전자지도DB를 삭제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SK플래닛 측은 "양사간 계약가격은 시중 가격의 절반도 안될 정도로 저렴했다"면서 가격횡보가 아니라는 점을 강조했다. 실제로 양사간 계약가격은 첫해 월 400만원, 마지막해 월 1500만원 수준에 불과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록앤올이 감당할 수 없을 정도의 큰 비용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SK플래닛은 또 "전자지도DB는 KT·LG유플러스 등 여러 사업자들이 제공하고 있는 만큼, SK플래닛의 독점서비스가 아니다"면서 "록앤올의 경우 SK플래닛 계약조건이 싫으면 얼마든지 다른 서비스 업체로 이전할 수 있는 문제였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양사 합의에 따라 2014년 8월말 T맵 DB사용계약 종료 후 통상 유예기간(6개월) 보다 긴 10개월간의 유예기간 및 3개월간의 추가유예기간을 줬지만, 유예기간 종료 이후에도 김기사 서비스에서 T맵 전자지도DB 고유의 디지털 워터마크(Digital Watermark)가 다수 발견됐다고 밝혔다. 

 

결국 양사간 지도DB 계약이 이뤄졌고, 계약조건에 따라 연장여부를 결정하는 과정에서 갈등이 발생했던 것으로 보인다.

 

◇'갑을관계' 존재했을까

 

박종환 대표는 "부당한 가격인상은 저희만 당하는 게 아닐 것이다"면서 "많은 스타트업들을 보면 (대기업과의 관계에서) 비슷한 상황이다"고 말했다. 즉 SK플래닛이라는 대기업과 스타트업이라는 록앤올 사이에 갑을관계가 형성됐다는 얘기다.

 

박 대표는 "2012년부터 김기사 서비스가 성장세를 타고 언론에 등장하다보니 SK플래닛으로부터 공급계약을 중단하겠다는 전화를 여러번 받았는데, 그때마다 사정해서 철회했을 정도"라면서 "대기업의 지도DB를 이용한다는 이유만으로 압박받는게 힘들었다"고 표현했다.

 

스타트업 입장에서 이미 앱을 개발해 수 백만 명에게 서비스를 시작했는데, 갑자기 지도DB를 바꾸는게 어려웠다는 설명이다. 타사 지도DB로 바꿀 경우 6개월 이상 소요되는데, 자사 여건상 물리적으로 어려웠다는 해명이다.

 

반면 SK플래닛은 '갑을관계'가 있었다면 오히려 지도DB를 구입하는 록앤올 측이 '갑'이었다고 반박했다. 상식적으로 여러 물품이 진열된 마트에서 특정제품을 선택하는 소비자가 갑이지 공급자가 갑이 될 순 없다는 논리다.

 

현재 SK플래닛은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르노삼성자동차 등 국내외 업체들에게 T맵 전자지도DB를 판매 중이며, SK플래닛 같은 서비스 회사들은 여럿 있다. 록앤올의 경우 시작은 스타트업이었지만 카카오에 인수되면서 대기업 계열에 편입돼 `신분`이 바뀌었다. 

 

업계 관계자는 "김기사의 시작은 작은 벤처형태 였지만 성장을 거듭하면서 T맵의 1위 자리까지 노릴 상황이 되자, T맵이 견제에 들어간 것"이라면서 "게다가 김기사를 서비스중인 록앤올이 카카오에 인수되면서 SK플래닛의 다양한 사업영역과 충돌되는 현상이 발생하고 있는 만큼, 양사간 소송은 예견된 일이었다"고 말했다.  

 

◇지식재산권 침해여부로 귀결

 

양사간 계약관계 갈등 및 부당거래 여부는 시시비비를 가리기 힘들다. 일각에선 감정싸움일뿐 법적소송에선 본질을 벗어난 여론전에 불과하다는 평가다. 이에 따라 지식재산권을 침해했는지 진실공방에 촛점이 모이고 있다.

 

▲ SK플래닛이 지식재산권 침해를 주장하고 있는 디지털 워터마크 자료. (윗쪽부터)실제 존재하지 않는 '성웅교' 지명과 백령호 'V'홈 모양을 김기사가 그대로 따라했다는 설명이다. [자료=SK플래닛]

 

SK플래닛은 "김기사 측은 계약 종료된 올해 6월말 기준 T맵 전자지도 DB를 모두 삭제했다고 밝혔으나, 11월3일 현재도 다수의 T맵 전자지도 DB를 김기사가 도용했다는 증거(디지털 워터마크)가 발견됐다"고 밝혔다.

 

SK플래닛에 따르면 T맵 전자지도 DB는 충청북도 단양군 대강면 방곡리에 실제로는 존재하지 않으나 자사의 지식재산권 침해여부를 파악하기 위해 '성웅교'라는 지명을 입력해놨다. 이는 김기사 측이 공공데이터를 활용했다고 주장하는 네이버나 다음지도에도 등장하지 않는 지명이다. 하지만 김기사 지도에 보면 11월3일 오전 10시 현재까지도 '성웅교'가 나온다. 이는 단순 수작업 실수가 아니라 T맵 전자지도 DB를 사용했기 때문에 나타난 현상이란 주장이다.  

 

또 인천시 옹진군 백령면 소재 백령호 지도를 보면 실제로는 일직선으로 지형이 형성돼 있으나 T맵 전자지도 DB는 지식재산권 침해여부를 파악하기 위해 'V'모양의 홈을 만들어놨다. 이 역시 네이버 지도에는 표시되지 않는 모양이다. 하지만 김기사 지도에는 11월3일 오전 10시 현재 T맵과 동일한 지도모양이 형성돼 있다.

 

SK플래닛 관계자는 "김기사 측 주장대로 지난 6월말 T맵 전자지도DB를 일괄 삭제하고 자체 제작한 정보를 활용했다면, 단 하나의 T맵 디지털 워터마크가 발견되지 않아야 한다"면서, 지식재산권 침해가 확실하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박종환 록앤올 공동대표는 "SK플래닛이 지명 오타를 갖고 디지털 워터마크라 주장하는데, 세상에는 100% 완벽한 지도가 없다"면서 "오타가 있을 수 있다"고 해명했다. 그는 "통상 지도작업은 수작업 부분이 많으며, 우리 작업자가 지명입력을 수기로 작업하면서 여러군데(구글·포털·공공DB)를 참고 했을테고, 그 과정에서 오타가 일치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즉 지명 오타는 우연의 일치일 뿐 지식재산권 침해는 아니라는 주장이다. 

 

다만 수 백만 건의 지도지명 중 왜 하필 T맵 전자지도 DB가 디지털 워터마크로 심어놓은 오타지명과 일치했는지 여부에 대해선 해명이 명확치 않다. 지식재산권 침해여부는 앞으로 법정 공방에서 밝혀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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