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말 서울 을지로 SK텔레콤 본사 수펙스홀. 조환익 한국전력 사장이 SK텔레콤 임직원 앞에 강연자로 나섰다. 한전 최고경영자(CEO)가 SK텔레콤 사옥에서 강연하는 것은 다소 이례적인 일.
조 사장은 이날 강연에서 미래 에너지 산업의 중요성과 나아갈 길에 대해 얘기했다. 조 사장은 "기후변화, 셰일가스, 신재생에너지 등 에너지 산업은 새로운 이슈가 급부상하고 있다"면서 "이런 불확실한 상황에서 새로운 이슈를 맞이하기 위해선 융합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ICT와 에너지의 융합은 새로운 문명을 만들 수 있다"면서 "산업에도 골든타임이 있다면 지금이 바로 ICT와 함께 에너지가 미래를 진전시킬 때 이다"고 말했다.
SK텔레콤이 조환익 한전 사장을 강연자로 초빙한 계기는 지난 9월 SK텔레콤과 한전간 ICT·전력분야 사업협력을 위한 양해각서(MOU) 체결이다. SK텔레콤은 신규 플랫폼 사업의 일환으로 에너지 융합사업을 추진중이다. 스마트그리드, 사물인터넷(IoT) 및 빅데이터 기반의 전력융합 기술 등 에너지 효율화 분야에 진출하고 있다. 이에 한전과 같은 파트너는 절실했던 것. 더구나 SK텔레콤 구성원들에게 신사업에 대한 추진력을 일깨우기 위해선 외부인사 강연을 통해 시대흐름의 변화를 알려주는 자극이 필요했다는 후문이다.

▲ 한국전력 조환익 사장 |
SK텔레콤은 소규모 사내 강연을 지속하고 있다. 지난달에는 CJ E&M 오진세 MCN사업팀장을 초청, 넥스트미디어 전략에 대해 이야기를 들었다. CJ E&M은 국내에서 MCN(다중 채널 네트워크) 사업을 가장 활발하게 하고 있는 기업으로, SK텔레콤도 차세대 미디어 사업의 일환으로 MCN 사업을 추진 중이다. 특히 SK텔레콤은 CJ헬로비전 인수합병을 계기로 CJ E&M과 공동 펀드를 구성, 콘텐츠 사업을 강화하는 전략도 추진 중이다.
또 SK텔레콤은 사물인터넷 서비스 플랫폼 스타트업인 벤플 이경전 대표를 초빙하기도 했다. 벤플은 2010년 설립된 벤처기업이긴 하지만 NFC·비콘·스마트버튼 등 사물인터넷 기술을 통해 사람과 세상 사이의 스마트한 상호 작용을 가능케 하는 O2O(Online to Offline) 분야에선 모르는 사람이 없다. 12월 들어선 IBM 이정미 전무를 초청해 '인지컴퓨터의 시대'를 주제로 강연을 듣고, '스마트머신 동향과 인공지능 기술'에 대해서도 토론시간을 가졌다.
마케팅분야에서도 외부 강연을 듣고 있다. 지난달 법무법인 김앤장의 김원용 미래사회연구소장을 초청한 자리에는 이형희 총괄을 비롯한 마케팅담당 구성원 100여명이 참여했다. 미래사회연구소는 김앤장 내 싱크탱크로 로펌의 변화를 자문하고 있으며, 김 소장은 전 이화여대 교수로 이명박 전 대통령이 대선 후보이던 시절에는 중앙선거대책위원회 전략홍보조정회 멤버로 활동했다.
김 소장은 "전세계 대기업 중 지속성장을 통해 생존하는 경우는 많지 않다"면서 "그 원인은 스톨포인트(stall points)에 빠졌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스톨포인트(stall points)란 대기업 매출성장에 터닝 포인트가 되거나 상당한 매출둔화 현상이 일어나는 시점을 말한다.
그는 또 "학자들이 스톨포인트의 원인을 살펴보니 87%가 통제가능한 원인이었고, 13%만 통제불가능 원인에서 비롯된다"면서 "이를 벗어나기 위해선 도발적 발상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인간 생활에서 희노애락의 원인은 대부분 사람에서 오며, 일상대화의 70% 이상이 사람에 관한 것일 정도로 사람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행복은 기쁘고 통쾌한 감정에서 비롯되는 만큼 이런 감정을 느끼게 하는 상품기획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도 했다. 또 행복감은 강도 보다 빈도 측면에서 더 잘 느끼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업계 관계자는 "장동현 SK텔레콤 사장 취임 후 크고 작은 외부강연들을 통해 구성원들에게 적절한 자극과 영감을 불어넣고 있다"면서 "3대 플랫폼 사업에 대한 방향성이 선 만큼 이제는 결실을 맺는 것이 필요한 단계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