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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ina Shift]⑨ 전환기의 그늘..둥관을 덮치다

  • 2016.02.19(금) 09:31

작년 한해 4천여개 기업 문닫아
인건비 상승·주문량 급감 여파로

[둥관=양효석 기자] 중국 광둥(廣東)성 선전(深圳)시에서 차로 한 시간 정도 북쪽으로 올라가면 '중국 제조업의 메카' '제조업 발전소'라 불리던 둥관(東莞)시가 나온다. 둥관은 1985년 주강삼각주 지역이 경제개발구로 선정되면서 1988년 시로 승격된 상공업 중심지다. 

 

개혁개방이후 중국의 고도 성장 과정에서 둥관시는 다국적 회사들의 핵심 투자지역으로 주목받아 왔다. 한 때 세계 500대 기업 중 45개사가 이 곳에 투자를 단행해 진출했다. 내로라하는 IT 기업들이 대거 몰리면서 '둥관의 차가 막히면 전 세계의 컴퓨터 공장이 중단된다'라는 말까지 나올 정도로 위세를 떨쳤다. 둥관에서는 지역 내 기업 간 수출용 부품을 거래할 경우 면세가 허용돼 IT 제조공장이 집중됐다.

 

하지만 최근 분위기는 180도 달라졌다. 저렴하고 우수했던 인력자원을 기반으로 급성장했던 제조업체들이 몰락하면서 퇴락의 조짐이 역력해지고 있다. 세계 경제 불황으로 인한 주문량 감소에 인건비 급등이라는 악재가 겹치면서 지난 2014년부터 둥관 내 제조기지들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저임금을 기반으로 제조업 생태계를 구축해 온 둥관의 메리트가 단기간에 사라지면서 기업들이 철수를 택한 것이다. 작년 한 해 둥관에서 문 닫은 기업만 4000개가 넘을 정도다. 

 

▲ 최근 둥관에는 기존 공장가동 폐업후 임대 희망자가 없어 빈 상태로 놓여있는 공장부지가 많다.

 

실제로 둥관시 주요 상업지구인 둥청(東城) 내 거리를 돌아다녀 보니 공장매물·임대 광고가 곳곳에서 눈에 띄었다. 작년 상반기까지만 해도 휴대폰 부품을 만들던 한 공장은 문을 닫은 후 아직도 들어오겠다는 업자가 없어서 텅빈 건물로 방치돼 있었다. 공장이 문을 닫으니, 근로자들을 대상으로 했던 숙박·요식업 등 지역 영세업체들도 줄도산에 내몰린 신세다.  


중국둥관한국상공인회 이영근 국장은 "둥관에 진출한 한국인 기업만 봐도 사정이 안좋다"면서 "예전에 비해 설비규모를 줄이는 등 구조조정을 하거나 아예 동남아시아 국가로 사업장을 이전하는 사례가 늘었다"고 말했다. 이 국장은 "이전하는 경우 주로 베트남으로 가는데, 둥관내 인건비가 올라간데다 과거 둥관시정부가 입주 기업들에게 베풀어왔던 특혜도 사라져 기업 경영여건이 악화된 것이 주원인"이라고 토로했다.  

 

코트라(KOTRA) 광저우무역관에 따르면 TV 부품 제조 위탁가공 업체인 A사의 경우 과거 근로자 일인당 월평균 급여가 2000위안(약 36만원)에 불과했지만, 지금은 최소 4500위안(약 81만원)에 달할 정도로 2배 이상 올랐다. 또 농민공을 숙련공으로 키우는데 짧지 않은 시간이 필요하고, 숙련공을 지속 고용하기 위해 기숙사 등을 운영하는 비용도 가중돼 경영상황을 악화시켰다는 분석이다.

 

일부 기업은 숙련공 고용을 포기하고 로봇설비를 도입하기도 한다. TV 부품 제조기업이 로봇 도입 시 필요인력을 300명에서 150명으로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이는 연간 900만위안(약 16억2000만원) 정도의 비용절감 효과가 있다.

 

 

실제로 중국의 제조업 지위는 저렴한 노동력이 넘쳐나는 동남아 국가들이 고스란히 이어받고 있다. 베트남만 해도 1990년대 개방 이후 중국을 대체할 수 있는 투자국으로 주목받았고 한국과 대만의 섬유산업을 중심으로 한 노동집약 산업 투자를 적극적으로 유치하고 있다.

 

중국의 제조업 평균임금이 크게 오르면서 최저임금은 지난 2008년 인도네시아의 1.3배에서 2014년에는 1.8배까지 상승했다. 영국 이코노미스트지에 따르면 중국 공장 근로자의 하루 평균 수입은 인도네시아의 3배, 베트남의 4배로 나타났다. 베트남 북부의 월평균 임금은 세계 공장인 중국 베이징의 3분의 1수준이다.

 

베트남의 제조업은 한국과 일본의 투자로 인해 점차 고도화로 이행 중이며, 특히 전자산업은 베트남의 대표적인 제조업으로 부상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베트남을 중국에 이은 생산거점으로 삼고 있고 베트남 공장에 7000억원을 추가 투자하기로 했다. 이밖에 다양한 다국적 기업들의 해외 제조공장 트렌드도 중국을 벗어나 동남아로 향하고 있는 조짐이 농후하다. 


둥관의 쇠락은 중국 제조업이 처한 현실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중 하나다. 시진핑 지도부가 중간재 가공을 통한 수출보다는 내수와 소비에 중점을 두면서 최저임금을 잇따라 인상했고, 저임금을 노리고 생산설비를 중국으로 옮겨왔던 외국 기업들은 대안찾기에 나서고 있다. 인금인상으로 중국인들의 씀씀이가 커지면서 중국은 '세계의 시장'으로 바뀌고, 13억 소비시장을 향한 외국기업들의 중국 진출은 여전히 이어지고 있지만 열기는 과거만큼 뜨겁지 않다. 


중국은 제조업 업그레이드 정책으로 변신을 도모하고 있다. 중국 정부가 작년 발표한 '중국제조 2025' 정책과 올해부터 추진중인 '공급측 개혁' 정책을 통해 산업체질 개선에 열중하고 있다. 과잉공급 산업과 한계기업은 과감히 구조조정하고, IT·바이오·융합·금융 등 첨단산업 육성정책을 펼치고 있다. 제조업 메카 둥관의 쇠락은 산업체질 개선의 환부로 평가받을 만하다.


중국의 변화에 맞춰 우리 기업들의 대응도 달라져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있게 다가온다. LG경제연구원은 중국 정부가 미래 부가가치 창출을 위한 혁신형 연구개발이나 사회 인프라 확충 등을 대규모로 진행시켜 선진 제조강국과의 격차 해소에 주력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중국은 지난해부터 제조강국 진입 전략을 전방위로 추진하고 나섰고 IT, 로봇 등 미래 전략산업 육성에 뛰어들었다. 컨설팅기관 딜로이트가 수년전 전세계 제조업 고위 임원 550명을 대상으로 '향후 5년 내 가장 뛰어난 공급체인을 가질 국가'를 설문한 결과, 응답자(복수응답 가능)의 80%가 중국을 꼽았다. 이철용 LG경제연구원 연구원은 "중국이 노동집약적 산업을 아세안 주변국들에 넘겨주고 기술·자본 집약 산업에 특화해 아시아 밸류체인을 주도적으로 형성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비즈니스워치는 오는 24일 오후 2시 서울 여의도 63빌딩 컨벤션에서 국제경제 세미나를 개최한다. 


'중국 대전환, 한국경제 해법은'이라는 주제로 진행되는 이번 세미나는 한중 양국의 석학과 경제·산업·금융 전문가들이 참석해 중국의 경제·산업 구조 변화를 진단하고, 우리의 대응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마련됐다. 


중국의 성장 둔화와 경착륙 우려, 주가·환율 급변동, 빠르게 성장하는 제조업 경쟁력 등은 한국 경제의 리스크 요인으로 떠올랐고, 올들어 중국 변수의 영향력은 더욱 커지고 있다. 특히 올해는 중국 13차5개년 계획(13.5규획)의 첫 해로 시진핑 정부가 ‘공급측 개혁’을 슬로건으로 내걸고 구조개혁과 혁신에 적극 나설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전통 제조업 뿐만 아니라 첨단기술과 자본시장 등 각 분야에서 전환기를 맞은 시진핑 정부가 어떻게 경제·산업 구조를 바꿔나갈 것인지 주목된다. 


이번 세미나에서는 중국 국가발전개혁위원회(NDRC) 거시경제연구원의 황한취안(黃漢權) 산업경제연구소장이 ‘전환기 맞은 중국, 산업경제 틀이 바뀐다’는 주제발표를 한다. 산업분야의 대표적 중국 전문가인 이문형 산업연구원 베이징지원장은 ‘제조업 경쟁력과 한국기업 대응전략’을,  홍창표 코트라(KOTRA) 중국지역부본부장은 ‘중국 내수시장 진출 방안’에 대해 강연할 예정이다. 


지만수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위안화 이슈와 한국 금융의 과제에 대해, 박석중 신한금융투자 차이나데스크 팀장은 차이나머니와 자본시장 영향을 주제로 각각 강연에 나선다. 각 분야 전문가들이 머리를 맞대고 대응전략을 모색하는 종합토론은 주중한국대사관 경제공사를 지낸 정영록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가 진행한다. 


참가를 원하는 사람은 비즈니스워치 홈페이지(www.bizwatch.co.kr)를 통해 사전 신청하면 무료로 참석할 수 있다. 


▲ 일시 : 2016년 2월24일(수) 오후 2시~6시

▲ 장소 : 서울 여의도 63빌딩 컨벤션 2층 그랜드볼룸
▲ 후원 : 산업통상자원부, KOTRA, 금융투자협회

▲ 문의 : 비즈니스워치 국제경제세미나 사무국 (02)783-3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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