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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T-CJ헬로 M&A불허]②혼돈에 빠진 케이블TV

  • 2016.07.08(금) 13:20

엑시트(EXit) 길 막혔다 불만 vs 자체 경쟁력 강화가 살 길

 
공정거래위원회가 지난 4일 SK텔레콤·CJ헬로비전의 인수합병을 불허한다는 의견을 낸 이후 케이블TV 업계는 혼돈에 빠졌다.
 
이번 불허 의견이 업계의 선제적 구조조정을 통한 경쟁력 강화 기회를 차단할 것이란 우려가 일차적이다. 하지만 다른 한편에선 공정위 의견에 케이블TV 업계가 강력 반발하면서 인수합병에만 목 매는 듯한 인상을 줄 경우, 사양산업으로 각인될 것이란 목소리도 있다.
 
◇ 케이블TV "경쟁력 강화 기회 막혀"
 
업계에 따르면 공정위의 SK텔레콤·CJ헬로비전 인수합병 심사보고서에는 양사 합병법인이 23개 방송 권역 중 21곳에서 시장 지배적 지위를 강화할 것이란 판단이 들어있다.
 
이같은 권역별 시장점유율에 따른 인수합병 불허 판단은 다른 사업자들의 인수합병도 가로막는 잣대가 돼버렸다. 다른 사업자들도 지역에서 시장 지배적 지위를 갖고 있어서다. 방송통신위원회에 따르면 지난 2014년 기준 전국 78개 권역에서 1위 사업자의 점유율이 50% 이상인 곳이 43곳에 달한다. 
 
더군다나 이미 IPTV 등 전국 사업자가 득세하면서 케이블TV가 위기에 빠지고 있는 시장 상황을 고려하지 않았다는 비판도 받고 있다. 케이블TV 종합유선방송사업자(SO)의 가입자는 지난 2104년 1461만명으로 전년보다 13만명 빠졌으나, IPTV는 같은 기간 214만명 늘어난 1085만명을 기록했다. 
 
케이블TV 업계 관계자는 "전국 사업자가 있는 마당에 특정 권역 독과점이 심화될 수 있다고 하는 공정위는 시장을 너무 모르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까닭에 주요 케이블TV 회사들은 업계 자체의 경쟁력 감소를 우려하고 있다. 인수합병이 불가능한 경직된 시장에서 지갑을 열 투자자가 나올리 없기 때문이다. 
 
이미 시장에 매물로 나온 업계 딜라이브(구 씨앤앰)는 매각작업에 비상등이 켜졌다. 공정위의 불허 논리대로라면 매수 주체로 거론되는 KT나 LG유플러스도 인수에 나설 수 없다. 매각가격에도 악영향이다. 이전부터 기업공개(IPO)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는 티브로드도 공정위 결정이 부정적으로 작용할 우려가 나온다.
 
케이블TV에 대한 신규 투자는 커녕 투자금 회수 움직임이 발생할 가능성도 있다. 현대HCN은 아픈 경험이 있다. 지난해 5월 미국계 사모펀드 칼라일펀드의 계열사들이 현대HCN 지분 16%가량을 시간외 대량매매(블록딜)로 내놓은 일이 대표적이다. 현대HCN과 SK그룹과의 매각 협상이 진척이 없자 칼라일이 지분 매각에 나섰다는 분석이다. 
 
 
◇ "상관없다..케이블TV 경쟁력 강화나서야"
 
SO 사업자들은 허가받은 서비스 권역에서 독점 사업권을 갖고 있으나, 전국 사업권이 있는 IPTV가 몰려오면서 수익이 감소한 것이 사실이다. 이런 까닭에 일부 사업자는 보장된 텃밭을 소규모라도 계속 일구고자 하고, 일부는 팔고 떠나려는 생각이다. 
 
복수의 업계 관계자는 "소규모 SO 9곳 중 1~2곳은 매각에 관심이 있다"고 전했다. 
 
그러나 실제 매각하려는 곳은 이보다 많을 수 있다. 이는 일부 케이블TV 사업자들이 SK텔레콤·CJ헬로비전 인수합병 이슈에 주목하는 모양새를 보이고 싶어 하지 않는 것에서 그 이유를 찾을 수 있다. 인수합병에 골몰하는 모양은 스스로 사양산업이라고 인정하는 꼴이기 때문이다. 그런 태도는 매각 가격을 낮추는 행위라는 설명이다.
  
실제로 케이블TV 업계 입장에서는 1위 사업자인 CJ헬로비전이 SK텔레콤에 팔린다는 사실 자체가 당혹스러운 일이었다. 업계 1위 사업자가 적과의 결혼에 나섰다는 건 케이블TV 시장의 미래가 그만큼 불투명하다는 상징적 사건이었다는 얘기다. 
 
이에 따라 각 사업자들은 이번 인수합병이 여전히 진행 중인 사안인 만큼, 기업가치를 제고하는 데 집중하겠다는 계획이다. 딜라이브 관계자는 "세계 최대 온라인 동영상 업체인 넷플릭스와의 제휴와 마케팅, 사물인터넷(IoT) 관련 사업 등에 집중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HCN 관계자도 "신사업이나 마케팅 방안을 마련해 사업 경쟁력을 키울 것"이라고 강조했다.
  
익명을 요구한 지역 SO의 대표도 "대기업 IPTV 사업자의 진입으로 저가 경쟁구도가 만연하다 보니 매출이 다소 빠진 부분이 있으나, 가입자 수는 여전히 견고하다"며 "이번 인수합병이 성사돼 대기업이 SO의 축으로 자리 잡으면 업계 목소리가 커질 수 있어 업계 발전에 보탬이 됐겠지만, 그것이 불발되어도 사업하는 데 큰 영향은 없다"고 자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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