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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규제 사각지대] 법 못따라가 약관으로 통제

  • 2017.02.01(수) 15:37

①인터넷 카페·기차 암표 거래 등 인터넷업체가 자체 규제
"과도한 규제" vs "법적 규제로 더 강화해야"

인터넷 보급률 99% 시대. 인터넷이 '생활필수품'으로 자리 잡으면서 온·오프라인간 경계가 허물어지고 있다. 시장의 힘은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넘어가는 분위기지만 법과 관습은 구체적으로 정비되지 못하고 있다. 이로 인한 부작용과 그와 관련한 논란을 짚어본다. [편집자] 


소모임 카페를 운영하는 강모씨는 최근 한 유저로부터 카페를 구입하고 싶다는 쪽지를 받았다. 때마침 일이 바빠지며 카페 활동에 소홀해진 터라 100만원이 넘는 제안에 솔깃했다. 하지만 카페 운영에 대해 잘 아는 지인으로부터 카페 매매가 포털 약관상 금지돼 있다는 얘기를 듣고 포기했다.

◇ 카페 매매 금지, 정보통신망법에 없어 포털이 약관으로 규제

 
국내 주요 포털 네이버와 다음에서 많은 회원 수를 보유한 카페는 오프라인 시장으로 치면 '노른자위 상권에 자리 잡은 상가'와 같다. 오프라인에서 이 같은 상가를 양도받으려면 임대료와 맞먹는 권리금을 물어야 하지만 온라인에서는 이 같은 거래가 허용되지 않는다. 법적으로는 막을 규정이 없지만 네이버와 다음이 내부 규정을 통해 카페 판매를 금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네이버의 경우 카페 판매를 불법성 게시물로 보고 이를 어기면 영구적으로 이용을 금지한다. 카페 매매를 '개인정보의 매매시도'라는 개인정보관련 범죄로 보는 시각에서다. 다음 또한 약관을 통해 카페 매매를 금지한다. 카페가 '건전한 정보공유 및 친목적인 목적으로 사용되는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 네이버 및 다음 카페 관련 약관

 
 
네이버와 다음의 경우 개인정보보호법 보다 정보통신망법의 우선 적용을 받는데, 정통망법상에는 이를 금지하는 규정이 없다. 정통망법 소관부처인 방통위 관계자는 "법적 처벌 대상이라기 보다 포털 사이트들의 내부 통제 장치"라고 밝혔다. 이어 "원칙적으로는 이메일 등을 통해 운영자가 바뀐 것을 회원들에게 통지해주면 되고 이를 어길 경우에 위법 소지가 있다"고 덧붙였다.

 
법적인 규제가 없다보니 네이버와 다음이 자체적인 약관으로 매매를 금지해도 카페를 판매 또는 구매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회원 수와 검색어 노출 수준 등에 따라 카페 거래에는 적게는 3만원에서 많게는 수백만원이 오간다. 거래가 음성적인 방식으로 이뤄지는 탓에 관련 소득은 잡히지 않는다. 따라서 탈세로 이어지기 일쑤다.

 
◇ 온라인 암표 매매 금지…경범죄처벌법 못 미쳐 사이트 운영업체 자체 규제

 
온라인에서 이뤄지는 암표 거래도 법의 손길이 미치지 못한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이에 따라 온라인 사이트를 운영하는 업체들이 자체적인 정화에 나서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중고나라 큐딜리온의 암표매매 금지다. 큐딜리온은 지난해 설부터 매 명절마다 기차표 암거래를 자체적으로 단속해왔다. 이로 인해 암거래 게시물이 줄고 적발 건수도 지난해 설 명절 413건, 추석 379건, 올해 설 344건으로 감소했다.

 
기차표 암표매매는 경범죄처벌법과 철도사업법에 따라 금지돼 있다. 하지만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2008년 이후 현재까지 기차표 암표 온라인 거래가 적발된 사례는 없다. 1983년 개정된 경범죄처벌법에 암표 거래를 단속하는 구역을 '승차 또는 승선시키는 곳'으로 정해놨기 때문이다. 오래 전 생활상에 근거해 만들어진 법이라 온라인 매매와 같은 상황이 반영되지 않았다. 결국 온라인 암표 거래 단속은 온라인 사이트 운영업체의 자발적인 정화작업에 맡겨놓고 있는 셈이다. 
 

▲ 중고나라 큐딜리온 기차표 암거래 금지 관련 공고문

 
◇ "규제 최소화" vs "법적 규제로 강화"
 
 
법적인 규제가 없는 상황에서 포털이나 사이트운영업체가 약관을 통해 규제하는데 대해 소비자들의 반응은 엇갈리고 있다. 온라인과 모바일시장이 아직 과도기인 만큼 규제를 최소화하고 시장을 키워야 한다는 시각이 있는 반면, 더 큰 부작용이 있기 전에 약관 규제를 넘어 법적인 규제를 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헤비 인터넷 유저인 대학교 4학년생 정모(26)씨는 "인터넷 공간은 누구나 자유롭게 소통하고 거기서 새로운 먹거리가 탄생하는 것"이라며 "법을 넘어선 사이트 규제는 과도하다"고 말했다. 대학원생 정모(26)씨는 "법이 현실을 따라가지 못하는 상황에서 포털이라도 규제를 가하는 것이 피해를 줄일 수 있다"며 사이트들의 자율 규제에 호응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와 관련해 한국인터넷자율정책기구(KISO) 책임연구원은 "명문화된 법이 없더라도 문제가 될 수 있는 경우에는 인터넷 공간을 건강하게 만들기 위해서라도 규제 처리가 이뤄지는 것이 적절하다"며 "다만 이 경우 이용자 권리를 저해하는 측면이 있기 때문에 제한적인 선에서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제시했다. 

 
공정거래위원회 약관심사과 관계자는 "약관은 사업자들이 자율적으로 정하는 것이지만 소비자문제 해결 기준이 된다는 점에서 합당한지 여부가 중요하다"면서 "거래 당사자간 한쪽의 시장 지위가 훨씬 높을 경우 불공정하게 막아놓은 것인지 등은 심사대상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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