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커머스로 보폭 넓힌 中 MCN시장을 잡아라"

  • 2017.02.23(목) 07:00

[리셋 차이니즘]⑯韓 MCN 기업들 중국진출 노력
왕홍 산업규모만 연 9조원..성장 가능성 무궁무진

[상하이=김동훈 기자] "니 하오! 케이케이입니다. 제 팬은 100만명 정도 돼요. 왕홍(網紅·중국 인터넷 스타)까진 아니죠. 그래도 다양한 사람들과 소통하는 걸 좋아하는 성격이라 정말 즐겁게 방송하고 있어요. 예전에 BMW 딜러할 때보다 10배나 벌어 더 좋아요."

 

▲ 중국 MCN 크리에이터 시과(왼쪽)와 케이케이.[사진=김동훈 기자]

 

◇ 중국 크리에이터들과의 만남


중국 상하이 도심을 휘감고 흐르는 황푸강이 훤히 내려다보이는 곳. 중국 MCN(Multi Channel Network·인터넷 스타 전문 기획사) 업체 '핑크 인터랙티브'(Pink Interactive) 본사에서 인기 크리에이터(BJ) 케이케이(KK·23)와 시과(Xigua·25)를 지난 14일 만났다.

 

케이케이는 전형적인 예능형 크리에이터다. 중국판 아프리카TV '또위'(douyu)에서 팬들과 대화를 나누고 노래하고 춤추기도 한다. 또위 구독자 수만 67만명. 하루 3시간가량 촬영을 하는데, 생방송을 하면 평균적으로 13만~15만명이 동시 접속한단다. 팬들의 호응이 좋으면 방송시간은 점점 길어진다.


우리말로 수박을 뜻하는 시과는 중국 최대 온라인 쇼핑몰인 타오바오에서 활동하는 이커머스(전자상거래) 크리에이터다. 의류와 액세서리 등을 소개하는 것을 전문으로 한다. TV 홈쇼핑에서 활동하는 쇼호스트가 온라인 쇼핑몰로 옮겨간 형태다. 하루 4~5시간 방송하며, 타오바오에서 시과를 즐겨 찾는 팬은 20만명 수준이라고 한다.

 

케이케이와 시과 모두 핑크인터랙티브에 소속돼 크리에이터로 활동한 지 8개월 됐다. 케이케이는 주로 집에서, 시과는 핑크인터랙티브 스튜디오에서 방송한다. 대화, 춤, 노래의 경우 크리에이터의 생활 공간에서 선보이는 걸 시청자들이 선호하고, 전문성이 강조되는 영역은 별도의 스튜디오가 제격이라는 설명이다. 수입은 비공개다. 핑크인터랙티브에서 크리에이터로 활동한 한국 레이싱 모델은 월급으로만 2800만원을 벌었다.

 

▲ (왼쪽부터) 핑크인터랙티브 조너선 주 대표, 시과, 케이케이, 존 장(John Zhang) 최고운영책임자(COO) [사진=김동훈 기자]

 

이들이 왕홍의 꿈을 키우기 시작한 특별한 계기는 없지만, 대중을 상대로 소통하는 일과 무관하지 않은 경력이 있다. 케이케이는 고교 시절부터 게임 전시회 모델 일을 해왔으나, 상하이 전시대학에서 2년 과정인 유아교육학과를 마치고 유치원에서 6개월 동안 실습한 경력이 있다. 상하이 지역 BMW 매장에서 3년가량 딜러로 활동할 때도 일종의 '우수사원'이었다. 그러나 만족스러운 일은 아니었다고 한다.

 

케이케이는 "학교 성적도 좋았고, BMW에서 일할 때 판매 순위 3위권에 꾸준히 들어갔다"며 "말하는 걸 좋아하는데, 게임 전시회 모델할 때부터 알고 지낸 핑크인터랙티브 대표와 연락이 닿아 방송을 시작했다. 방송이 적성에 맞는 일 같고, 돈도 과거보다 10배나 더 번다"며 웃었다. 아직은 왕홍 수준이 아니기 때문에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다른 크리에이터의 방송을 꾸준히 모니터링하면서 자신만의 차별점을 찾고 있다. 앞으로는 연기를 배워 웹드라마 등으로 진출할 계획이다.

 

시과의 경우 상하이대학교 신문방송학과를 졸업하고, 상하이에 진출한 미국 의류 브랜드 회사에서 1년간 일했다. 방송에 대한 학습 경험과 의류 분야 경력이 방송할 때 도움이 된다고 한다. 8개월 된 자녀가 있는 젊은 워킹맘이어서 크리에이터의 자유로운 업무 시간에 특히 만족하고 있다. 시과는 "처음에는 경력을 살려 의류 위주로 방송을 하다가 지금은 가방과 목걸이, 귀걸이 등 액세서리 위주로 방송한다. 전문성을 인정 받아 여성 팬이 많다"며 "기회가 되면 한국에 가서 패션 일을 배워 유명한 패션 전문 크리에이터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핑크인터랙티브에는 케이케이와 시과 같은 크리에이터가 300~500명가량 활동하고 있다. 매주 크리에이터를 채용하기 위한 면접을 보고 계약 조건도 제각각이므로, 넓게 보면 크리에이터 1000명 정도를 확보하고 있는 셈이라고 한다. 전부 조사한 데이터는 없으나, 일부 인기 크리에이터들의 팬 수를 모으면 1500만명 정도라는 설명이다. 

 

▲ 핑크인터랙티브 소속 크리에이터들. [사진=김동훈 기자]

 

월급은 이 회사는 물론 동영상 플랫폼에서도 주는 방식이다. 인센티브를 제외한 월급은 최소 100만원에서 최대 7000만원 수준. 수익이 발생하면 크리에이터가 70%, 핑크인터랙티브가 30%를 가져간다. 이만한 투자를 하는 것은 크리에이터가 MCN 사업의 핵심인 데다 시장 규모가 급성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 시장조사기관 애널리시스(Analysys)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 왕홍산업 규모는 528억위안(약 8조7700억원)으로 추정되며, 2015~2018년 연평균 성장률은 59.4%에 달할 것으로 관측된다. 핑크인터랙티브의 최근 2년간 매출액도 80억원에서 100억원 수준으로 성장하고 있다. 조너선 주(Jonathan Zhou) 핑크인터랙티브 대표는 "기업가치가 현재보다 10배 성장한 50억위안 수준이 되면 상장할 계획까지 갖고 있다"고 포부를 밝혔다.

 

한때 핑크인터랙티브는 중국에서 한국인 크리에이터가 가장 많은 곳으로도 유명했다. 국내에도 널리 알려진 레이싱 모델 허윤미, 최슬기, 한가은, 조세희 등 한국인 30여 명이 이곳에서 크리에이터로 활동했다. 주 대표는 "한국인 크리에이터 월급이 중국인보다 훨씬 많았는데, 이는 중국인 크리에이터가 70점이라면 한국인은 보통만 해도 85점 이상을 줄 수 있기 때문"이라며 "한국 크리에이터들이 중국보다 예쁘고 팬을 존중하는 태도 덕분에 인기를 얻는 속도도 훨씬 빨랐다"고 회고했다.

 

당초 레이싱 모델을 중심으로 영입한 것은 주 대표가 상하이 지역 일간지 신문완보, 일본 코나미 등에서 게임 퍼블리싱·뉴미디어 관련 업무를 10년가량 맡으며 중국 최대 게임 전시회인 '차이나조이'에서 활동할 모델을 섭외하는 일도 수행했던 경험이 작용했다. 무엇보다 한국 MCN 업체 'HSMCN'과도 개인적인 연이 닿아 있었던 덕도 컸다. 이 회사를 통해 크리에이터를 소개받기도 한 것이다. 양사는 또위에서 예능 프로그램을 생방송으로 진행하는 등 크고 작은 사업 협력을 이어오고 있다.

 

▲ 정홍량 HSMCN 대표와 조너선 주 핑크인터랙티브 대표.[사진=김동훈 기자]

 

◇ 중국 MCN, 춤·노래에서 이커머스로…사드 영향은?

 

두 회사는 최근 사업 방향성을 크게 바꾸고 있다. 이커머스 영역 크리에이터 육성을 강화하는 쪽이다. 아직까진 춤추고 노래하는 방송에서 발생하는 매출이 훨씬 많지만, 이커머스의 성장성이 기대되기 때문이다. 유명한 사례가 있다.

 

작년 중국 '6.18 축제'(중국 2위 이커머스 기업 징동닷컴 창립 기념일)에서 이커머스 왕홍 '장따이'의 2시간 동안 판매액은 2000만위안(약 33억원)에 달했다. 춤추고 노래하는 생방송의 경우 왕홍과 같은 상위 크리에이터에 수익이 집중되는 구조여서 치열한 경쟁을 거쳐야 하지만, 이커머스는 경쟁이 상대적으로 덜하고 수익원을 다각화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상품을 주문제작 방식 등으로 조달할 경우 해당 상품을 자체 브랜드로 성장시키는 방법도 가능해서다.

 

예상치 못한 위기도 이커머스 영역에 대한 발걸음을 빠르게 했다. 지난해 7월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배치 계획이 발표된 뒤 '한한령'(限韓令·한류 제한 명령)의 영향이 MCN 업계에도 들이닥친 것이다. 중국 동영상 플랫폼 회사 대부분이 한국인 크리에이터에게 제공하던 각종 혜택을 축소시키고 사이트 주요 위치에 포진되던 한국인 크리에이터의 노출을 꺼리기 시작했다. 

 

▲ 핑크인터랙티브 본사에서 상하이 푸동지역이 내려다 보인다. [사진=김동훈 기자]

 

주 대표는 "한국인이 중국에서 방송을 전혀 할 수 없는 건 아니지만, 이들의 방송을 동영상 플랫폼에서 드러내고 홍보할 수 없게 된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중국에서 승장구하던 한국인 크리에이터를 보고 배운 중국 크리에이터의 수준이 크게 발전한 것도 이같은 변화에 한 몫 했다.

 

HSMCN도 중국에서 이커머스 사업을 키우기 위해 애쓰고 있다. 당초 HSMCN은 달샤벳 가은, BTL의 오지민 등 아이돌과 아름(중국명 박니마), 예린 등 인기 BJ 출신 크리에이터 중심으로 수익을 올려왔으나 최근에는 아나운서, 리포터, 쇼호스트를 영입하는 등 이커머스 크리에이터를 대폭 보강하고 있다. 수익구조를 탄탄히 하는 한편, 정치적 이슈나 중국 플랫폼 사업자들의 운영방침 변동 등 각종 리스크를 대비하기 위해서다.

 

실제로 크리에이터 아름의 경우 동영상 플랫폼 화이자오에서 방송한지 두달만에 팔로어 44만여 명을 확보하고 회사 매출액도 상승 가도를 달리고 있었으나, 사드 여파로 일부 크리에이터의 드라마·CF 등으로의 진출이 중단되고 이커머스 사업도 차질을 빚은 바 있다.

 

▲ 국내 MCN 업체 HSMCN과 업무 협력을 추진 중인 상하이화찌인터넷과학주식회사의 공동 설립자 장구펑(왼쪽), 주해롱 씨가 기자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김동훈 기자]

 

◇ 이커머스로 中 MCN 시장 개척하는 韓 사업자

 

HSMCN은 지난 15일 상하이에서 연간 매출액 800억원 규모의 의료 사업자 '북대병원관리투자사'를 만나 이커머스 영역 협업을 논의하는 등 중국 내 파트너사 확보에 나섰다. 이 회사가 HSMCN으로부터 한국 제품를 받아 유통하거나 이커머스 사업에 한국인 크리에이터를 활용하는 방식이 논의되고 있다. 황관빈 북대병원관리투자사 대표는 기자와 만나 "중국에서 큰 인기를 갖고 있는 박니마와 같은 크리에이터들은 플랫폼 사업자를 뛰어 넘는 하나의 커머스로서 영향력을 가질 수 있다"며 "앞으로 2년간 80억원 규모로 이커머스 영역에 투자하면서 신뢰할 수 있는 한국 MCN 사업자들과도 협업할 것"이라고 말했다. 

 

상하이 기반 광고홍보대행사이자 자동차 전문 잡지를 발간 중인 상하이화찌인터넷과학주식회사도 HSMCN과 업무협약(MOU)를 맺을 예정이다. HSMCN의 크리에이터를 중국 내 대형 광고주 등에게 연결하는 등의 협력을 구상하고 있다. 이 회사 공동 설립자들인 주해롱, 장구펑 씨는 비즈니스워치와의 현지 인터뷰에서 "사드 사태가 터진 뒤 타오바오가 한국인 크리에이터를 쓰지말라고 했다는 얘기를 들어, 아직은 리스크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한국 크리에이터는 중국인보다 자유분방한 끼를 갖고 있어 장기적으로 중국에서 인기를 얻을 수 있다고 본다. HSMCN이 보유한 한국인 크리에이터를 1~2년 독점 활용하고 싶다"고 언급했다.

 

정홍량 HSMCN 대표와 이지희 이사는 "한국 제품을 통해 중국 이커머스 시장에 진출하려면 불특정 다수를 상대로 인기만 있는 왕홍보다는 전문성 있는 한국인 크리에이터를 활용하는 게 훨씬 효율적이라는 현지 반응이 많다"며 "다양한 현지 파트너사들과 협력하고 있어 올해부터 이커머스 사업에서 성과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다른 한국 MCN 업체들도 중국 시장을 뚫는 과정에서 이커머스 시장 공략을 적극 타진하고 있다. 레페리의 경우 최근 1년 사이 중국의 각종 플랫폼에 크리에이터 샵 채널을 열고 유통을 시도해왔다. 이런 과정에서 중국 화장품 유통사인 '릴리앤뷰티'와 중국 벤처캐피털 'DT캐피털'로부터 투자를 유치하기도 했다. 최인석 레페리 대표는 "이커머스 부문에서 가시적인 성과가 아직은 나오진 않았으나 올해는 C2C(고객 간 거래) 영역에 새로운 서비스를 내놓고 시장 선점에 나설 것"이라며 "텐센트, 메이파이 등 중국 기업 등과의 협력을 통해 글로벌 크리에이터 육성, 커머스 사업 확장은 물론 동남아 시장으로 MCN 사업을 확대할 계획"이라고 했다.

 

중국 MCN·커머스 시장의 급성장에 빠르게 대응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중국에 진출한 푸드 콘텐츠 전문 MCN 업체인 미식남녀의 정지웅 대표는 "중국에 오면 겸손해진다. 중국 시장 진출 직후 올린 동영상이 한달만에 1300만 페이지뷰를 발생시켰다. 한국에서 했을 때는 1년 걸린 일이었다. 중국 시장은 어떤 곳보다 크고 성장 속도도 매우 빠르다는 판단에 따라 최근 중국 사업에 전사적으로 집중하고 있는 단계"라며 "중국에 진출하고 싶은 국내 식품·주방용품 파트너사들도 이런 방향성에 긍정하고 있어 사업에 탄력을 받고 있다"고 강조했다.

 

▲ 상하이에서 MCN 사업을 하고 있는 미식남녀 사무실. 직원들이 업무에 임하고 있다. [사진=김동훈 기자]



 

SNS 로그인
naver
facebook
goog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