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의 차세대 전략폰 갤럭시S8이 정식 출시 전부터 예상치 못한 '붉은 액정' 이슈에 휘말리고 있다. 삼성전자는 제품 하자가 아니라 디스플레이 색감 설정으로 인해 발생한 것이라며 특별한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다만 지난해 갤럭시노트7의 배터리 발화 사태로 홍역을 앓었던 삼성전자로서는 또 다른 암초에 부딪힐 가능성이 있어 상황을 예의주시하는 모습이다.
19일 인터넷 게시판 등에 따르면 갤럭시S8을 사전 예약으로 미리 배송받은 일부 구매자 사이에선 액정에 붉은 빛이 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휴대폰 관련 커뮤니티인 '뽐뿌'에선 갤럭시S8의 화면을 찍은 사진과 함께 불만을 드러내는 게시물이 이어지고 있다.
한 이용자가 올린 사진을 보면 일부 제품에선 흰색 바탕임에도 붉은 색감이 도드라진다. 다른 제조사의 스마트폰과 비교하면 붉은 빛이 더욱 확연히 드러난다.
▲ 지난달 31일 삼성전자의 갤럭시S8이 전시된 서초 딜라이트에서 이용자들이 제품을 체험보고 있다. /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
이 이용자는 본인과 가족들 명의로 갤럭시S8 플러스(+) 64기가 모델을 여러대 구매했는데 어떤 제품은 정상인가 하면 그렇지 않은 것도 있다고 소개했다. 붉은 액정 제품은 디스플레이 설정 창에서 수동으로 색감을 조정하니 나아지긴 했으나 모서리 부분은 여전히 붉은색을 띠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이용자는 화면 상단이나 하단, 엣지 등 특정 부위의 붉은 색감이 유독 강하다고 지적했다. 액정 전반에 걸쳐 붉은 색상이 감돈다부터 신경 쓰지 않을 정도라는 의견에 이르기까지 제각각이다. 이용자들 사이에선 붉은 액정 제품에 대해 '벚꽃 에디션'이라는 비아냥이 나오고 있다.
인터넷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이와 비슷한 증상을 보인다는 게시물이 이어지고 있으며 일각에서는 디스플레이 색감을 조절하는 반도체 결함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삼성전자는 더욱 풍부한 색 표현력에 따른 것이지 품질 결함은 아니라고 밝혔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스마트폰 화면이 붉은 색감으로 미리 설정되었기 때문이지 디스플레이 자체의 문제는 아니다"라며 "이용자가 원하는 색감으로 다시 설정해 쓸 수 있다"라고 말했다.
이용자마다 증상이 제각각인 이유에 대해선 "제품마다 정도의 차이는 있을 수 있다"라며 "설정을 한다 해도 모두 똑같이 나오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디스플레이 설정 창에서 색상 조절을 통해 해결이 가능하고 부족하다면 서비스센터에서 미세 조정을 받으면 된다"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이용자 스스로 색상 최적화를 통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즉 갤럭시S8의 설정 메뉴 가운데 ‘색상 최적화’을 선택해 빨강, 녹색, 파랑 색상을 조절해서 자신의 눈에 맞게 선택하면 된다는 것이다.
스마트폰 화면 색감에 대한 지적은 과거에도 종종 있었다. 한 스마트폰 업체 관계자는 "갤럭시S8 외 다른 갤럭시 시리즈나 애플 아이폰 등에서도 화면 색감은 논란이 되어 왔다"라며 "삼성의 전략폰이 모처럼 등장한 것이라 관심이 워낙 쏠리다보니 미세한 사안에 크게 반응하는 것도 있다"고 말했다.
갤럭시S8은 액정 논란에도 첫날 21만900여대가 개통되면서 역대 최대 기록을 세웠다. 갤럭시S8의 사전예약 판매 건수는 11일 동안 역대 최대 수준인 100만4000대를 기록하기도 했다.
갤럭시S8은 오는 21일 정식 출시될 예정인데 논란이 수그러들지 않으면 초반 흥행을 장담하기 어려워 보인다. 갤럭시S8은 갤럭시노트7의 배터리 발화 및 생산 판매 중단으로 하락한 삼성폰의 브랜드 신뢰를 회복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담당하기 때문이다.
미국의 유력 일간지인 뉴욕타임스(NYT)는 갤럭시S8을 리뷰한 전문가를 인용해 안정성에 우려가 여전하기 때문에 몇 달 기다렸다가 구매하라는 지적을 하기도 했다.
삼성전자는 아직까지 뚜렷한 대응을 하지 않고 있으나 시장 반응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이용자 사례가 제각각이라 상황을 지속적으로 파악하면서 소비자 목소리를 최대한 듣고 있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