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스북 이어 네이버도 '뉴스 유료화' 만지작

  • 2017.07.07(금) 19:40

100억 구독펀드 실험…어뷰징·저질뉴스 정화 효과
언론사 이탈방지·상생안…메이저 상대적 수혜 예고

국내 최대 검색포털인 네이버가 돈을 내고 뉴스를 구독하는 유료화 실험을 하고 있다. 일부 언론의 과도한 '어뷰징(검색 조작)'과 사이비 행위를 정화하고 헐값으로 팔리는 뉴스 콘텐츠에 대해 '제값 찾아주기' 시도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네이버를 비롯해 페이스북이 올해 안에 비슷한 유료 서비스를 추진할 계획이라 미디어 생태계가 어떻게 요동칠 지에 대해서도 관심이 몰린다.


네이버가 뉴스 유료화를 시도한 것은 4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지난 2013년 3월 네이버는 '오늘의 신문'이란 유료화 서비스를 포털 최초로 내놓았다. 온라인에서 종이 신문을 PDF 파일로 만들어 유료로 판매하는 모델이다. 일부 지면 기사를 무료로 볼 수 있다. 지면 전체나 정기 구독을 하려면 돈을 내야 했다.

 

 

네이버는 한발 더 나가 뉴스를 유료로 결제할 수 있는 솔루션 도입을 검토하기도 했다. 당시 뉴스 편집 책임자였던 윤영찬 미디어센터장(현 대통령 비서실 국민소통수석)은 유료로 지정된 기사에 대한 결제 시스템을 준비하고 있다고 소개하기도 했다.


2013년 9월 여의도연구소에서 열린 '포털 뉴스의 공정과 상생을 위한 간담회'에서 윤 센터장은 해외 미디어 사례를 소개하며 네이버 뉴스면이나 언론사 사이트에서 독자가 직접 돈을 내고 볼 수 있는 서비스를 개발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를 네이버 뿐만 아니라 경쟁사인 다음커뮤니케이션(현 카카오) 플랫폼에 적용하는 방안까지 논의 중이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국내 양대 검색포털이 유료화를 공동으로 추진하는 것이라 관심을 모았다.

 

하지만 포털의 유료화 실험은 쉽지 않았다. 결제 시스템 도입은 결국 이뤄지지 않았고 다음과 공동으로 추진한 유료화도 흐지부지 됐다.

 

네이버는 2014년에 뉴스 서비스 '뉴스스탠드'를 일부 개편, 언론사 주요 기사를 PC 사이트 첫화면에서 골라 볼 수 있게 했는데 이렇다 할 반향을 이끌지 못했다. 서비스 방식이 전보다 번거로워졌고 정작 중요한 모바일 버전에는 적용하지 않은 반쪽짜리였기 때문이다. 


오히려 일부 언론사들의 어뷰징이나 협박성 기사를 빌미로 기업들에 광고를 요구하는 사이비 언론 행위가 만연해졌다. 포털의 뉴스 품질이 떨어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게 됐다. 이 과정에서 포털 업체들이 뉴스 유통 플랫폼으로서 영향력이 강해진만큼 공적, 사회적 책임을 져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아졌다.


올 들어 네이버는 인터넷 서비스 전문가인 한성숙 대표이사 체제로 경영틀을 바꾸면서 유료화에 다시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지난 5일 언론사 뉴스 담당자를 대상으로 개편 방향성을 소개하면서 큰 그림을 제시했다.

 

이날 행사에는 뉴스 서비스를 총괄하는 유봉석 미디어 담당 이사가 사용자 기반 수익 모델인 이른바 ‘PLUS(Press-Linked User Support) 프로그램’ 도입을 준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는 크게 네이버 뉴스 서비스 본문 내 광고 수익 배분(언론사:네이버=7:3 비율)과 구독자가 미디어를 후원하는 100억원 규모의 구독 펀드 조성 두 가지로 나뉜다. 

 

이 가운데 구독 펀드는 네이버가 뉴스 유료화를 도입하기 위한 준비 단계라 할 수 있다. 뉴스 콘텐츠를 유료로 전환하기 위해 이용자의 경험을 바꿔보자는 취지다. 인터넷에서 공짜로 돌아다니는 디지털 음악 콘텐츠가 멜론, 벅스 등 음악 사이트를 통해 유료로 전환한 것처럼 뉴스도 기꺼이 돈내고 보는 콘텐츠로 돌려 놓겠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구독자가 마음에 드는 언론사나 기자를 직접 후원하겠다고 하면 네이버가 마련한 연간 100억원의 규모의 재원으로 이를 지원해주는 것이다. 이날 설명회에선 구독자의 후원액을 네이버가 펀드 재원으로 채워준다거나 구독 지표를 분석해 분기마다 한번씩 해당 언론사나 기자에게 펀드 재원을 분배하는 방안 등이 소개됐다.

 

네이버 관계자는 "10년 넘게 뉴스 서비스를 하면서 언론사와 플랫폼 사업자가 상생할 수 있는 방안을 고려해왔다"라며 "아직 구체적인 서비스 방식은 결정되지 않았으나 이용자가 유료로 구독하는 경험을 확산하기 위해 다양한 실험을 하면서 해법을 모색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네이버의 이러한 시도는 마침 세계최대 인맥구축서비스(SNS)이자 소셜 미디어 기반의 뉴스 유통 플랫폼으로 급부상한 페이스북의 유료화 도입과 비슷한 시기에 벌어지는 것이라 눈길을 끈다.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외신에 따르면 페이스북은 자사 앱 안에서 이용자가 뉴스를 돈내고 구독하는 기능을 올해 중으로 선보일 예정이다.

 

자세한 내용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지만 페이스북 자체 뉴스 서비스인 '인스턴트 아티클(각 언론사 사이트가 아닌 페이스북 내에서 뉴스를 소비, 콘텐츠 로딩 시간을 줄이는 것이 특징)'을 통해서만 구독할 수 있도록 설계될 전망이다. 페이스북 역시 언론사들과 수익을 어떻게 배분할 지에 대해 논의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미 월스트리트저널이나 뉴욕타임스(NYT), 파이낸셜타임스(FT) 등은 자체적으로 유료 구독 서비스를 하고 있다. 이들 언론사는 인스턴트 아티클 출시 전부터 페이스북에 유료 구독 기능을 도입해달라고 요구해왔는데 이 같은 의견이 어느 정도 수용된 셈이다.

 

페이스북은 국내에서도 소셜 미디어의 핵심 플랫폼으로서 영향력이 확대되고 있다. 모바일 시대를 맞아 페이스북을 통해 유통되는 콘텐츠 파급력이 커지면서 네이버의 아성을 위협할 수준으로 성장하고 있다.

 

네이버의 뉴스 유료화 재검토는 페이스북을 의식한 행보로 읽혀진다. 즉 페이스북으로 협력 언론사들의 이탈을 방지하려는 차원이라는 것이다. 유통 플랫폼으로서 미디어 생태계의 영향력을 키우려는 노력으로도 풀이된다.


현재 국내 언론사 가운데 자체 유료 구독 방식을 채택한 곳은 드물다. 하지만 네이버와 페이스북 등 주요 유통사들이 유료화를 도입하면 언론사들도 달라진 미디어 환경에 맞게 바뀔 것으로 예상된다. 뉴스 콘텐츠를 헐값에 풀어 놓기 보다 품질을 끌어올려 제값을 받으려는 시도가 많아질 것으로 보인다.

 

이 과정에서 어뷰징 행위나 저질 기사가 자연스럽게 퇴출되는 순작용이 기대된다. 특히 인지도가 높은 메이저 언론사가 상대적으로 수혜를 받는다거나 차별화한 콘텐츠를 생산해내는 전문 기자가 유리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주요 뉴스 유통 플랫폼의 정책이 바뀌면서 미디어 시장도 크게 요동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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