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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로에 선 통신]②제4이통 이번엔 등장할까

  • 2017.07.13(목) 17:07

제4이통 선정 '허가제→등록제' 완화 추진
선정돼도 연간 수조원 자금 조달능력 의문

신임 유영민 미래창조과학부장관이 취임했다. 유 장관은 미래부 조직의 환골탈태, 과학기술혁신 생태계 활력, 초연결·데이터 강국건설, 통신요금 부담완화 등 정책비전을 제시했다. 이중에서 가장 단기간 내 변화가 나타날 분야가 통신이다. 이미 국정기획자문위원회가 통신요금인하 가이드라인을 발표했다. 이에 따라 미래부 주도로 나타날 통신분야 변화를 살펴본다. [편집자]

 

국내 이동통신시장은 음식으로 비유하면 딱 세 가지 메뉴만 놓여있는 상황이다. SK텔레콤·KT·LG유플러스 3사 위주의 시장은 소비자의 선택권을 고착화시켰다는 평가다.

 

통신3사가 소비자 혜택을 위해 제공하는 결합상품 서비스나 각종 마케팅 등이 대표적인 원인이다. 가령 IPTV, 휴대전화, 집전화, 초고속인터넷을 묶어 할인받는 경우가 많은데, 각 상품별 약정기한이 달라 결합할인을 포기하면서까지 타사 상품으로 이동하는 소비자가 많지 않다. 


또 이통3사가 제공하는 보조금이나 요금제도 큰 차이가 없다. 지난 4월 출시한 갤럭시S8의 경우 타 통신사로 이동하는 번호이동보다 기기변경 건수가 훨씬 높았다. 다른 통신사로 이동하나 기존 통신사를 유지하나 받는 혜택이 크게 차이없기 때문이다.

 

한국통신사업자연합회(KTOA)에 따르면 지난 1월∼6월 통신3사와 알뜰폰을 합한 번호이동 건수는 총 329만2159건으로 작년동기 대비 6.8% 감소했다. 즉 전체적으로 다른 통신사로 이동하는 경우가 줄어들면서 3사 체제하에서 경쟁활성화가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

 

고착화된 통신시장에서 벗어나기 위해 정부는 지난 2011년 7월 알뜰폰을 등장시켰다. 알뜰폰이 등장한지 올해로 7년이 됐지만 3사 위주의 통신시장에는 변함없는 상황이다. 더군다나 알뜰폰 사업자로 통신3사의 자회사(SK텔링크·KT엠모바일·미디어로그)가 참여하면서 사실상 이통3사 시장점유율은 큰 변동이 없는 상황이다.

 

▲ 2015년 말 가입자 수 기준 국내 이동통신 시장 점유율 [자료=KISDI]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이 지난 2월 발표한 ‘2016년 통신시장 경쟁상황평가’ 보고서에 따르면 2015년 말 가입자 수 기준 국내 이동통신 시장 점유율은 SK텔레콤이 44.5%, KT가 25.9%, LG유플러스는 19.5%, 알뜰폰이 10.1%(통신3사 알뜰폰자회사 포함) 순이었다. 여전히 통신3사가 89.9%의 압도적인 점유율을 보이고 있다.

통신시장에 제4이동통신을 등장시키려는 이유는 간단하다. 사실상 통신3사 독과점에 따른 소비자 피해를 막기 위해서다. 제4이동통신으로 통신시장의 경쟁 활성화를 이끌어 내 가격경쟁을 유인하겠다는 것이다.

소비자들은 통신사가 어디든 정형화된 요금제 범위 내에서 상품을 골라야 하는 선택의 제한을 받고 있다. 실제 통신3사의 LTE데이터 무제한 요금제 상품을 보면 가격이 6만5890원으로 동일하다.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들은 통신3사의 담합의혹에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통신사들이 대체로 비슷한 가격대에 유사한 데이터를 제공하는 요금제를 상품으로 내놓는 것을 지적하는 것이다. 시민단체들은 요금제 출시 시점과 요금 수준, 서비스 내용을 보면 담합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본다.

최근 공정거래위원회도 통신시장 담합과 통신요금 담합구조에 대한 조사를 진행 중이다. 담합의혹을 해소하고, 가계통신비를 인하하기 위해 제4이동통신이 등장해야 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는 이유다.   

◇ 제4이동통신사 나오려면

지난 2010년부터 총 7차례 제4이동통신이 되기 위한 도전들이 이어졌지만 단 한 곳도 선정된 업체는 없었다.

미래창조과학부는 후보자들을 대상으로 기간통신역무의 안정적 제공, 재정적 능력, 기술적 능력, 이용자 보호계획의 적정성 등 4개 항목을 평가한다. 해당 기준을 모두 합쳐 70점이 넘어야 제4이동통신 사업자로 선정될 수 있다.

가장 최근 진행된 제4이동통신 선정은 지난해 1월이었다. 당시 세종모바일, K모바일, 퀀텀모바일 3개사가 신청했지만 모두 허가적격 기준의 문턱을 넘지 못해 탈락했다. 당시 세종모바일은 61.99점, K모바일을 59.64점, 퀀텀모바일은 65.95점을 받았다. 3개사가 탈락한 가장 큰 원인은 자금조달 계획의 신뢰성과 실현가능성 부족이었다.

 

 

제4이동통신의 등장이 번번이 무산되자 국정기획자문위원회와 미래창조과학부는 지난 6월 신규 통신사업자의 진입규제를 개선하겠다고 발표했다. 현행 허가제로는 신규 사업자의 시장진입이 어렵다고 보고 기존 허가 중심의 진입규제를 등록제로 완화하겠다는 방침을 내놓은 것이다.

양환정 미래부 통신정책국장은 "그동안 제4이동통신이 떨어진 이유가 자금조달 여력이 부족해서였다"며 "주파수 경매를 위한 입찰보증금만 있으면 등록이 가능하게끔 하겠다"고 밝혔다. 

즉 기존에는 사업자 허가와 주파수 경매 입찰보증금이라는 두 가지 요건을 충족해야 했지만 이제는 주파수 경매를 위한 입찰보증금만 있으면 사업자로 등록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미래부는 진입장벽이 낮아지면 이를 통해 자금조달을 위한 외부 투자를 더 쉽게 끌어 모을 수 있다고 보고 있다.

◇ 제4이동통신 등장해도 문제

하지만 선정 요건을 완화해 제4이동통신이 등장한다 해도 현 이동통신시장에서 자리 잡기까지 험난한 길이 예상된다. 

등록제로 바뀐다 해도 사업계획에 맞춘 자금조달능력을 검증하는 절차가 남아있기 때문이다. 선정 이후에도 각종 마케팅, 기지국 구축 등 초기 투자비용은 필요하다. 사업계획에 따라 금액은 바뀔 수 있지만 업계는 필요한 초기자금조달 액수를 최소 2조원 정도로 보고 있다. 특히 제4이동통신에 도전하는 사업자 입장에서는 통신3사와 경쟁하기 위한 천문학적인 마케팅 비용에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다. 

만약 자금조달을 감당할 수 없어 제4이동통신이 운영에 손을 떼기라도 한다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소비자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다.

여기에 주파수 경매를 위한 입찰 보증금도 부담이다. 우리나라는 지난 2011년 처음으로 주파수 경매를 실시했는데 당시 SK텔레콤이 1.8GHz대역의 주파수에 9950억원을 지불했다. 주파수 경매 입찰 보증금은 입찰가의 10%를 내야하기 때문에 최소 수백원이 필요하다. 여전히 신규 사업자에겐 자금조달이 걸림돌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양환정 미래부 통신정책국장은 "등록제로 전환해 허가제로 인한 경직성을 풀고 진입장벽이 낮추겠다는 것"이라며 "제4이동통신 사업자로서 내놓은 사업계획의 실현가능성과 자금조달 능력은 여전히 필수"라고 강조했다.

윤석구 한국알뜰통신사업자협회 회장은 "제4이동통신에 대해 기존 통신3사의 망을 빌려 쓰게 하는 등 특혜가 주어져도 마케팅을 포함한 비용 부담은 여전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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