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딩교육 열풍]下 6백만원 과외까지 '영어 배우듯 안돼'

  • 2017.08.02(수) 17:09

흥미 느끼기 우선…코딩으로 창의력 키워야
공교육 부족분은 민간기업 재능기부로 협력

코딩교육 열풍이 불고 있다. 코딩 교육 의무화를 앞두고 유명 사교육 전문 업체들이 시장에 뛰어드는가 하면 대치동 학원가에선 코딩 강좌가 개설되기도 했다.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앞두고 상상력과 창의력을 키울 수 있는 코딩 교육이 벌써부터 변질되는 모습이다. 코딩 교육은 무엇이고 왜 중요한지, 교육현장에선 어떤 목소리가 나오는지 살펴봤다. [편집자]

"어머님 지금 코딩교육 문의가 많습니다. 새 정부 들어 4차산업혁명이 강조되고 있는 거 아시죠? 이번 주까지 할인행사 들어가니깐 자녀 둘 다 수강하면 120만원짜리 수업인데 최대 80만원 초반까지 해드릴 수 있습니다“

초등학교 3학년과 6학년 자녀를 둔 학부모 A씨. 그는 주변 엄마들 사이에서 코딩교육을 시켜야 된다는 이야기가 많아지자 내 아이가 뒤처질까 싶어 방학기간을 맞아 코딩학원을 알아봤다.

 

서울 역삼동에 위치한 한 코딩학원에 전화하니 4개월 주 1회 3시간 교육과정에 120만원의 수강료를 불렀다. 가격이 부담스럽다고 하자 상담사는 이번 주가 할인기간이라 최대 90만원 후반까지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래도 머뭇거리자 두 아이 모두 등록하면 80만원 초반까지 수강료를 낮춰주겠다고 했다. 

4차 산업혁명시대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 등 미래 산업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사교육 시장에서 고액의 코딩교육 프로그램이 성행하고 있다. 2박3일 캠프에 60만원 가까이 되는 프로그램도 많다. 어떤 프로그램은 미국에서 수업을 진행한다는 이유로 600만원의 고액을 부르기도 했다. 

 


◇ 사교육 열풍 배경엔 '공교육으론 부족' 의문이

코딩교육 공교육이 내년부터 시작되지만 사교육 시장은 벌써 과열 양상이다. 일부 학부모들은 내년 코딩교육이 의무화된다 해도 공교육만으로는 충분히 교육시키기 어렵다고 보고 사교육 시장을 기웃거리고 있다.

교육부는 내년부터 순차적으로 초·중·고등학교에서 코딩교육을 의무화한다. 초등학생은 2019년부터 실과과목 내 정보통신기술(ICT) 교육 12시간을 소프트웨어(SW)기초 소양교육으로 전환해 17시간을 필수로 이수하게 된다.

하지만 정부에서 발표한 수업시간 만으로는 제대로 된 코딩교육이 이뤄질 수 없다는 지적이다.

 

나훈희 서울용마초등학교 교사는 "내년 코딩교육이 시작되면 실과과목 내에서 수업이 진행될 것"이라며 "바느질, 옷 만들기 등 기존 실과 교육내용과 함께 수업이 이뤄질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만약 코딩교육을 해도 컴퓨터 윤리 등 다른 내용으로 수업시간을 잡아먹을 확률이 높다"고 지적했다.

 

부족한 코딩전문 교사 부족 문제도 지적된다. 초등학교는 담임 교사가 학급을 전담해 운영하는 형태이기 때문에 전체 교사를 대상으로 소프트웨어 교육을 진행하면 된다. 하지만 중·고등학교는 컴퓨터를 전공한 자가 소프트웨어 교육을 맡는 구조라 전문교사가 부족할 수밖에 없을 것이란 예측이다.


◇ 공교육 부족분, 민·관 협력해야

이 같은 지적에 대해 민간기업 재능기부에서 해법을 찾아야 한다는 시각도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류제명 소프트웨어정책과장은 "미국·영국에서도 중앙정부·지방정부와 함께 기업들이 서로 협력해 코딩교육을 재능기부 하고 있다"며 "민·관 협력이 그 어느 때보다도 절실하다"고 말했다.

미국은 현재 민관 주도로 ‘1주일에 1시간 코딩을 공부하자’는 ‘Hour of Code’ 캠페인을 실시하고 있다. 영국은 지난 2013년부터 소프트웨어 과목을 정규과정으로 편성해 교육중이며 소프트웨어 전문교사 양성을 위해 대학기관과 협력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공교육 시행 전이지만 민간기업이 코딩교육을 지원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LG CNS는 지난 4월부터 서울시 교육청과 헙무협약을 맺고 20여개 중학교를 대상으로 무료 코딩교육을 제공하고 있다.

 

LG CNS관계자는 "현재까지 20여개 중학교중 절반 정도 학교에서 코딩교육을 완료했다"며 "방학이 끝나고 9월에 2학기가 시작되면 다시 코딩교육을 재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 LG CNS가 지난 4월 서대문구 서연중학교에서 진행한 무료코딩교육 현장 [사진=LG CNS]


안랩은 교육컨설팅업체인 맘이랜서와 함께 '안랩샘 아카데미'를 운영, 무료로 전문코딩강사를 육성하고 있다. 또 교육을 받은 강사들이 초·중학교 현장실습을 통해 학생들에게 무료로 코딩교육을 제공할 수 있도록 지원중이다.

 

구글코리아도 여름방학을 맞아 학생들을 대상으로 온라인 무료 코딩수업을 지난달부터 진행하고 있다.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로 구성된 멘토가 유튜브 실시간 방송으로 도움을 주는 방식으로 수업이 진행된다.

◇ "주입식 교육 아닌 아이들 흥미가 중요"

코딩교육 열풍이 불면서 마치 영어과목처럼 필수적으로 배워야 한다는 분위기가 흐르고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학생들이 오랜 기간 스스로 학습하면서 창의력을 키우는 것이 중요한 만큼 먼저 흥미를 느끼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따라서 무작정 고액의 사교육이나 캠프를 보내는 건 지양하고 무료로 접할 수 있는 과정부터 접근, 아이가 흥미를 느끼는지 파악하는게 우선순위라는 지적이다.

현재 사교육 업체가 진행하는 수업 프로그램을 보면 주로 단기적이고 주입식 교육이다. 서울시내 A학원은 프로그래밍 언어인 C언어 기초 입문과정 2개월, C언어 심화과정 4개월, 아두이노(코딩장비)과정 2개월, 피지컬컴퓨팅과정 2개월을 거치면 모든 교육이 완성된다고 홍보할 정도다. 

 

교육업계 한 관계자는 "코딩을 단기간에 주입식으로 배워서는 절대 도움이 안 된다"며 "아이들이 스스로 즐길 수 있는 방식으로 공부하는 게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경시대회 준비처럼 단기간에 코딩과정을 외워 시험점수만 잘 받아서는 도움이 안 된다는 설명이다.

정부도 초등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소프트웨어 교육지침을 흥미위주의 교육으로 설정했다.

 

유영민 과기정통부 장관은 지난달 서울 금천구 가산G밸리기업시민청에서 열린 '소프트웨어 기업 간담회'에서 "소프트웨어교육 방향이 달라져야 한다"며 "1, 2, 3 등으로 줄 세우는 교육방식이 아닌 아이들이 재미를 느낄 수 있도록 진행돼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류제명 소트프웨어정책과 과장도 "흥미위주의 수업이 될 수 있도록 하는데 방점을 두고 교사 연수와 교재제작을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무작정 학원 가기보다 아이의 흥미를 파악하기 위해 학부모가 먼저 학습지도를 해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설명한다.

코딩교육의 기초라고 할 수 있는 스크래치(Scratch) 프로그램은 현재 무료로 사용할 수 있다. 스크래치는 8~16세인 초·중학교 학생들이 쉽게 쓸 수 있도록 설계된 컴퓨터 프로그래밍 도구다. 미국 매사추세츠공과대학(MIT) 미디어랩(Media Lab)의 라이프롱킨더가든그룹(LKG)이 만들어 무료로 제공하고 있다.

 

로보틱스, 어플리케이션 만들기 등 코딩을 바탕으로 한 다양한 활용능력을 기르기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스크래치 과정을 거쳐야 한다.

컴퓨터로 코딩을 해보는 것도 중요하지만 '언플러그드(unplugged) 활동'이라고 해서 컴퓨터 없이 추론능력을 향상시키는 연습을 평소에 꾸준히 해주는 것도 좋다. 예를들어 빈 종이에 연필만 들고도 아이의 추론 능력을 키울 수 있다. 하루 일과를 순차 알고리즘으로 표현해보는 등 학습지도를 해주면 효과적이다. [시리즈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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