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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신소송戰]③2006년과 2017년 달라진 것은…

  • 2017.08.11(금) 10:29

규제기관 행정지도 따랐지만 공정위는 담합 과징금
시간만 흘렀을뿐 정책은 비슷 '사후규제로 전환해야'

통신비 인하 대책을 놓고 벌여온 정부와 통신 업체간 다툼이 법정 소송으로 비화되기 일보 직전이다. 새 정부 출범 이후 논의되고 있는 가계통신비 절감 대책이 이전엔 보기 힘들 정도의 강력한 수준으로 평가받고 있는 가운데 통신사들 역시 과거와 다르게 강경한 태도로 맞서는 형국이다. 통신사가 정부를 상대로 소송전을 벌이게 된 배경 등을 짚어본다.[편집자]

 

▲ /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통신3사를 향해 요금할인율 25% 상향조치를 예고한 가운데 공정거래위원회가 통신사 담합조사에 들어갔다. 전방위 압박이다.

 

공정위의 통신사 담합조사는 오랫만이다. 특히 과기정통부가 SK텔레콤에 대한 요금인가권을 갖고 있는 가운데 공정위가 요금담합 의혹을 조사하고 있어 더욱 특이하다. 풀이하자면 정부기관이 이동통신 선발사업자의 요금 상한선을 정해주고 있는 상황에서 또다른 정부기관이 요금 담합을 했다고 조사하는 격이니 모양새가 이상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최근 통신업계의 화두는 요금할인율 상향 조치다. 하지만 이를 빌미로 공정위 담합조사까지 시행되고 있어 과거 정책 사례를 살펴봤다.

 

◇ 11년전 공정위 담합 결론 이상해

 

2006년 7월27일 공정거래위원회 전원회의장. 권오승 공정위원장을 비롯해 강대형 부위원장, 장항석 주심위원 등 위원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이날 안건은 '이동통신 3사의 부당한 공동행위에 대한 건'이었다. SK텔레콤, KTF, LG텔레콤이 무제한 요금상품의 판매를 중단하거나 출시하지 않을 것을 합의하는 방법(담합)으로 경쟁을 제한시켰는지 여부를 의결하는 자리다.

 

공정위가 바라본 논리는 이랬다.

 

정보통신부는 2003년 이동전화번호 제도개선 계획을 발표하면서 가입자가 통신사를 바꿔도 전화번호를 바꿀 필요가 없는 제도를 도입했다. 다만 2004년 1월1일부터 첫 6개월간은 SK텔레콤 가입자가 KTF나 LG텔레콤으로 변경하는 것만 허용했다. 일명 번호이동 시차제로, SK텔레콤으로 가입자가 쏠리는 것을 막으려는 조치였다.

 

KTF, LG텔레콤은 번호이동 시차제가 시행되자 SK텔레콤의 우량 가입자들을 유치하기 위해 한시적으로 무제한 정액요금제를 판매했다. SK텔레콤 가입자가 지속적으로 빠져나갔다. 다급해진 SK텔레콤도 그해 1월15일 무제한 정액요금제 인가신청서를 정통부에 제출했다. 한동안 정통부는 유효경쟁 등을 이유로 인가를 보류했다. 하지만 6개월 뒤 정통부는 인가를 계속 보류할 명분이 부족하다고 판단, SK텔레콤의 무제한 정액요금제를 허용키로 했다.

 

KTF·LG텔레콤의 반발이 컸다. 이들은 당초 한시적으로만 판매하려 했는데 SK텔레콤이 같은 요금상품을 팔게 됐으니, 판매기한을 연장하고 요금을 SK텔레콤 보다 더 낮춰 팔겠다고 엄포했다. 출혈을 감소하더라도 치킨게임을 하겠다는 각오였다.

 

급기야 정통부장관이 중재에 나섰고, 그해 6월24일 이통3사 모두 무제한 요금제 판매를 중단키로 합의했다. 명목은 시장건정화를 위해 무리한 마케팅을 자제하자는 취지였다.  

 

당시 이형희 SK텔레콤 CR전략실장이 작성한 '주간경영회의록'을 통해 "KTF와의 무제한요금 관련 협상 조속히 실행할 것. KTF는 요금신고 업체이기 때문에 언제든지 부활가능. 따라서 6월말 합의를 통해 내린다면 다시 시작하기 곤란함. 사장들간의 이야기가 실행으로 옮겨지는 분위기가 되어야 함"이라는 내용이 공개되기도 했다.

 

공정위는 이를 두고 담합이라고 결정, 과징금을 부과했다.

 

이 과정에서 SK텔레콤 측에선 법무법인 율촌, KTF는 법무법인 태평양, LG텔레콤은 김앤장법률사무소 등 3사가 대형 로펌을 법률대리인으로 내세워 해명했지만 소용 없었다.

 

공정위의 담합 과징금이 결정된 후에는 정통부의 행정지도를 통신3사가 따랐는데 과징금이 부과된 격이라는 비판이 제기됐다. 정통부가 운용중인 요금인가제 등 각종규제가 결국 담합의 빌미가 됐다는 해석이다.

 

▲ /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 행정지도·요금규제 아직도 존재…2017년 판단은?

 

2017년 공정위의 통신3사(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담합조사는 2006년때와 결을 같이 한다.

 

지난 9일 공정위는 음성통화와 문자메시지는 무제한으로 제공하고 데이터사용량은 금액에 따라 제공하는 요금제를 이통3사 모두 유사하게 판매한 점, 2015년 데이터중심요금제 발표 당시 며칠 사이에 유사상품을 발표한 점을 두고 담합을 의심하고 있다.

 

우선 2015년 데이터중심요금제 발표 당시 이통3사가 시간차는 있었으나 모두 미래창조과학부(현 과기정통부)와 상의했던 것은 업계의 정설이다. 당시 정부의 가계통신비 인하정책의 일환이었기 때문이다.

 

또 데이터중심요금제의 금액이 유사한 것은 요금제 판매 선발사업자가 일정 요금을 내세우면 후발사업자가 비슷하게 따라가는 것이 업계의 관례다. 비단 이 요금제만 그랬던 것이 아니다. 금융사들이 거의 유사한 이자율로 대출과 예금을 받는 것도 비슷한 사례라는게 업계측 설명이다.  

 

특히 SK텔레콤은 아직도 요금인가제 대상 사업자라 정부의 가격규제가 살아있는 상태다. 정부가 일종의 가격상한선을 정하고 있는 상황인 만큼 가격담합의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주장이다.

 

통신업계 측은 "정부의 행정지도가 형식만 달라졌을 뿐 아직 존재하며 요금인가제도 살아있는 상황에서 통신사는 규제기관 눈치를 볼 수 밖에 없는데 또 담합이라고 하니 답답하다"는 입장이다.

 

이에 따라 일각에선 아예 요금인가제 등 사전규제를 폐지하고 사후규제만 남겨 무한경쟁체제로 돌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2006년으로부터 11년이 흘렀지만 아직도 정부의 규제방식에는 변함 없다"면서 "과기정통부장관이 기업 최고경영자(CEO)를 개별적으로 불러 무언의 압력을 넣고, 다른 한편에선 공정위가 담합조사를 하는 모양새가 좋아보이진 않는다"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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