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가 광활한 인도 땅 어딘가에서 살고 있을 친부모를 찾기 위해 활용한 수단은 위성지도 서비스인 '구글어스(Google Earth)'. 자신의 기억을 더듬어 3년 간 구글어스를 탐색한 결과 살던 동네를 찾아냈고 결국 25년 만에 친부모와 재회한다.
18일 국회의원회관에선 이산가족과 실향민의 고향집을 찾는 프로그램 '엔케이파인더(NK-Finder)'가 소개됐다. 이 프로그램은 탈북 석박사들로 구성된 연구단체인 북한개발연구소가 개발했다.
전쟁으로 인해 고향을 떠날 수밖에 없었던 한 실향민의 사연이 개발 배경이었다. 이산가족 찾기는 북한의 협조 없이 불가능하지만 고향집 위치는 지금 서비스되고 있는 위성지도를 활용하면 얼마든지 가능하다는 판단에서다.
이 프로그램은 실향민이 기억하고 있는 주소를 단초로 한다. 옛 방식의 좌표로 제작한 북한 지도를 지금의 구글 지도로 변환해 정확한 지점을 찾아준다. 이렇게 찾은 위치를 바탕으로 그동안 고향집이 어떻게 변했는 지를 확인한다.
▲ 북한개발연구소가 만든 고향 찾기 프로그램 '엔케이파인더' [자료=북한개발연구소] |
문영순 북한개발연구소 연구원은 "광복 후 북한은 러시아 좌표체계가 도입되어 현재 남한에서 서비스되는 구글 지도가 북한에는 연동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해마다 급격히 줄어들고 있는 이산가족 생존자들에게 엔케이파인더가 도움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엔케이파인더를 활용해 옛 고향집을 찾은 강인덕 전 통일부장관은 "고향집을 찾았더니 집은 없고 전부 빈터가 되었다"며 "이 곳에서 가까운 형제들을 불러 모아 강씨촌을 만들려던 아버님의 꿈이 그리웠다"고 말했다.
엔케이파인더는 지난 7월 저작권 등록을 마쳤다. 하지만 아직 데이터가 부족하고 1건 당 처리비용이 88만원에 달해 사업 확대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이다.
김석종 대구과학대학교 교수는 "실향민들의 기억, 사진, 영상, 글 등 데이터를 계속 축적해 엔케이파인더에 넣어 더 많은 실향민들의 고향집 찾기에 활용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승열 국회입법조사처 입법조사관은 "조형물 제작하는데 70만원의 비용이 들어가는데 입법적으로 틀을 마련해 지원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며 "이를 위해선 무엇보다 국민적 공감대를 얻는 작업이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북한개발연구소 R&D(연구개발)담당자는 "예산지원 못지않게 중요한 게 국립지리정보원이 갖고 있는 상세한 북한지도인데 이를 공개하지 않고 있다"며 "남한지도는 보안상 문제가 있을지 몰라도 북한지도는 문제될게 없는 만큼 국회 차원에서 북한지도 제공을 풀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북한개발연구소는 향후 엔케이파인더를 다음과 네이버 지도와도 연계하고 데이터 확보를 통해 지역별 위치 정확도를 끌어올릴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