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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드 스토리]통신비 인상 범인은 누구

  • 2017.10.10(화) 16:37

요금할인율 상향에도 통신비 부담 여전
국내폰값 외국의 2.6배…'넛지' 대안필요

 

'휴대전화 제조사, 이동통신사, 유통점….범인은 이 안에 있다'

최근 들어 가계통신비에 부담을 주는 주범(主犯)으로 삼성전자·애플 같은 휴대전화 단말기 제조사가 꼽히고 있습니다.

지난달 15일 정부가 선택약정 할인율을 기존 20%에서 25%로 상향했으나, 가계통신비 부담이 여전하다는 설문조사 결과와 함께 국내 휴대전화 단말기 가격이 외국보다 비싸다는 분석이 잇따라 나오면서입니다.

◇ 가계통신비 부담 주범은 고가 단말기?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변재일 의원(더불어민주당)은 녹색소비자연대와 함께 지난달 12~22일 이동통신서비스 이용자 성인 1000명을 대상으로 온라인 인식 조사를 진행한 결과, 응답자의 75.6%가 '가계통신비에 부담'을 느낀다고 답했다고 10일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가트너가 지난달 발표한 '휴대전화 단말기 판매 가격 보고서'를 인용해 지난 2015년부터 올해 2분기까지 국내 단말기 평균 판매가격(ASP·Average Selling Price)이 514달러로 외국 197달러보다 2.6배나 높은 수준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이와 관련 변 의원은 "가계통신비 인하는 통신 서비스 요금 인하만으로는 한계에 봉착한 것"이라며 "저가의 단말기 보급을 확대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같은 당 유승희 의원도 아틀라스(ATLAS Research & Consulting)의 보고서를 인용해 "작년 12월 기준 연간 국내 판매된 휴대폰 가운데 80만원 이상 고가 단말기가 60%에 달했다"면서 "이는 사업자들이 출고가를 부풀린 고가 단말기 유치에만 집중하는 시장 구조가 고착된 탓"이라고 지적했습니다.


◇ 단말기 값에 포함된 유통마진이 공범?

한동안 가계통신비 부담의 주범으로 이동통신사가 지목되면서 선택약정 할인율 상향까지 이어진 바 있습니다.

선택약정 할인은 휴대전화기를 살 때 받을 수 있는 공시 지원금 대신 매월 내는 통신 요금에서 25%를 할인받을 수 있는 제도입니다. 이동통신사가 전적으로 부담하는 구조입니다. 설명이 길었는데, 비판의 화살이 이제는 단말기 제조사로 향하는 모양새입니다.

완전히 틀린 지적은 아닙니다.

단말기 가격 상승, 구체적으로 고가 스마트폰 시장 성장이 가계 통신비 부담으로 이어진 것은 사실로 나타납니다. 통계청 자료를 보면, 스마트폰 보급이 이뤄지기 전인 지난 2008년 가계 통신비 가운데 단말기 등 통신장비 지출은 월평균 2500원에 불과했으나 작년엔 1만9200원까지 치솟았죠.

다만 변재일·유승희 의원이 제시한 자료에는 유통 구조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담겨있다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유 의원실 관계자는 "최근 갤럭시노트8 출시 때 신도림 테크노마트로 대표되는 집단상가에서 리베이트를 제공하는 등 고가 단말기 유치를 위한 불법 보조금이 과도하게 집중된 현상이 문제된 바 있다"고 말했습니다.

관련 사업자들이 고가 스마트폰 판매에 집중해 마진(중간 이윤)을 극대화하려는 시장 구조가 근본 원인이라는 지적입니다. 쉽게 말해 스마트폰을 팔거나 이동통신 서비스를 제공하는 상인들의 몫을 제품 가격에 녹이는 방식으로 판매 촉진이 이뤄지는데, 이 경우 고가 폰 판매가 유리하다는 얘기죠.

 

▲ [사진=게티이미지]

 

◇ 해법은 완전자급제?


그렇다면 해법은 무엇일까요. 아주 단순하게 제조사와 같은 특정 사업자를 압박해서 가격을 낮추라고 하는 게 가장 바람직한 방향일까요.

글로벌 시장을 상대로 경쟁하는 기업의 제품 가격에 정부가 개입하는 것도 무리이지만, 그렇게 해도 효과는 미미할 것이란 전망입니다. 가격을 강제로 낮출 때 기업이 만회할 방법은 아주 다양하기 때문입니다.

가령 가격을 낮추면서 품질도 낮춰버리는 방법이 가능하죠. 기존 주력 제품의 가격을 낮추고 고가 브랜드를 새롭게 만들 수도 있고요.

그렇다면 고가 폰을 팔더라도 중간 상인들의 이익이 별로 안 남는 구조로 바꿔나가면 어떨까요. 남는 게 별로 없으면 거품을 먹으려는 사업자가 낄 틈도 없겠죠.

이런 구조로 가는 대표적 제도가 있습니다. 완전 자급제입니다. 자급제는 소비자가 통신사 관련 유통점뿐만 아니라 제조사, 마트, 온라인 쇼핑몰 등 다양한 유통점에서 단말기를 구입한 후 원하는 통신사를 선택할 수 있는 제도입니다.

이를 통해 통신사 중심의 단말기 유통 구조에서 벗어나면 통신사들이 휴대전화와 통신 서비스를 묶어 팔면서 발생하는 불분명한 가격 구조는 일단 개선할 수 있습니다. 마트, 온라인 쇼핑몰, 제조사 판매점 등 다양한 유통점 간 경쟁에 따른 단말기 가격 하락도 부를 수 있다고 하죠.

하지만 이 제도도 가장 올바른 길이라고 확신할 수는 없습니다. 실제로 관련 사업자들이 경쟁을 벌여 가격이 내려갈지 아무도 모르기 때문입니다. 경쟁이 오히려 각종 사은품이나 제휴 할인 등을 불러와 가격 거품을 일으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지요.

 

특히 합리적 가격의 휴대전화 단말기와 요금제를 선택하는 소비자가 많아지도록 유도하는 정책이 나와야 관련 사업자들이 이에 맞는 공급을 할 수밖에 없게 될 것이란 지적입니다.

 

특정 사업자를 지목해 야단을 치고 일시적 가격 인하 효과를 보여주는 방법이 아니라 지난 9일 노벨 경제학상을 받은 리처드 세일러 교수의 '넛지' 이론에 필적하는 부드러운 묘수가 등장하길 기대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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