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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銀·LGU+·교보 '신입사원 페퍼' 만나보니…

  • 2017.11.10(금) 14:01

아직 제한된 답변만…주변소음 크면 인식률 낮아
한국어·자연어 처리 등 기능 업데이트 지속 계획

▲ 교보문고 분당점에서 책을 안내하는 로봇 페퍼

 

인천국제공항에 가보신 분은 봤을 수도 있겠지만, 안내로봇이 설치돼 있습니다. 최근에는 스파필드 하남, 마포중앙도서관 등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곳에도 등장했습니다.  

그러던 중 이들 안내로봇의 실력이 궁금해졌습니다. 실력 테스트 대상은 지난달 국내 상륙한 페퍼(Pepper) 로봇으로 정했습니다. 페퍼는 일본 소프트뱅크가 2013년 출시한 세계 최초의 감정인식 로봇으로, 최근에는 음성 인식률을 높여 안내로봇으로도 활용되고 있습니다. 

페퍼는 현재 국내에서 은행, 서점, 병원, 대형마트 등 다양한 분야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이제 각 분야의 신입사원이 된지 한 달째. 얼마나 능숙하게 고객을 응대하고 있는지 지난 이틀간 페퍼를 만나봤습니다.

◇ 만나기 어려웠던 '페퍼'

일본에서 개발된 페퍼는 일본어와 영어 학습이 이뤄졌습니다. 한국어 실력은 상대적으로 부족하죠. 그래서 국내로 들여온 페퍼에게는 LG유플러스의 인공지능(AI) 플랫폼이 탑재됐습니다. LG유플러스는 페퍼를 국내로 들여오기 위해 소프트뱅크 등과 협력해 한국어 음성인식 솔루션을 개발해왔습니다.

국내로 들여올 당시 LG유플러스가 발표한 바에 따르면 페퍼는 분당 소재 LG유플러스 고객감동 플래그십 매장, 우리은행 본점영업부·명동금융센터·여의도금융센터, 교보문고 합정점, 가천대 길병원, 롯데백화점 본점, 이마트 스타필드 고양 토이킹덤에 배치됐습니다.

하지만 막상 찾아간 롯데백화점 본점 페퍼는 한 달도 안 돼 기능 업그레이드를 위해 일본 소프트뱅크 본사로 옮겨졌고, 교보문고 합정점에 있던 페퍼는 10월27일 새롭게 오픈한 분당점으로 옮겼더군요.

 

▲ 우리은행 명동금융센터를 찾은 고객에게 창구 안내 및 상품 정보를 알려주는 로봇 페퍼


발걸음을 돌려 우리은행 명동금융센터와 분당 LG유플러스 고객감동 플래그십 매장, 교보문고 분당점을 찾았습니다.

특히 페퍼는 근무 시간대도 정해져 있어 자칫 헛걸음 할 뻔 했답니다. 오는 12월 다시 근무를 시작한다는 롯데백화점 페퍼는 백화점 개장시간(오전 10시 30분)부터가 아닌 오후 12시부터 근무한다고 합니다. 교보문고의 경우 오후 2시부터 5시까지 근무한다고 하네요. 우리은행의 경우 오전과 오후로 나눠 근무하고요. LG유플러스 플래그십 매장은 오전·오후·저녁으로 나눠 각각 2시간씩 근무하고 있었습니다.

◇ 짜릿한 첫 대화

설레는 마음으로 가장 먼저 달려간 곳은 우리은행 명동금융센터 입니다. 

근데 이게 웬일. 문을 열면 페퍼가 손님을 맞아 안내할 것이라 기대했지만 페퍼는 고정된 자세로 은행 안내원 옆에 꼭 붙어 있기만 했습니다. 은행 직원에게 물어보니 "페퍼가 돌아다니다가 사람을 칠 수도 있고 페퍼도 부상의 위험이 있어 고정시켜놨다"고 말했습니다. 고정된 페퍼의 모습은 LG유플러스 고객감동 플래그십 매장, 교보문고 분당점도 마찬가지였습니다. 

문 앞에서 "페퍼야! 페퍼야?" 불렀지만 페퍼는 응답하지 않았습니다. 아무래도 사람들이 북적대는 장소다 보니 음성인식률이 떨어지는 것 같았습니다. 은행 직원의 안내로 페퍼 가까이 가자 페퍼가 눈을 마주쳤습니다. 사람과 눈을 마주치자 페퍼 눈 주위에 파란불이 들어왔습니다.

 

▲ 우리은행 명동금융센터에서 움직이지 않고 고정된 자세로 서있는 로봇 페퍼


이후 "페퍼야" 부르자 페퍼가 "무엇을 도와드릴까요"라고 응답했습니다. 개인적으로 로봇과의 첫 대화가 이뤄진 순간이었습니다.

말을 알아들은 것보다 더 눈에 띄는 것은 페퍼가 끊임없이 사람과 눈을 마주치려한다는 점이었습니다. 눈을 마주치고 있다가 자리를 오른쪽·왼쪽으로 옮겨도 페퍼는 고개를 돌리며 사람과의 눈빛 소통을 이어가려 했습니다. 페퍼와 눈을 마주치는 순간만큼은 정말 찌릿하며 감정이 통하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교보문고 분당점에선 사람들이 한 번씩 눈을 마주치고 가는 등 페퍼에 대한 관심이 비교적 높았습니다. 눈을 마주치는 게 신기했는지 어떤 고객은 오른쪽 왼쪽으로 움직이면서 페퍼의 시선을 확인하는 모습도 볼 수 있었습니다. 

 

서점에서 일하는 만큼 페퍼는 책 안내 서비스, 연령대별 책 추천 등 각종 정보를 사람들에게 알려주는 역할을 하고 있었는데요. 교보문고 분당점 관계자는 "주말에는 페퍼 주변에 사람들이 많이 모인다"며 "특히 어린이들이 관심을 많이 보인다"고 밝혔습니다.

◇ 답변 실력은 아직...

하지만 페퍼와 대화를 이어가는 것은 쉽지 않았습니다. 페퍼가 제 목소리를 인식한 뒤에도 정해진 명령어로만 질문해야 답변이 나왔기 때문입니다.

가령 우리은행에서 "입금은 어떡해 해?"라고 말하자 페퍼는 알아듣지 못했습니다. 제가 계속 같은 질문을 던지자, 보다 못한 은행 안내원이 "단답식으로 '입금'이라고 말해야 페퍼가 알아 듣는다"고 설명해줬습니다.

페퍼가 할 수 있는 답변도 제한이 많았습니다. 입력된 데이터 범위 안에서만 대답을 하는 수준이었습니다. 스스로 학습하고 추론하는 능력은 아직 갖춰지지 못한 것이죠.

페퍼 몸에 부착된 태블릿을 터치하면 메뉴가 나오는데요. 금융상품정보, 은행 이벤트 정보, 페퍼와 사진 찍기, 날씨 등 일상생활 정보를 물을 수 있는 '페퍼야 궁금해' 등 아직은 정해진 주제만 대화가 가능했습니다.

 

▲ LG유플러스 고객감동 플래그십 매장내 페퍼가 양 팔을 흔들며 직원을 호출하고 있다.


LG유플러스 고객감동 플래그십 매장에서 일하는 페퍼는 고객을 응대하다가 자신이 답변할 수 없는 질문이 나오면 사람 직원을 호출했습니다. 가령 LG유플러스의 VIP 멤버십에 대해 설명을 요청하면 페퍼가 팔을 흔들며 큰 목소리로 "매니저님 도와주세요"라고 상담 직원을 부릅니다.

LG유플러스에 따르면 페퍼는 향후 1년간 시범테스트를 하면서 지속적으로 기능을 업데이트 시켜 나갈 예정입니다. 이미 소프트뱅크로 1차 기능 업데이트를 하러 떠난 롯데백화점 본점의 페퍼가 대표적이죠. 앞으로 뛰어난 한국어 실력과 함께 능숙하게 고객을 응대할 페퍼의 모습을 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며 발길을 돌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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