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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르신! 요즘 공짜폰 구하기 힘들어요"

  • 2017.12.13(수) 15:16

低價요금제 공짜폰 구하려 3일이나 낭비
단말유통구조 복잡 원인…단순화 시켜야

▲ /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지금껏 자녀 명의의 피처폰을 써왔던 여든 살 박정호(가명)씨. 그는 지난주말 친구들과의 등산 모임을 다녀온 뒤 스마트폰을 사기로 결심했다. 이유는 단순했다. 모임 공지부터 친구들의 각종 소식이 카카오톡으로 이뤄지다보니 소외감을 느낀 탓이다.

 

큰 마음 먹고 동네 이동통신사 매장들을 방문했던 그는 똑같이 돌아오는 답변에 깜짝 놀랐다.     

 

"최소 3개월, 길게는 6개월간 7만원대 요금제를 써야 공짜폰을 받을 수 있는 보조금이 나와요. 안그러면 저가 스마트폰이라도 단말기 할부금을 내야 해요"

 

"저렴한 어른신요금제 조건에선 공짜폰으로 판매할 수 있는 모델이 없어요. 아마 다른 매장 가도 마찬가지 일 겁니다"

 

자신에게 필요한 요금제는 기껏해야 2만원 수준인데 7만원 정도를 6개월간 낸다면 쓸 때 없이 30만원을 통신비로 날리는 셈이다. 또 음성은 하루에 한 두 통화, 데이터는 고작 카카오톡이나 포털 사이트 검색이 전부일텐데 고가의 스마트폰을 사는 것도 부담스러웠다.

 

하는 수 없이 집으로 발걸음을 돌린 그는 지인의 도움으로 인터넷 검색을 시작했다.

 

그는 SK텔레콤이 운영하는 T월드다이렉트, KT가 운영하는 올레샵, LG유플러스가 운영하는 U+샵을 모두 찾아본 뒤 역시 공짜폰 모델은 온라인몰에도 재고가 없음을 실감했다. 재고가 들어오면 알림문자를 주겠다는 서비스가 있었지만, 알아보니 기약없는 기다림이 될 수 있다는 답변이다.

 

그나마 저가요금제에서 공짜폰으로 받을 수 있는 모델도 1∼2개로 한정됐다. 올레샵의 경우 재고 있는 서울시내 몇몇 대리점을 안내해주기도 했지만 팔순인 박씨가 찾아가기엔 너무 멀어 포기해야만 했다.

 

▲ 서울 한 우체국에서 고객이 알뜰폰 상담을 받고 있다. /이명근 기자 qwe123@


결국 그는 알뜰폰으로 눈길을 돌렸다. 여기 저기를 찾다가 SK텔링크가 운영하는 SK 7모바일을 발견했다. LG전자 저가모델 스마트폰 X300이 공짜폰으로 검색됐다. 올해 1월 출시돼 비교적 신형폰이고, 출고가가 25만3000원인데 전액 보조금이 지원됐다. 요금제도 월 1만1000원에 데이터 500MB, 음성통화 30분 제공으로 박씨에게 적당했다. 이 요금제는 원래 2만2000원인데 약정할인 50%를 적용해준다.

 

신이 난 그는 온라인직영몰 SK 7모바일 다이렉트에서 본인확인, 신청서작성, 요금납부계좌 등록까지 마치고 신청버튼을 눌렀다.

 

이후 박씨의 입에선 저절로 긴 한숨이 나왔다. 처음 이통사 매장을 방문한 날로부터 헤매고 헤매다가 알뜰폰 온라인몰에서 신청하기까지 3일이나 소요됐기 때문이다. 스마트폰 하나 구입하는데 엄청난 시간과 열정을 쏟은 셈이다.

 

그래도 저가요금제에 공짜폰을 구할 수 있어서 그나마 다행이다고 생각하고 있을 무렵 한 통의 전화가 걸려왔다.

 

SK 7모바일 직원이었다. 온라인몰에는 표시를 못했는데, X300 모델 재고가 없으니 일주일 이상 기다리라는 말이었다. 

 

이 이야기는 스마트폰을 구입하려고 최근 3일간 동분서주한 박씨의 실화다.

 

단말기 유통구조 개선법(단통법) 시행후 보조금 정책이 안정돼 그나마 개선된 편이기 하다. 그러나 아직도 어르신이나 이동통신 지식이 짧은 사람에겐 단말기 하나 구입하는 일이 쉽지 않다.

 

이동통신 가입과 단말기 구입 등 유통구조가 너무 복잡하기 때문이다.

 

요금제를 맞추다보면 단말기 값이 비싸지고, 단말기 값에 맞추다보면 터무니 없이 높은 요금제를 써야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여기에 결합상품, 가족할인까지 겹치면 셈법은 더욱 복잡해진다.

 

유통점은 전략적으로 고가 요금제를 유도하거나 이윤이 많은 단말기를 권유한다. 소비자가 정확히 알고 방문하지 않는 이상 상술에 걸릴 수 밖에 없는 구조다. 일부는 단말기 값을 대답할 때 아직도 책상밑에 깔린 엑셀장부를 비밀스럽게 들춰보면서 007 영화장면을 연출하는 곳도 있다. 불법 보조금을 뿌려 소비자를 현혹하는 사례도 수두룩 하다.

 

휴대전화가 국민 생필품이 된지 오래지만 휴대전화를 구매하는 일은 마트에서 쌀 한봉지 사는 일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힘들다.  

 

업계 관계자는 "휴대전화를 사려면 소비자가 요금제, 가격, 할인여부 등 수많은 정보를 일일이 검색하고 재고 유무까지 파악해야 하니 사회적 낭비일 수 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면서 "최근 단말완전자급제를 제도화 시키려는 분위기가 약화되고 있는데, 근본적으로 단말기 판매구조를 단순하고 쉽게 만드는 것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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