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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드 스토리]011도 5G 사용하게 해주세요?

  • 2017.12.19(화) 11:36

011 등 번호 사용자들, 4·5G사용 청와대 청원
정부·통신사 "번호통합정책 역행, 010 이용자 역차별"

 

'011·016·017·018·019’

옛날 옛적 호랑이 담배피던 시절에나 들어봤을 법한 번호들이죠. 2000년대에 태어난 중·고등학생들은 처음 듣는 번호일지도 모릅니다. 지금은 대부분의 사람들이 휴대전화 앞자리 번호로 010을 사용하지만 10년 전만해도 '011·016·017·018·109'등 다양한 번호를 사용했습니다. 이동전화 식별번호라고 부릅니다.

 

그런데 아직도 011(016·017·018·109 포함)번호를 사용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이 번호를 사용하는 사람들이 지난 6일 청와대에 청원을 올렸습니다. 011번호를 계속 유지하면서 3G·4G사용은 물론 향후 상용화될 5G까지 쓸 수 있게 해달라는 내용입니다.

현재 2500명(19일 기준) 정도가 청원에 참여한 상태입니다. 많은 숫자는 아니지만 여전히 011번호를 유지하고 싶은 사람들이 있다는 걸 확인할 수 있습니다.

011번호 사용자들은 3G·4G를 이용하지 못합니다. 011번호는 2G가 이동통신 기반 네트워크였을 때 가입이 이루어졌던 번호이기 때문입니다. 만약 011번호 사용자가 속도가 더 빠른 3G·4G로 갈아타려면 번호 앞자리를 010으로 바꿔야 합니다. 정부가 지난 2004년 010으로 번호 통합을 추진했기 때문이죠.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따르면 지난 10월말 기준 2G 가입자 수는 272만4845명입니다. SK텔레콤 고객이 154만7377명, LG유플러스가 101만7987명, 알뜰폰이 15만9481명입니다. KT는 지난 2012년 2G 서비스를 완전 종료해 가입자가 없습니다.

과기정통부에 따르면 이중 기존 번호를 유지하려는 사용자들은 100만명 정도 된다고 하는데요. 011번호를 유지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느린 2G를 사용하고 있는 셈입니다. 2G망에 맞는 구식단말기, 속도제한 등의 불편을 겪으면서도 말이죠.

왜 굳이 011번호를 유지하려 할까요. 정부의 번호통합정책에 반대해 지난 2007년 세워진 010통합반대운동본부(네이버 카페)는 번호변경을 원치 않는 이유로 10~20년 장기간 사용했고 번호를 바꿀 경우 금전적·시간적 손실 등이 발생한다고 주장합니다.

박상보 010통합반대운동본부 대표는 "이동전화 번호는 개인정보로 취급되고 있다"며 "사실상 개인의 정체성을 의미하는 만큼 쉽게 포기할 수 없는 부분"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렇다면 011번호 사용자들에 대한 이동통신사의 입장은 어떨까요.

2G망을 운용중인 한 통신사 관계자는 "사실상 011, 016 등 오래된 번호를 계속 가져가고 싶다는 마음에서 번호변경을 원치 않는 사람들이 많다"며 "이는 지극히 개인적인 이유로 설득력이 없다"고 답변했습니다. 더구나 정부가 정책적으로 010통합을 추진해 온 만큼 통신사가 나서서 기존 식별번호를 유지할 수도 없다는 설명입니다.

010통합반대운동본부는 전기통신번호관리세칙의 제8조를 개정해 기존 식별번호 유예 제도를 약 100년 뒤인 2117년2월 28일까지 연기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기존 식별번호를 사용하는 사람들이 명의이전, 이동통신 해지. 이용자 사망 등의 이유가 아닌 이상 기존 번호를 계속 유지할 수 있게 해달라는 거죠.

하지만 정부 입장은 2004년 010통합번호 추진 때와 변함이 없습니다. 오히려 이제 와서 정책방향을 바꾸게 되면 기존 번호통합 사용자에 대한 역차별이 일어날 수 있다는 입장입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관계자는 "청와대에 올라온 청원은 확인했지만 현실적으로 010번호로의 전환율이 98%에 달하는 상황에서 나머지 1~2%를 위해 정책방향을 바꿀 수는 없다"며 "기존 식별번호는 향후 회수해 재배치해 5G시대에 사물인터넷(IoT) 등 다양한 분야에 활용해야하기 때문에 더 많은 국민들의 편익을 고려하는 것이 맞다"고 말했습니다. 

 

또 이 관계자는 "011번호를 유지하면서 3G·4G 향후 5G를 사용하게 할 수는 있지만 이렇게 되면 2004년 010통합정책에 따라 번호를 바꾼 사람들에겐 오히려 역차별이 된다"며 "번호의 효율적 관리, 특정 번호의 브랜드화를 방지하기 위해 010으로 통합했던 과거 정책방향을 계속 유지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2021년 2G주파수가 종료될 예정인데, 지금의 번호통합 정책을 유지하면서 기존 식별번호 사용자를 010으로 전환을 유도하겠다는 방침을 재확인한 것으로 풀이됩니다.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의 2G 망은 각각 800㎒과 1.8㎓인데 주파수 할당기간에 따라 이들 2G망의 사용 기한은 오는 2021년 6월 30일입니다.

010통합반대운동본부는 청와대 청원에 이어 이번주 내로 청와대 국민신문고에 정책제안을 할 예정이라고 합니다. 다양한 방법을 동원해 기존 번호를 사수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되는데요. '011·016·017·018·109'을 향한 이들의 사랑이 어떤 결말을 맺을 수 있을지 궁금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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