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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드 스토리]'과기정통부의 딜' 5G 통신비 내려갈까

  • 2018.01.23(화) 10:37

'통신비 깎으면 혜택' 5G 주파수 계획 내놔
구체적 내용없어 통신사들 난감…셈법 복잡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갑자기 변심했습니다. 아니, '딜'(거래)을 시작했습니다.

과기정통부가 통신3사의 가계통신비 인하계획에 상응하는 5세대 이동통신(5G) 주파수 할당 대가, 전파 사용료 감면 계획을 내놨기 때문인데요. 지난 22일 과기정통부는 5G 주파수 할당에 대비해 이같은 내용의 '전파법 시행령'과 '주파수 할당대가의 산정·부과에 관한 세부사항' 등 관련 고시의 일부 개정안을 마련, 입법 및 행정 예고했습니다.

◇ "통신비 딜 대상 아냐"→"통신비 낮추면 주파수사용료 감면"

 

이는 작년 과기정통부의 입장과 다른 모습입니다. 지난해 과기정통부는 선택약정 할인율 상향 정책에 소송을 거론하며 격렬히 반발하던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를 상대로 통신비 인하와 주파수 경매 대가, 전파 사용료 인하 등은 거래의 대상이 아니라고 선을 그은 바 있죠.

유영민 과기정통부 장관도 지난해 8월 기자 간담회에서 "통신사가 통신비 인하를 받아들이는 대신에 주파수 경매 대가 등을 낮춰달라는 요구가 있는데 이것은 딜의 대상이 아니다"라고 거듭 강조했습니다.

그런데 정책을 바꿔 딜을 시작한 배경에 대해선 '통신사 스스로 가계통신비를 인하할 수 있도록 한 것'이라는 정도의 짧은 설명만 했습니다.

 

오는 2019년 3월을 세계 최초 5G 상용화 시점으로 보고 있는 정부가 통신3사에 당근을 제시해 투자를 재촉하는 의도가 담긴 걸까요. 통신사가 5G 인프라 투자 비용을 아끼는 대가로 통신비를 인하하면 그 혜택이 국민에 돌아간다는 점에서 '신의 한수' 일까요.


어쨌든 방향성이 바뀌었으니, 통신3사는 '내용'이 궁금합니다. 주파수 경매 대가나 전파 사용료를 도대체 얼마나 깎아주려나 궁금한 것이죠. 쉽게 말해 적어도 남는 장사를 할 정도는 돼야 가계 통신비를 인하할 수 있다는 것이 통신사의 속내입니다.


이런 까닭에 5G 시대엔 요금을 기존보다 깎는 게 아니라 올려야 하는 상황이라고 인식하고 있던 통신사들은 계산기를 두드리기 바빠졌습니다.

 


◇ 통신사 "얼마나 깎아준데?" vs 정부 "약속 안지키면 어째"

 

멀리 갈 것도 없이 3G에서 4G로 넘어갈 때 인프라 투자에 쏟은 비용 등을 고려해 요금이 대체로 올라갔다는 점을 상기하면, 5G 시대도 마찬가지일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입니다. 그런데 정부는 통신요금을 깎을 계획을 내놓으라는 내용의 백지 카드를 꺼냈으니 통신3사는 머릿속이 복잡할 수밖에요.

 

또한 과기정통부는 통신사들이 가입자에게 부과할 서비스별 요금 계획을 연도별로 기술하고, 산출 근거를 제시해야 하며, 재할당 신청의 경우 기존 주파수의 이용기간 중 요금 수준을 함께 기술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통신3사 관계자들은 대부분 "기존 없던 인센티브를 주는 것이므로 이런 방향성에 대해서는 환영한다"면서도 "구체적 내용이 없으니 우리도 구체적 입장을 내놓기 곤란하다"는 반응입니다. 떡 줄 사람이 생각하지 않은 범위(정부의 인센티브)까지 고려해 김칫국(통신비 인하)을 마실 수는 없는 법이죠.

 

복잡한 속내는 한 가지 더 있습니다.

 

초고속·초저지연·초연결이 특징인 5G 시대가 되면 통신사들이 단순히 인프라만 제공하는 사업자에서 벗어나 관련 서비스 사업에도 적극 나설 계획이라서죠. 이미 통신3사는 5G 기반 커넥티드 카, 수많은 사물을 연결하는 사물인터넷(IoT), 실감 미디어 사업을 활발히 전개하면서 5G 시대를 대비하고 있습니다.

 

통신비 인하는 통신3사의 각종 5G 서비스 대중화에 도움이 될 것이란 판단도 있다는 겁니다.

 

그런데 사실 과기정통부도 머릿속이 복잡한 상태입니다.

통신비 인하 계획을 제시하라고 선언했으나, 통신3사가 계획을 제대로 이행하지 않을 가능성도 있어서죠.

가령 통신사들이 4G LTE 기준 6만원 짜리 요금제를 5000원 깎는다는 식의 계획을 제시한 뒤 실제로는 이행하지 않을 수도 있고, 2~4G 요금제를 깎은 만큼 5G 서비스 가격을 높이 책정해 이득을 취할 가능성도 충분합니다. 통신사들이 통신비를 인하하는 혜택을 자사 가입자에만 국한할 가능성도 있지요.

 

이럴 경우 어떻게 제재를 할지 고민이겠죠. 특히 인센티브를 챙긴 통신사의 부정 행위는 원상복구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점에서 고민이 깊습니다.

과거 통신비 인하 실적도 인센티브에 적용할지 고민 중이나 이 경우 언제부터 언제까지 실적을 적용하느냐가 복잡하다는 점에서 실제로 정책에 반영될지는 미지수입니다.

이와 함께 앞서 말씀드린대로 통신사들이 5G 시대엔 요금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논리를 펴면서 과기정통부가 싫어했던 '딜'을 재개하면 정책 추진은 물론이고 통신비 인하라는 취지가 구현되지 않을 가능성도 있지요.

 


 

◇ 빠르면 내달 구체적 내용 나올듯

 

일정도 빠듯합니다.

정부는 올 6월 5G 주파수 경매를 한다고 발표했습니다. 5월까진 주파수 경매 계획을 내놓는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새로운 내용이 적용되려면 지금으로부터 3~4개월은 걸릴 것으로 과기정통부는 관측하고 있습니다.

 

이번 입법예고와 규제심사, 법제심사, 차관회의, 국무회의 등의 절차를 문제없이 거치는 데 소요되는 기간입니다. 그러니 2~3월쯤에는 인센티브의 내용이 나와야 한다는 계산입니다. 중간에 공청회 같은 자리가 마련될 수도 있겠죠. 이해 관계자의 의견 제시는 이같은 일정의 변수로 작용할 수도 있습니다.


김경우 과기정통부 주파수정책과장은 "6월 주파수 경매 전에 내용이 나오면 좋겠지만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많다"며 "그렇다고 계속 검토만 하고 있을 수는 없으므로 빠른 시간 내 인센티브를 줄 수 있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와 관련 한 통신사 고위 관계자는 "통신설비 공동활용의 경우에도 적정대가라는 것에 합의를 못하고 있어 제대로 진행되지 않는 것"이라며 "정부의 취지는 고맙지만 정부가 제시하는 인하 안이 합리적이지 않다면 난감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작년 4G LTE 100㎒폭 할당가 2조원을 적용하면 5G 할당가는 10조원 이상이 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어마어마한 돈입니다. 통신사의 가계 통신비 인하 계획과 정부의 인센티브가 어느 선까지 딜이 이뤄질지 주목됩니다. 통신 이용자에게도 적정한 혜택이 돌아가길 기대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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