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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常識돋보기]KT 바라보는 구악 부활했나

  • 2018.01.31(수) 16:59

경찰, KT 압수수색…정치자금법 위반 혐의
2008년·2013년 CEO 퇴출과정 시작과 비슷

▲ 2013년 당시 이석채 KT 회장이 서울 서초KT사옥에서 열린 이사회에서 사의를 밝힌 뒤 사옥을 빠져나가고 있다.  [사진=디지털타임스 제공]

 

'주변이 아무리 어지러워도 흔들리지 않으려 노력했습니다. 그렇지만 저의 부덕으로 회사가 창사 이래 최대 혼란을 겪고 임직원에게도 마음의 상처를 드렸기에 떠나고자 합니다'

 

'회사를 위해 몸과 마음을 바쳤던 임직원들의 고통을 보고 시간을 지체할 수 없었습니다. 회사를 살리는 것이 저의 의무이기에, 회사가 마비되는 것을 지켜볼 수 없어 떠납니다'

 

회사를 떠난다는 두 글의 내용은 비슷하다. 지칭된 회사도 하나다. 각기 쓴 사람과 시점만 다를 뿐이다.

 

첫 번째 글은 남중수 전 KT 사장이 2008년 검찰 구속 직전 이임사로 임직원들에게 보낸 이메일이다. 두 번째 글은 검찰 조사를 받던 이석채 전 KT 회장이 2013년 이사회에 사임 의사를 밝힌 뒤 임직원들에게 보낸 이메일 내용이다.

 

공교롭게도 2008년은 이명박 정권이, 2013년은 박근혜 정권이 출범하던 첫 해다.

 

정권이 바뀔 시점 연임을 선언했던 KT의 최고경영자(CEO) 두 명은 각각 검찰 압수수색과 조사를 받는 과정에서 불명예스럽게 물러났다.

 

KT의 아킬레스건을 그대로 보여준 대목이다.

 

사실 KT는 통신·방송이라는 사업구조 특성상 직·간접적인 정부 규제와 간섭을 받는 것이 현실이다.

 

한 발 더 나아가 공기업이었다는, 주인없는 기업이라는 굴레를 씌우려 하는 이들도 존재한다.

 

그렇다보니 KT와 정권의 관계는 미묘한 밀월관계가 만들어졌다는 분석도 있다.

 

이를 인지한 KT는 지배구조 현황을 파악하고 문제점을 개선하고자 노력했다.

 

이사회에 지배구조개선위원회·지배구조위원회 등의 소위원회를 만들어 지배구조 사례 및 주요이슈, KT 지배구조의 특징과 현황, KT 지배구조 개선방안에 대해 논의했다.

 

특히 지배구조위원회는 제너럴일렉트릭(GE)식 후계자 양성 프로그램을 만들어, CEO 후보군을 육성하고 선출토록 하자는 방안을 만든 것으로 전해졌다. 잭 웰치 전 GE 회장은 1994년 취임 직후 10여명의 내부 후보를 뽑아 6년간 치열하게 경쟁시킨 뒤 이사회에서 만장일치로 제프리 이멜트를 후계자로 정한 바 있다. 이런 지배구조가 있었기에 GE가 135년 동안 살아남으며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었다는 평가다.

 

하지만 KT 스스로의 지배구조 강화 노력은 외부의 도움이 있어야만 가능하다.

 

권력을 가진 자가 마음먹고 흔들려고 한다면 흔들릴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CEO 선임 과정에 외부 입김이 작용하는 일이 되풀이되어선 안된다는 게 공통된 시각이었다.

 

▲ 황창규 KT 회장


안타깝게도 오늘 이 고질병이 되살아나려는 분위기라 염려스럽다.

 

31일 경찰이 KT 전·현직 임직원들의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를 수사하기 위해 KT 본사 등을 압수수색했다.

 

경찰은 KT 임원들이 법인카드로 상품권을 산 뒤 현금화하는 이른바 '상품권깡' 수법을 통해 일부 국회의원에게 기부금을 건넨 것으로 보고 있다. 정치자금법에 따르면 국내외 법인 또는 단체와 관련된 자금으론 정치자금을 기부할 수 없다.

 

죄가 있다면 당연히 법으로 다스리는게 옳다. 다만 이를 악용해 CEO 인사권을 휘두르려 해선 안된다.

 

공교롭게 이번 경찰의 압수수색은 과거처럼 새로운 정권 출범 첫 해에 이뤄졌다. 황창규 회장의 연임 선언 직후다. 2008년, 2013년의 과정을 담습하려는 것은 아닌지 우려스럽다.

 

2018년 KT를 바라보는 시선은 구악(舊惡)이 아니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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