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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중기획]스타트업에서 일자리 모델로

  • 2018.03.06(화) 16:25

<청년 일자리, 다시 미래를 설계한다>②-3
우아한형제들, 올해 400명 신규 채용
고공 성장 배경에는 다양한 복지제도

고용 대란으로 불릴 만큼 심각한 취업 한파가 이어지면서 스타트업 창업에 대한 청년들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창업은 쉬운 일이 아니고 실패할 확률도 높다. 그러나 길게 보면 취업 못지않은 선택이라는 게 전문가 의견이다. 비즈니스워치는 2018년 연중기획의 일환으로 스타트업 창업을 고민하는 이들을 위한 실질적인 팁을 마련했다. 성공한 스타트업과 주요 기업의 창업 지원센터를 탐방해 실전 노하우를 알아본다. [편집자]


▲ 김봉진 우아한형제들 대표


'배달의민족'이란 음식 주문 앱을 한 번쯤 들어봤을 것이다. 2011년 설립한 푸드 테크(food-tech) 기업 우아한형제들이 서비스하는 배달 앱이다. 등록 업소수 18만 여곳, 연간 거래액 2조원에 달하는 이 분야 간판 앱이다.

배달의민족 성공에 힘입어 스타트업으로 출발한 우아한형제들의 실적도 빠르게 좋아지고 있다. 2016년 매출은 849억원으로 전년 495억원보다 350억원이나 불었다. 2016년에 25억원의 영업이익을 달성해 창업 후 첫 흑자전환을 이루면서 안정적 성장 단계로 접어들었다.

이달 초 서울 송파구 방이동에 있는 우아한형제들 사무실을 기자가 방문했을 때 예상외로 많은 직원 수에 놀랐다. 작년 말 기준 관계사 포함해 무려 700명에 달한다. 이 정도면 스타트업이라기보다 중소기업에 가깝다.

우아한형제들의 창업자 김봉진 대표도 사업 초기에 회사가 이렇게 성장할 줄 예상하지 못했다고 한다.

 

원래 배달의민족은 네이버(옛 NHN)에서 디자이너로 일하던 김 대표가 가볍게 시작한 프로젝트였다. 소비자와 음식점을 연결해주자는 아이디어에서 출발했다. 작은 아이디어는 뜨거운 반응을 얻었고, 경영진과 임직원이 함께 만드는 기업 문화와 함께 꽃피고 있다.

 

▲ 배달의민족 앱을 서비스하는 우아한형제들의 사무실 풍경.[사진=이명근 기자/qwe123@]


◇ 듣보잡에서 성공한 스타트업으로

전에 없던 새로운 영역의 서비스를 개척하고, 그 분야에서 1위로 올라서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현재는 성공 가도를 달리는 우아한형제들도 우아한 길만 걸었던 것은 아니다. 창업 초기엔 그야말로 맨땅에 헤딩하기 식이었다. 영업 사원이 음식점을 찾아가면 업주 반응은 대부분 시큰둥했다. 배달 앱 자체를 이해하지 못했다. 

이 과정에서 배달의민족 앱을 통해 들어오는 주문이 얼마나 많은지 업주에게 증명하기 위한 서비스를 자구책으로 만들기도 했다. 이른바 '콜멘트 서비스'. 배달의민족으로 주문이 들어오면 업소의 수화기에 '배달의민족 콜~'라는 안내 음성이 나오는 서비스다.

음식점 데이터베이스(DB)를 확보하기 위해 전직원이 거리로 나가 전단지를 주웠던 일화도 있다. 우아한형제들 관계자는 "더 많은 전단지를 얻기 위해 재활용 센터를 돌거나 아파트 경비원의 도움을 받기도 했다"며 "그렇게 초기 데이터베이스를 확보했고, 본격적으로 사업화에 들어간 것은 처음 앱을 제작하고 1년이 지난 뒤였다"고 설명했다.

스마트폰 앱으로 음식을 주문하는 젊은 세대의 구매력이 확대되고 1~2인 가구가 증가하면서 관련 시장도 쑥쑥 크기 시작했다. 이런 까닭에 국내외 유명 투자사로부터 기업가치도 인정받았다. 세계적인 투자은행 골드만삭스와 아시아 최대 규모 투자사 힐하우스 캐피털, 네이버, 벤처캐피털 알토스벤처스 등으로부터 총 1460억원이 넘는 투자도 유치했다.

앱이 대박을 터트리고 음식 배달 문화가 크게 바뀌면서 김 대표를 포함한 창업자들의 시야도 확대됐다.

지금은 외식배달 서비스 '배민라이더스'와 반찬가게 '배민찬', 공유 주방 서비스 '배민키친', MRO(소모성 자재 구매대행) 사업 '배민상회'도 운영하는 등 사업 외연을 확장하고 있다. 인공지능(AI) 프로젝트 '배민데이빗'도 가동하면서 미래 사업도 준비 중이다.

이처럼 우아한형제들은 국내 무수히 많은 스타트업 가운데 성공의 반열에 올랐고 지금은 고용창출에 크게 기여하는 기업으로 발돋움하고 있다. 작년만 해도 기술과 개발 영역은 물론 마케팅과 디자인, 영업, 인사, 재무 등 다양한 직군에 걸쳐 200여 명을 신규 채용했다. 올해는 400명 수준의 채용을 계획하고 있다. 생존을 걱정하는 스타트업에서 일자리 모델 기업으로 우뚝 선 것이다.  


우아한형제들 입사를 희망한다면 단순한 스펙보단 자신만의 이야기를 통해 차별화된 경쟁력을 표현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조언이다. 박세헌 우아한형제들 인사 총괄은 "가정 환경 탓만 하다가 스스로 한계를 극복하고자 각성을 한 뒤 꼴찌에서 전교 1등까지 오른 입사 지원자가 아직도 기억에 남는다"며 "'자기다움'에 대한 고민을 많이 해보고, 왜 이 업무를 하고 싶은지 면접관을 설득할 수 있으면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다"고 소개했다

 


◇ 작은 아이디어로 세상을 바꿔라

 

창업을 희망하는 청년이나 기존 창업자들은 우아한형제들의 성공 비결이 궁금하다. 그런데 우아한형제들 임직원들도 자신들의 회사가 대단한 아이디어와 획기적인 기술에서 비롯한 것은 아니라고 거듭 말한다. 배달의민족이란 앱도 오프라인 전단지를 스마트폰에 넣으면 소비자와 업주가 많은 편리함을 얻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작은 아이디어로 시작했다는 설명이다.

박 총괄은 "창업 멤버들의 얘기와 경험한 것 등을 토대로 말하면, 스타트업 창업을 희망하는 청년들에게 거창한 사업 아이템으로 시작하지 말라는 말을 해주고 싶다"며 "우리가 이미 알고 있고, 접했던 많은 서비스에 있는 불편함을 어떻게 해소할 수 있을까 고민하면 좋겠다"고 했다. 작은 아이디어가 세상을 바꾼다는 것이다. 카카오톡도 기존 문자 메시지의 사소한 불편함을 해소해주면서 '국민 메신저'가 됐다.

창업을 희망하던 청년이 실패한 뒤 우아한형제들에 입사해 창업 기회를 찾은 경우가 있다는 점도 눈길을 끈다. 박 총괄은 "면접을 하면서 우아한형제들에서 일한 뒤 본인만의 사업을 하겠다고 솔직하게 말하는 친구도 봤다"며 "김봉진 우아한형제들 대표의 창업 성공을 롤모델 삼겠다는 그 청년은 이제 배달의민족과 거래하는 회사의 CEO가 됐다"며 웃었다.

사람 한 명이 소중한 스타트업의 임직원이 떠난다면 회사는 손해이지 않냐는 질문이 자연스럽게 나온다. 그러나 우아한형제들은 이를 장려한단다. 왜일까. 박 총괄은 "회사 곳곳에 '최고가 되어 떠나라'는 문구가 붙어있다"며 "한 사람이 회사에서 성장하고 또한 기업에 기여하는 선순환이 쭉 이어지면 좋겠지만 직원이 성장의 한계를 느낄 때 다른 곳으로 가는 선택에 대해서도 응원하는 문화를 갖추고 있다"고 설명했다.

직원에게 최고가 되어 떠나라는 회사라니, 일반적인 생각으론 이해하기 어렵다. 이는 우아한형제들이 좋은 일자리를 보는 관점에서 비롯한 것으로 보인다.

박 총괄은 "우아한형제들의 창업 멤버들은 좋은 일자리를 만들기 위해서 회사를 창업했다"며 "그들이 생각하는 좋은 일자리는 그것이 무엇인지 끊임없이 고민하는 것"이라고 했다. 직원이 회사에서 성장하고 다른 곳으로 떠날 수 있다는 것은 배울 점이 있으며, 더 나아가 창업 능력도 키울 수 있는 회사라는 얘기도 된다.

 

▲ 우아한형제들 사무실 곳곳에 붙은 글귀. '최고가 되어 떠나라!' [사진=이명근 기자/qwe123@]


◇ 직원 복지 향상, 회사 성장으로 이어지다

 

겨우 5명으로 시작한 스타트업이 지금은 중견기업 수준으로 성장하게 된 원동력 중 하나는 세심하게 설계된 직원 복지에서도 찾을 수 있다. 우아한형제들은 '구성원을 행복하게 만들면 행복해진 구성원이 더 좋은 서비스를 만든다'라는 믿음으로 임직원 복지 프로그램을 꾸준히 마련한 스타트업으로도 유명하다.

대표적인 복지 프로그램으로는 ▲주 4.5일제 ▲지만가(지금 만나러 갑니다, 생일 등 개인 기념일 4시 퇴근) ▲임신기 자율선택근무(2시간 단축근무) ▲학부모 특별휴가(자녀 유치원 재롱잔치, 초등학교 입학식 등)이 있다. 바쁘게 일하는 스타트업의 특성상 구성원에게 '시간'을 복지로 주는 것이다.


김봉진 대표와 초기에 합류한 멤버들은 저마다 직장생활을 경험이 있는 사람들이었다. 내가 만약 회사를 차린다면 이건 해봐야지, 그건 절대 안 할 거야 이런 것들을 하나씩 실현하면서 회사를 만들고 있다는 얘기다. 예컨대 직원 대상으로 상대평가를 안 한다. 그게 당장은 경쟁을 이끄는 등 긍정적 효과가 있을지 몰라도 협업 문화에는 방해가 된다고 봤다.

복지 프로그램은 모든 직원이 모여 회사와 관련한 정책, 사소한 고민 등을 주고받으면서 마련됐다. 사안에 따라 투표도 한다. 직원 대부분이 참여하는 단체 카톡방이 있다. 다만, 다수가 찬성했다고 실행하는 것은 아니다. 이런 과정에서 경영진과 직원들의 신뢰도 쌓인다는 것이다.

 

▲ 박세헌 우아한형제들 인사총괄이 인터뷰에 응하고 있다. [사진=이명근 기자/qwe123@]


또한 일·가정 양립 관련 복지 프로그램을 다양하게 마련한 것이 눈에 띈다. 일과 함께 가정에서도 만족감이 높다면 그 에너지가 회사로 돌아온다고 보기 때문이다. 실제로 대기업의 연봉을 포기하고 가정과 회사 모두에 충실하기 위해 우아한형제들에 입사 지원서를 내는 우수 인력이 많다고 한다.

다양한 직원 복지 프로그램이 직원들의 업무 만족도를 높여 회사 성장에도 기여하는 선순환을 만들고 있는 셈이다.  

 

박 총괄은 "다른 회사의 이직률이 23~25%라면 우아한형제들은 10~15%로 상당히 낮은 편"이라며 "특히 우아한형제들은 매년 200% 정도 성장해왔다. 직원의 만족도가 회사의 성장으로 이어진다는 측면에서 이보다 더 강한 증거는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물론 스타트업이 끊임없는 성장을 달성하기 위해선 자전거 페달을 밟지 않으면 쓰러지긴 한다"면서 "그러나 구성원 한명 한명을 존중하고 그들이 행복해야 성과로 돌아온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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