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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J E&M, 조건없이 신인작가 키우는 이유

  • 2018.03.12(월) 17:44

저작권 종속 없이 창작 지원 '눈길'
콘텐츠 장기투자, 문화산업 큰그림

가구라곤 책상과 침대가 전부지만 단정하게 꾸며져 글쟁이라면 창작 의욕이 절로 생길 것 같은 공간. 지난 8일 방문한 서울 상암동 CJ E&M의 신인작가 지원센터 오펜(O'PEN)의 개인 집필실 모습이다.
 
오펜은 신인 드라마·영화 작가를 육성하기 위해 CJ 계열 콘텐츠 기업 CJ E&M과 CJ그룹의 사회공헌 법인 CJ문화재단이 손을 잡고 지난해 4월 문을 연 곳이다.

 

약 200평 규모의 창작공간으로 19개의 개인 집필실과 10여개의 회의실, 카페 및 휴게 공간과 50석 규모의 널찍한 라운지로 구성됐다. CJ E&M은 이를 위해 오는 2020년까지 연간 30억원 씩 총 130억원 가량을 투자할 계획이다.

  

▲ CJ E&M의 신인 작가 창작 지원센터인 오펜(O'PEN)의 내부 모습.

 

오펜의 드라마 작가로 선발되면 CJ E&M과 자회사이자 드라마 '도깨비' 제작으로 유명한 스튜디오드래곤으로부터 창작 활동과 데뷔에 이르는 모든 과정을 지원 받는다. 인기 드라마 작가들로부터 강의받고 단막극을 직접 만드는 것이다.
 
영화 작가 역시 창작 지원금은 물론 특강, 멘토링 및 사전 영상화, 영화 제작사와의 매칭 등을 받을 수 있다. 현업의 영화 PD와 1대 1 멘토링을 통해 시나리오 초고 단계까지 제작한다.
 
이미 지난해 개관과 함께 35명의 1기 작가(드라마 20명, 영화 15명)가 선정됐다. 이들 가운데 드라마 작가는 엔터테인먼트 채널 tvN의 '드라마 스테이지'란 단막극으로 작년말부터 데뷔를 시작했다.
 
흥미로운 것은 이 과정에서 나오는 작품의 저작권을 작가 개인이 가져간다는 점이다. 보통 기업이나 단체가 콘텐츠 공모전 혹은 작가 지원 사업을 벌이면 작품의 소유권도 함께 챙기는데 이와 대조적이다.

 

저작권이 누구에게 돌아가느냐는 창작자 입장에서 중요한 문제다. 오펜 지원 사업과 같이 종속 계약이 없다면 작가 입장에선 더욱 창작에 몰두할 수 있다. 작품 소유권을 보장받기 때문에 양질의 콘텐츠를 생산할 수 있는 것이다. 이처럼 조건 없는 지원은 결과적으로 스토리 산업의 기반을 탄탄하게 할 수 있다. 

 

CJ E&M 입장에선 뭐가 좋을까. 사실 남는 게 없다. 작가가 원한다면 계약을 맺고 콘텐츠 제작을 할 수 있으나 그렇지 않는 이상 놓아 주어야 한다. 회사측 관계자에 따르면 당장의 수익이 나지 않지만 장기적으로 창작 생태계가 풍성해져 주력인 콘텐츠 사업이 힘을 받을 수 있다고 한다. 먼 미래를 보고 투자한다는 것이다.

 

어찌보면 적지 않은 돈을 투입하고도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한다는 점에서 허탈해 보인다. 기업의 본질인 이윤 극대화와도 거리가 멀기 때문이다. 하지만 CJ E&M의 전공인 콘텐츠 사업 특성을 살펴보면 그리 납득하기 어려운 일만도 아니다.

 

CJ E&M은 지난 2011년 CJ그룹 내 미디어와 엔터테인먼트 계열 5개사(온미디어·CJ미디어·CJ인터넷·엠넷미디어·CJ엔터테인먼트)가 합병하면서 탄생한 곳이다. 국내 유일의 종합 콘텐츠 기업이다. tvN과 OCN 등 18개 채널을 통한 드라마와 예능 등의 방송사업, 영화제작·유통·투자 등의 영화사업, 음반 제작 및 유통 디지털 뮤직 음악사업, 뮤지컬 등 공연사업을 하고 있다.

  

이 가운데 방송을 빼면 대부분 적자이거나 겨우 흑자를 내는 정도다. 영화만 해도 지난해 CJ E&M은 전국 관객수 점유율 기준으로 1위를 기록했으나 남한산성, 침묵 등의 흥행 부진으로 작년 4분기 영업손실 76억원을 냈다. 연간으로도 90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한국영화 역대 흥행 순위 10위권 가운데 CJ E&M이 투자 배급한 영화는 1위 명량을 비롯해 4개가 포진할 정도로 흥행 파워가 높지만 정작 수익을 내지 못한다. 티켓 매출 배분 구조상 CJ E&M 같은 투자사는 상대적으로 수익이 적게 남거나 흥행 실패의 책임을 온전히 떠안아야 하기 때문이다. 

 

음악 사업 역시 인기 아이돌 워너원의 앨범 매출 확대 등에 힘입어 매출 외형은 제법 크지만 실속이 없다. 음악 사업의 지난해 연간 영업이익률은 5%에 불과하다. 그나마 음악 사업은 쇼미더머니와 엠넷 등 전문 방송 프로그램을 통한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어 최근 실적이 개선되는 등 나은 편이다.

 

공연 사업은 좀처럼 재무 실적이 나아질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통합법인 출범 이후 매년 어김없이 적자다. CJ E&M이 투자 및 공동 프로듀서로 참여한 킹키부츠란 브로드웨이 뮤지컬은 미국 토니상 6관왕 등 주요 공연예술 시상식을 휩쓴 인기작이다. 킹키부츠를 비롯해 수준 높은 공연이 많으나 수익으로 연결되진 않는다. 아직까지 국내 공연 시장의 성장 속도가 탄력을 받지 못하는데다 제작비 증가 등으로 수익성이 나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CJ E&M의 적극적인 콘텐츠 투자 사업은 계속되고 있다. 여기에는 '문화 산업이 한국 경제를 먹여 살릴 차세대 핵심 동력이 될 것'이라는 이재현 CJ그룹 회장의 지론이 담겨 있다. CJ E&M의 조건 없는 작가 지원 역시 '생태계 융성이 곧 콘텐츠 시장 확대'로 연결된다는 판단이 깔려 있다.

 

CJ E&M 관계자는 "변화하는 콘텐츠 환경에 맞춰 2013년 국내 최초로 멀티채널네트워크(MCN) 사업을 시작해 현재 창작자 보유 규모로 아시아 1위 사업자로 성장했다"며 "지난해 해외 매출은 전년보다 43% 늘어난 2700억원에 달하고 비중으로는 16%로 적지 않은 규모로 확대됐으며 케이콘(K-CON)과 같은 한류 콘서트를 통해 글로벌 사업을 더욱 강화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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