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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상화폐 워치]옥죄거나 막거나 '고강도 규제'

  • 2018.03.16(금) 14:28

부작용 부각, 진흥보다 규제 기조
거래소 폐쇄 고려, G20회의 주목

가상화폐를 정식 선물 시장에 편입한 미국 등과 달리 우리나라에서는 제도권 편입은 커녕 규제 기조가 강하다. 투기성 자금 유입으로 인한 가격 왜곡 현상이나 국내 자금이 해외 밀반출 수단으로 이용될 가능성 등 주로 부정적 측면이 부각되면서 건전한 금융시장 발전에 해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크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정부 방침은 진흥보다 강도 높은 규제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거래소 신규 자금 유입을 막아 고사시키려는 방향으로 규제가 구체화되고 있고 '거래소 폐쇄'라는 극약 처방도 검토하고 있다.

 

 

◇ 수년간 불간섭, 작년말 적극 규제로

 

국내에서는 2013년 7월 최초의 거래소 코빗이 문을 연 이후 코인원 등이 잇따라 오픈하면서 가상화폐에 대한 투자자 관심이 고조됐으나 정부는 최근 수년간 불간섭 기조로 대응해왔다.

  

그러다 지난해 투자 광풍이 몰아치고 비트코인 투기와 거래소 해킹, 다단계 판매 사기 문제 등이 속출하자 정부는 무관심에서 벗어나 적극적인 대응 방침으로 돌아섰다.

 

여기에는 가상화폐 코인이 돈세탁이나 지하경제에 사용할 수 있고 학생이나 직장인들이 본업에 집중하지 못하고 투기에 나서는 등 사회적 부작용이 늘어난 것도 컸다.

 

정부가 처음으로 규제의 칼을 빼든 것은 작년 9월이다. 금융위원회는 관계부처와 합동 TF 회의를 열고 가상화폐 거래시 은행에서 본인확인을 의무화하기로 했다. 은행이 가상화폐 거래소의 정보를 확인하고 이용자 역시 본인 계좌에서만 입·출금하는 내용의 가이드라인을 마련한 것이다.

 

◇ ICO 금지, 거래소 폐쇄 검토

 

후속 규제가 이어졌다. 같은달 29일 정부는 모든 형태의 가상화폐공개(ICO)와 코인 마진거래 등 신용공여 행위를 금지한다는 내용의 2차 규제안을 발표했다.

 

마침 중국 인민은행 등이 ICO를 금융사기 및 다단계 판매 사기와 연관되는 불법 공모 행위로 규정하고 이를 전면 금지시키는 등 규제를 강화한 것이 영향을 미쳤다.

 

ICO는 주식시장의 기업공개(IPO)와 같은 개념이다. 가상화폐 발행을 통해 자금을 조달하는 것을 말한다. 세계적으로 증가하고 있고 당시 국내에서도 ICO 움직임이 일어나고 있었다. 하지만 다양한 형태의 변종이 나오면서 ICO를 앞세워 투자를 유도하는 유사수신 등 사기위험이 늘어나면서 부작용이 함께 커지기도 했다.

 

 

이 같은 규제가 이어졌음에도 투기 열풍이 좀처럼 가라앉지 않자 정부는 12월 '가상화폐 투기 근절을 위한 특별대책'을 내놓았다. 여기에는 거래 실명제 시행, 공정거래위원회의 거래소 직권조사 확대 방침이 포함됐다. '거래소 폐쇄'를 위한 특별법 제정까지 검토하겠다는 내용도 담았다.

 

올 1월부터 시행된 거래 실명제에 따라 투자자들은 본인 명의 통장에서 거래소 법인 명의의 통장으로 직접 투자금을 이체하게 됐다. 아울러 금융사가 제공했던 가상계좌 서비스는 전면 금지됐다.

 

금융사가 제공하던 가상계좌 발급이 막히면서 거래소 회원의 신규 가입은 계속될 수 있었으나 신규거래는 사실상 불가능해졌다. 가상화폐 거래를 위해서는 시중은행에서 가상계좌를 발급 받아야 했는데 이 발급 자체가 중단됐기 때문이다.

 

주로 거래소에 대한 대대적인 옥죄기가 이어지면서 투기 광풍은 올 들어 한풀 꺾이는 모습이다. 거래소로의 신규 자금 유입이 막히고 중소 거래소의 신규 진입이 어려워지게 된 것이 주효한 것으로 보인다. 

 

◇ 가상화폐 기술 블록체인은 육성

 

가상화폐에 대한 정부 정책은 다양하고 복잡하다. 기본적으로 강도 높은 규제라고 보면 된다. 그동안 정책들을 살펴보면 현행법상 가상화폐 관련 불법행위는 엄벌에 처하게 돼 있다.

 

법무부에 따르면 다단계 유사수신 방식의 가상화폐 투자금 모집이나 가짜 가상화폐 관련 사기, 환치기 등을 엄격하게 단속하고 처벌을 강화한다는 내용이다.

 

아울러 작년 9월에 발표한대로 ICO를 전면 금지하고, 가상화폐거래소의 영업을 원칙적으로는 금지하면서 요건만 충족한다면 예외적으로 허용한다는 방침이다.

 

고객 자산의 별도 예치나 설명의무이행, 이용자 실명확인, 자금세탁방지시스템 구축 등을 지켜야 한다는 것이다. 거래소가 미성년자나 비거주자의 계좌를 개설 및 그와 거래하는 것을 전면 금지하고 고객들에 대한 신용공여 행위도 금지한다.

 

다만 정부는 가상화폐의 기본 뼈대라 할 블록체인 기술에 대해선 산업 진흥 및 육성에 대한 의지를 보이고 있다. 가상화폐 투기화나 불법행위는 철저하게 단속하지만 4차산업혁명의 기반 기술인 블록체인은 진흥을 위해 장려하겠다는 입장이다.


이에 대해선 논란의 여지가 있다. 관련 업계에선 가상화폐가 블록체인 발전을 위한 필요조건은 아니지만 두 사이의 복잡 미묘한 관계를 감안하면 두부 자르듯 구분해 규제와 진흥 정책을 따로 적용하는 것은 무리라고 보고 있다.

 

가상화폐 코인 등을 제외하고 블록체인 기술만 성장하는 것이 완전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블록체인 기술의 도입으로 특정 산업이나 기업이 얻는 효용이 크다면 가상화폐와 같은 보상어 없이도 블록체인 네트워크를 유지할 유인이 충분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가상화폐는 블록체인 기술을 코인이라는 화폐 형태에 적용한 것이라 가상화폐를 옥죄면서 다른 한쪽에선 블록체인 기술을 진흥하자는 정책은 무리가 있다는 주장이다. 가상화폐에 대한 과도한 규제는 블록체인 기술 발전을 저해할 가능성이 높다는 설명이다.

 

◇ G20재무장관회의, 규제 방향 분수령

 

정부 규제 정책을 말할 때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부처간 엇박자'다. 박상기 법무부장관은 올해초 열린 신년 기자간담회에서 "가상화폐 거래소 폐쇄까지 목표로 하고 있다"는 발언을 했다.

 

정부가 사실상 거래소 폐쇄라는 초강수를 내놓은 것이라 거래 시장이 요동쳤다. 청와대는 곧바로 확정된 사안이 아니라며 긴급 진화에 나섰으나 정부 부처간 의견 조율 없이 규제안을 발표해 시장 혼란을 부채질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현재 정부는 거래소 폐쇄안을 당장 염두에 두고 있지는 않지만 장기적인 투기 억제책으로 남겨둘 것이라고 입장을 정리한 상태다. 강력한 규제에도 투기 열풍이 사그라지지 않는다면 극단적인 방법도 불사하겠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실제로 박상기 법무부 장관 외에도 최흥식 금융감독원 원장과 최종구 금융위원장 등의 각 부처 수장들이 거래소 폐쇄안을 공개적으로 언급한 바 있다.

 

정부 규제는 오는 19일~20일까지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열리는 'G20 재무장관회의'를 통해 정리될 전망이다. 이번 재무장관회의에서 가상화폐 규제가 주요 의제로 채택돼 논의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거래소 제도권 편입하자' 법안 줄이어

 

정부가 가상화폐 거래소를 제도화하는데 반대하는 것과 달리 정치권에선 제도권으로 편입하자는 내용의 관련 법안 발의가 이어지고 있다. 법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시장의 혼란이 줄어들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현재 여야 국회의원들이 발의한 법안은 3개다. 기본적으로 제도권으로 편입해 신원확인과 과세 등의 규제를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나 편입 방안을 놓고 인가제 혹은 등록제로 엇갈린다.

 

가장 먼저 관련 법안을 발의한 이는 박용진 민주당 의원이다. 박 의원은 지난해 7월 가상화폐를 금융상품으로 보고 거래소 인가제를 실시하는 내용의 전자금융거래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박 의원이 내놓은 개정안은 가상화폐취급업자를 형태에 따라 매매업·거래업·중개업·발행업·관리업 5개로 세분화하고, 각각의 업무를 하기 위해선 5억원 이상 자본금을 갖춘 뒤 금융위원회 인가를 받아야 한다.

  

정태옥 자유한국당 의원도 지난달 거래소 인가제와 투자자 보호를 주된 내용으로 하는 법안을 특별법 형태로 발의했다. 이 법안에선 거래소를 금융위원회 인가 및 금융감독원의 감독을 받도록 하고 있다.

 

가상화폐 거래자는 실명 인증을 받아야 하며 미성년자의 가상화폐 거래는 금지할 수 있도록 했다. 가상화폐 투자 권유와 광고는 제한적으로 허용하도록 했다.

 

이 같은 인가제와 달리 일정 기준의 자격 요건만 갖추면 결격 사유가 없는 한 누구든 가상화폐 거래소 영업이 가능한 등록제로 운영하자는 법안도 나왔다. 정병국 바른정당 의원은 지난달 이 같은 내용의 '암호통화 거래에 관한 법률' 제정안을 발의했다.

 

제정안에 따르면 암호통화 매매업, 거래업, 중개업, 발행업, 관리업 등 암호통화 취급업을 하려는 자는 금융위원회에 등록해야 한다. 또한 암호통화 거래업자는 암호통화 예치금을 예치하거나 피해보상계약을 체결해야 한다.

 

등록제는 일정 기준의 요건만 갖추면 누구나 거래소 영업이 가능하다. 등록제로 운영되는 전자결제대행업(PG)과 비슷하다. 이에 비해 인가제는 일정 기준의 자격 요건을 갖추면서도 금융위원회의 승인을 받아야 영업을 할 수 있다. 금융위의 승인을 받아야 하는 은행·증권·보험업이 대표적 인가제 사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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