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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치Go]겜덕 축제로 활력 찾은 세운상가

  • 2018.05.27(일) 14:30

게임 창작물 행사, 상가 일대서 열려
도시재생 사업, 기술장인 협업 '눈길'

'워치 Go'는 비즈니스워치 기자들이 취재 현장 외 색다르고 흥미로운 곳을 방문해 깨알 정보를 살뜰하게 전달하는 코너입니다. 이번에 찾은 곳은 넥슨의 게임 캐릭터를 활용해 게임팬들이 제작한 2차 창작물을 교류하는 축제입니다. 특히 이번 행사는 서울시 도시재생사업으로 모처럼 활력을 찾고 있는 종로구 세운상가에서 열려 눈길을 끌었습니다. [편집자]
  

 

서울 종로3가역과 5가역 사이, 종묘공원 길 건너에 있는 세운상가는 1968년에 세워진 국내 최초 주상복합 건물입니다. 청계천을 가로질러 종로와 을지로를 남북으로 이어주는 형태이며 멀리서 보면 항공모함과 같은 웅장한 자태를 뽐내는 건축물입니다.

 

한때 상층부 아파트에 연예인이 거주할 정도의 고급 주거단지였고 상가에는 공구나 철물, 전자제품 기업들이 모여 있어 '탱크나 미사일도 만들 수 있다'는 우스갯 소리가 나오기도 했습니다.

  
세운상가에 대한 기자의 유년 시절 기억은 강렬합니다. 1980년대에는 온갖 오락기기를 비롯해 당시 최첨단인 컴퓨터 부품이나 음향제품, 조명기기 등의 전자 제품이 한자리에 모여 있었는데요. 거실 TV와 연결해 오락실 게임을 즐길 수 있는 추억의 패미콤 게임기나 간단한 납땜질로 AM·FM 라디오를 만들 수 있는 교육용 조립키트를 용돈을 모아 구매하러 갔던 일이 생생합니다.


전자산업의 메카로 호황을 누렸던 세운상가는 1990년대 용산전자상가나 대형 쇼핑몰 등으로 상권이 이전하면서 쇠락의 길을 걸었는데요. 최근 서울시가 '다시·세운 프로젝트'란 도시재생 사업을 하면서 복합문화 공간으로 탈바꿈하고 있습니다. 지난 26일에는 국내 최대 게임사 넥슨이 주최한 콘텐츠 축제가 세운상가 일대에서 펼쳐졌습니다. 
    

▲ 위에서부터 시계방향으로 넥슨 네코제에 나온 일반인 아티스트가 판매하는 액세서리, 세운상가 장인이 제작한 진공관 엠프 스피커, 넥슨 게임 IP를 활용해 만든 액세서리.

 

어린 시절 이 곳에서 게임과 전자기기를 처음 접했던 '세운상가 키즈(Kids)'에게 반가운 행사였습니다. 마치 30년 전 과거로 시간 여행을 떠난 것처럼 옛날 추억이 돋아나는 경험이었는데요. 더운 초여름 날씨이긴 했으나 날이 좋아 이곳저곳을 구경하느라 하루가 금새 지나갔습니다. 
 
넥슨은 지난 26일에 세운상가 2층의 공중 보행로를 중심으로 네코제란 행사를 개최했습니다. 네코제는 넥슨콘텐츠축제(Nexon Contents Festival)의 줄임말로 게임팬들이 게임 캐릭터를 비롯해 음악이나 스토리의 지적재산권(IP)를 가져다 2차 창작물을 만들어 사고 파는 행사입니다.
 
즉 마비노기나 메이플스토리, 던전앤파이터 등 넥슨 인기작에 등장하는 캐릭터로 게임팬들이 직접 일러스트나 피규어, 인형, 액세서리를 만들어 교류하는 것이죠. 카카오톡이나 라인 메신저 캐릭터를 활용해 인형이나 문구, 오피스 제품을 만들어 파는 카카오프랜즈샵, 라인프렌즈스토어를 생각하면 이해하기 쉬울 겁니다.
  

카카오나 라인은 외부 제조사들과 협업 방식이라면 넥슨은 IP를 무료로 개방, 일반인 누구나 2차 창작물을 제작할 수 있는 생태계를 마련했습니다. 무지·라이언, 코니·브라운 등의 메신저 캐릭터는 남녀노소 누구나 친숙한 반면 넥슨 캐릭터는 특정 팬들, 이른바 게임 덕후(일본말 '오타쿠'의 한국식 발음 '오덕후'의 줄임말)들이 관심을 가질만한 분야라는 점도 차이점이지요. 
 
이날 행사에는 게임을 좋아하는 중고등 학생들 뿐만 아니라 멀리서 봐도 덕후로 보일 정도의 남다른 아우라를 풍기는 팬이 많이 보였습니다. 이들은 각자가 만든 작품들을 판매하기도 하면서 다른 창작자의 물건에 많은 관심을 보였습니다.

  

▲ 세운상가 광장 메인 무대에서 열린 게임 코스튬과 음악 공연.

 

기자도 보행로를 따라 길게 늘어서 있는 상점들을 천천히 훑어봤는데요. 일반인의 솜씨라고 하기엔 믿기 어려울 정도의 완성도 높은 작품에서부터 간단한 인형과 쿠션, 반지와 목걸이 등 개성 넘치는 물건이 눈길을 끌었습니다. 게임 스토리를 이용해 원작과 다른 내용의 책을 펴낸 일반인 작가도 보였습니다. 팬이라면 관심을 가질만한 창작물입니다.

  

세운상가 입구에 있는 광장 메인 무대에선 게임 코스튬과 음악이 어우러진 공연이 열렸습니다. 공연 리허설을 위해 50여명의 코스튬 플레이 아티스트들이 줄지어 선 모습이 장관이었습니다. 근처를 지나는 관광객과 나이든 상인들이 신기한 구경에 눈을 떼지 못했습니다.

 

이번 행사에선 세운상가 역사와 함께한 기술 장인과 넥슨 게임 전문가들의 협업 프로젝트가 처음 선보여 주목을 받았습니다. 국내 최초로 전자교환기를 제작하는 등 50여년 경력의 류재용 장인은 작년 6월 서울시가 인증한 세운상가 마이스터(장인) 16명 가운데 한 사람입니다. 그는 1987년 국내 최초의 미사일 발사 실험에도 참여한 바 있는데요.

 

류 장인은 이번 행사에 자신이 제작한 진공관 엠프 스피커를 전시했습니다. 이 스피커를 통해 넥슨의 모바일게임 '야생의 땅: 듀랑고'에 나오는 게임 음악을 관람객이 들을 수 있게 했는데요. 진공관 오디오의 아날로그 음색과 블루투스이 편리함이 결합됐다는 점 말고도 세운상가의 장인과 젊은 기업 넥슨이 협업한 2차 창작물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었습니다.

 

넥슨은 이를 계기로 세운상가의 기술공들과 협업을 이어간다는 방침입니다. 세운상가 장인들의 제작 노하우를 일반 아티스트에게 전수하는 교육 프로그램을 만드는 등 다각적 협력을 계획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세운상가 내 프린팅 전문 아카데미와 함께 일반 아티스트를 위한 3D프린팅 수업을 만들어 더욱 정밀하고 다채로운 창작물을 제작, 판매한다는 것입니다.

 

▲ 서울시 도시재생 사업으로 다시 태어난 세운상가 모습. 청계천을 가로 지르는 두개의 공중 보행로 가운데 한쪽에서 건너편 보행로를 찍은 사진.

 

세운상가에는 여전히 과거의 흔적이 많습니다. 공업용 전자제품 부품이나 철지난 오디오, 노래방 기기 및 전자제품 등 올드(Old)하거나 일반 소비자와 거리가 먼 물건이 수두룩합니다. 하지만 도시재생사업을 거치면서 보행로가 말끔히 수리되었고 스타트업 기업이 입점할 수 있는 사무 공간도 새로 들어서면서 풍경이 크게 달라지고 있습니다.

 

보행로를 걷다 보면 홍대 거리에서 볼만한 이색적인 카페와 음식점들을 만날 수 있습니다. 젊은이들이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주말의 여유를 즐기는 모습이 눈길을 끌었습니다. 세운상가 옥상에는 깔끔한 데크가 깔려있고 정원과 전망대가 설치돼 서울 시내를 한눈에 조명할 수 있었습니다.

 

주말을 맞아 나들이 나온 가족이 많았습니다. 서울 시내 한복판에 있던 터줏대감 건물이 모처럼 생기를 되찾은 모습이라 보기 좋았습니다. 세운상가가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이색 명소로 거듭날 지에 관심이 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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