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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와 AI]⑯입모양만 봐도 대화내용 안다

  • 2018.06.20(수) 16:17

독화법(讀話法) 소재 첩보영화 등장
네이버 등 주요기업, 실제로 연구중

인공지능(AI) 기술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습니다. 금융·자본시장·산업현장은 물론 일상생활까지 파고 들었죠. 마치 공상과학 영화에서 등장했던 AI가 현실화 된 느낌입니다. 하늘을 나는 자동차, 사이보그, 로봇전사까지는 아직 먼 얘기같지만 지금의 변화속도라면 머지 않았다는 견해가 지배적입니다. 상상력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영화속 AI와 현실에서 구현된 AI를 살펴보면서 미래의 모습을 짚어봤습니다. [편집자]


첩보영화의 교과서로 불리는 '미션 임파서블'. 이 시리즈에서 주인공 이단 헌트(톰 크루즈)는 정예 스파이답게 고도로 훈련된 능력을 발휘하는데요. 그 가운데 하나가 사람 입모양만 보고 무슨 말을 하는지 알아내는 독화법(讀話法)입니다.
  
다른 사람의 말을 귀가 아닌 눈으로 파악한다면 어떨까요. 시끄러운 공사장 같이 대화하기 힘든 환경에서 남의 얘기를 곧잘 알아들을 수 있어 편리할 것 같습니다. 스파이라면 비밀 정보 수집을 수월하게 할 수 있겠죠.

 

지난 4월27일 판문점 남북정상회담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도보다리를 산책하며 나눈 밀담 장면을 독화로 파악하려는 시도가 있어 눈길을 끌기도 했죠. 
 

▲ 미션 임파서블3에서 주인공 이단 헌트가 독화법으로 먼거리에서 대화 내용을 듣는 장면. [자료=넷플릭스 회면캡처]


2006년에 개봉한 미션임파서블 3편에서 이단은 정작 첩보가 아닌 엉뚱한 일에 독화를 활용합니다. 자신의 약혼녀와 그녀 친구들의 대화를 멀리서 사랑스럽게 바라보는 이단.

 

파티장 주위 소음이 크고 약혼녀가 멀리 떨어져 있으나 어떤 대화가 오갔는지 알아듣습니다. 심지어 대화에 끼어듭니다. "들었나?"라며 친구들이 놀라는 반응이 재미있는데요.
    
독화의 기본 원리는 입모양을 눈으로 확인해 어떤 단어를 발음하는지 유추하고 최대한 문맥에 맞는 문장으로 완성하는 것이라고 합니다. 원래 독화는 보청기를 사용하는 청각 장애인이 의사소통을 더욱 원활하게 하기 위해 익히는 방법이라는데요. 
 
지난해 개봉한 액션 영화 '베이비 드라이버'는 독화와 관련된 장면이 많습니다. 주인공 베이비(안셀 엘고트)는 은행 강도단의 탈출을 돕는 전문 운전수인데요. 어릴적 사고로 청력에 문제가 생겼으며 이로 인해 발생하는 이명을 없애기 위해 항상 이어폰을 꽂고 음악을 듣고 다닙니다.

 

베이비는 은행 털이를 위한 작전 회의에 참석해서도 음악을 들으며 무미건조한 표정으로 앉아 있는데요. 회의에 집중 안한다는 지적이 나오자 작전 내용을 술술 얘기합니다. 사실 그는 검은 선글라스를 낀 채 말하는 사람의 입모양을 열심히 보면서 작전을 파악하고 있었던 것이죠.

 

베이비의 양아버지도 언어장애를 동반한 청각장애인으로 나옵니다. 베이비와 양아버지 두 사람은 일반인처럼 정상적인 대화는 못해도 애정과 신뢰로 서로를 바라보면서 소통하곤 합니다.

    

▲ 영화 베이비 드라이버에서 주인공 베이비가 이어폰을 낀채로 상대방의 말을 독화하는 장면. [자료=넷플릭스 화면캡처]

 

첩보 액션물에나 등장하는 독화는 인공지능(AI) 시대를 맞아 일상에 한걸음 더 다가올 것 같습니다. 이미 관련 연구가 대학과 주요 정보통신기술(ICT) 기업을 중심으로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기 때문인데요. 

 

국내최대 검색포털 네이버는 인공지능 기술 고도화를 위해 내부 연구 조직을 정비하고 외부 인재를 적극적으로 영입하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영국 옥스포드 대학에서 인공지능을 연구한 정준선 박사가 네이버 AI 기반 검색기술을 개발하는 조직에 합류 했습니다.

 

정 박사는 뉴스 등 TV 프로그램이나 영화에서 사람의 입모양만 보고 음성을 인식해 이를 텍스트 자막으로 표출하는 기술 분야의 전문가입니다. 옥스포드대에서 구글의 자회사 딥마인드와 함께 이 분야를 연구하기도 했는데요.

 

그가 네이버에 영입되기 전인 올 3월 사내 기술 세미나에서 발표한 내용을 보면 아직 완벽한 것은 아니지만 AI를 통한 독화 수준이 예상보다 뛰어나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AI 기반의 음성인식 서비스는 우리 주변에서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네이버만 해도 음성합성 기술을 통해 마치 사람이 말하듯 텍스트 내용을 줄줄 읽어주는 뉴스 본문 읽기 서비스 등을 하고 있습니다.

  

또한 음성 메모 기능을 비롯해 AI가 책이나 뉴스를 사람 대신 읽어준다거나 가상의 비서처럼 대화를 하는 서비스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지난 5월부터는 AI 스피커에 대고 말로 생필품을 구매하는 음성 쇼핑 서비스를 시작했는데요. 쇼핑 품목을 점차 확대할 예정이라고 합니다.

 

독화 기술을 도입하면 각종 동영상 클립에서 등장 인물의 말을 자동 자막화, 청각 장애인들이 다양한 동영상을 쉽게 감상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따뜻한 기술로 삶이 더욱 풍요로워질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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