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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업삽질 염탐기]②"매각가 16억불 와우? 내겐 큰 실수"

  • 2018.06.21(목) 14:21

도브모란·기오라야론, 이스라엘 창업신화 2인
실패 교훈삼아 스타트업 지원·육성 중

▲ 도브 모란(Dov Moran) 그로브벤처(GROVE VENTUTRS) 매니징파트너

 

[텔아비브=양효석·김동훈기자] 이스라엘의 '살아있는 창업신화'라 불리는 도브 모란(Dov Moran) 그로브벤처(GROVE VENTUTRS) 매니징파트너.

 

그는 1989년 엠시스템즈를 설립, 세계 최초로 USB 메모리를 개발했고 2006년 샌디스크에 회사를 매각했다. 매각 대금은 무려 16억달러(약 1조7000억원)였다.

 

이런 업적을 남겼던 그가 뼈아프게 생각하는 실패 사례는 있을까.

 

이스라엘 텔아비브에 위치한 그로브벤처 사무실에서 만난 그는 의외의 대답을 내놨다.

 

그는 "엠시스템즈를 샌디스크에 매각한 것이 실수였다"고 말했다. 그는 "엠시스템즈를 그대로 경영했다면 더 성공했을 것"이라면서 "매각대금 16억달러는 당시엔 큰 돈 이었지만 지금의 인텔이나 삼성전자 처럼 반도체로 성장한 회사규모와 비교하면 큰 돈은 아니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스라엘의 시장환경 탓에 회사를 키우지 못하고 팔기만 하는 한계점에 대해 아쉬움을 토로했다.

 

▲ 도브 모란 그로브벤처 매니징파트너(왼쪽)와 김동훈기자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이밖에도 그의 인생에서 실패의 기억은 여러차례 더 있었다.

 

엠시스템즈를 매각한 금액으로 2007년 설립한 회사 모두(Modu)다. 모두는 모듈식 휴대전화 사업을 했다. 하지만 애플의 아이폰이 등장하면서 큰 손실을 남기고 2010년 문을 닫았다.

 

하지만 실패는 실패로 끝나지 않았다. 모두에 근무했던 임직원중 상당수가 독립해 33개의 스타트업을 만들었고, 그 역시 포기하지 않고 벤처투자사업을 연이어 하고 있기 때문이다.

 

도브 모란이 현재 운영중인 벤처캐피탈 그로브벤처는 이스라엘 내 스타트업을 선별, 투자하고 있다. 그는 그로브벤처를 스타트업 투자분야 최고로 만드는게 목표다. 올해 나이가 63세 이지만 여건이 허락한다면 앞으로 30년은 더 일하고 싶다고 말할 정도로 열정이 뛰어나다.

 

그는 또 스타트업 투자결정 때 사람을 가장 중요한 판단근거로 삼는다고 밝혔다.

 

그는 "그 사람이 얼마나 똑똑한가 보는 IQ도 중요하지만 EQ도 중요하다"면서 "어려움이 닥쳤을 때 포기하지 않고 컨트롤 할 수 있는 능력은 EQ에서 나온다"고 말했다. 

 

▲ 기오라 야론(Giora Yaron) 텔아비브대학교 이사장

 

투자결정 전 사람을 우선적으로 보는 스타일은 이스라엘의 전설적인 벤처 CEO 겸 텔아비브대학교 이사장인 기오라 야론(Giora Yaron)도 마찬가지다.

 

텔아비브대학교 회의실에서 만난 기오라 야론 이사장은 "투자결정에선 스타트업을 구성한 팀이 어떤 사람들이냐가 가장 중요하다"면서 "다행스럽게도 이스라엘은 작은 국가이고 인맥이 잘 갖춰져 있어 전화 한 두 통화면 그 사람의 됨됨이를 쉽게 파악할 수 있다"고 말했다. 참고로 그는 미국 실리콘밸리에도 인적 네트워크가 탄탄해 사람의 가치판단을 비교적 쉽게 할 수 있다고 한다.

 

그는 과거 직접 창업해서 시스코, HP, 인텔 등 글로벌 기업에 회사를 여러 차례 성공적으로 매각한 바 있다.

 

하지만 그에게도 성공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공동투자자와 의견불일치로 매각한 경험, 회사를 키우지 못하고 초기에 매각한 경험, 기술과 제품은 좋았지만 수요시장이 없었던 경험 등이다.

 

그는 여러 차례 실패를 경험했지만 실패를 딛고 일어섰다. 그리고 지금은 성공·실패 경험을 바탕으로 스타트업 육성을 지원하고 있다. 대학과 기술자를 연계시켜주거나 방위산업위원회에서 자문역을 하고 있다. 이스라엘은 방위산업이 활성화된 나라라 국가적인 관심도가 높다. 

 

기오라 야론 이사장은 "한국은 이스라엘의 창업시스템을 배우러 오지만 사실 내 입장에서 보면 한국에게 더 배울게 많다"면서 "이스라엘은 기술 초창기 회사를 매각시켜 삼성, LG, 현대차와 같은 대기업을 만들지 못했다"고 밝혔다.

 

즉 한국이든 이스라엘이든 각자가 처한 현실에서의 문제점이 있기 마련이라는 지적이다. 문제는 실패를 실패로만 볼 것이냐, 성공의 도화선으로 만들어 낼 것이냐 여부다. 실패를 죄악시 여기는 한국내 스타트업 문화부터 바꿔야 한다는 설명이다. [이 기획시리즈는 언론진흥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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