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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업삽질 염탐기]③이스라엘을 더이상 탐하지 말라

  • 2018.06.22(금) 10:00

[기자수첩] 韓-이스라엘 민족성·환경 달라
배우기 보단 한국식 창업시스템 만들어야

[텔아비브=양효석기자] "한국인들은 이스라엘 스타트업 에코시스템(start-up ecosystem)을 배운다고 수 없이 왔다갔는데 왜 달라지는게 없죠? 그러면서 왜 또 오죠?"

 

이스라엘에 도착한지 6시간 만에 가진 첫 인터뷰에서 속된 말로 한방 먹었다.

 

한국-이스라엘 산업연구개발재단(KOREA-ISRAEL Industrial R&D Foundation) 데보라 샤베스(Deborah Schabes) 매니저는 "이스라엘은 우리 환경에 맞는 시스템을 가져간 것이므로 한국은 한국의 상황에 맞게 봐야 한다"면서 이 같이 말했다. 100% 공감 가는 말이다. 한-이스라엘은 연간 200만달러씩 총 400만달러를 기금으로 조성, 양국 기업의 기술개발(R&D)을 지원하고 있으며 재단이 그 역할을 수행중이다.

 

▲ 한국-이스라엘 산업연구개발재단(KOREA-ISRAEL Industrial R&D Foundation) 데보라 샤베스(Deborah Schabes) 매니저

 

이스라엘의 스타트업 에코시스템이 잘 갖춰져 있는 것은 인정한다. 하지만 그 시스템을 우리가 그대로 차용할 순 없다. 이스라엘 시스템이 훌륭하다고 우리에게 그대로 접목시킬 수도 없다. 이스라엘에선 되는데 왜 한국에선 안되느냐고 따져서도 안된다.

 

이스라엘은 이스라엘이고 한국은 한국이기 때문이다. 그들은 유대인 민족성을, 우리는 한국인 민족성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유대인들이 갖고 있는 후츠바(chutzpha, 뻔뻔함·당돌함) 기질은 실패를 두려워 하지 않는 창업가 정신을 길러냈고, 전세계에 퍼져있는 유대인 자본력은 이들 창업가의 든든한 후원자가 됐다.

 

그러니 실패를 용인한다는 창업문화가 비교적 쉽게 형성됐다. 또 전쟁 속에서 늘 살아야 하는 정치적 환경은 군대와 공학을 중심으로 군사기술을 만들어내는데 일조했고, 이스라엘의 척박하고 좁은 시장환경은 기술을 개발하면 해외에 팔고 그 자본으로 또 다른 창업에 도전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을 만들었다. 

 

창업 아니면 먹고 살 수 없는 국가적 환경인 셈이다.

 

한국은 어떤가. 한국인은 격식 차리기 좋아한다. 남과 다른 의견은 잘 안 밝힌다. 학창시절부터 발표·토론 보다는 주입식 교육에 익숙하다. 유대인에 비해 자본력도 부족하고 스타트업을 단계별로 평가·투자할 수 있는 금융시스템도 부족하다.

 

한국인에게 군대는 시간을 낭비하는 시절이란 개념이 강하며, 대기업 중심의 경제구조라 스타트업이 생존하긴 쉽지 않기도 하다.

 

상황이 이렇게 다른데 우리에게 이스라엘을 배우라고 말하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語不成說) 이다.

 

이제는 우리의 모습을 차근차근 살펴볼 때이다. 바꿀수 없는 민족성, 국가환경은 그대로 인정하자. 대신 시간이 걸려도 바뀌어야 한다고 공감하고 있는 교육환경은 중장기적으로 개선시키고, 단기적으로 바꿀 수 있는 정책은 없는지 살펴봐야 한다.

 

예를들면 정책자금 지원시 창업 실패 유무를 따지지 말고, 창업성공률을 높여야 한다는 공무원 실적주의에서도 벗어나 보자. 정책자금을 개인·기관투자자나 은행대출과는 다른 개념으로 접근해보자. 대신 창업 실패시 원인을 철저히 분석해 반복적인 실패 사례가 없도록 하는데 주력하자.

 

우리는 지금껏 잘된 사례만 공부했지 정작 우리의 어두운 현실을 들추는데 게을렀던 것은 아닐까 싶다. [이 기획시리즈는 언론진흥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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