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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업삽질 염탐기]⑤페북에 도전한 오스트리아 형제

  • 2018.06.27(수) 10:00

작은시장 극복 위해 이웃나라 진출
혁신 기술도 설득 못하면 무용지물

▲ 미세일 노이그바와 '프릭' 창업자가 비즈니스워치와 인터뷰하고 있다.

 

[빈(오스트리아)=김동훈·양효석 기자] "페이스북의 경쟁자가 되고자 스타트업을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엑시트(Exit) 하고 싶은 마음이 큽니다."

 

오스트리아의 무료 크라우드 펀딩 플랫폼 '프릭'(Prikk)은 2015년 가을 미세일 노이그바와(Michael Neugebauer·54)와 그의 형이 창업한 스타트업이다. 

 

유럽뿐만 아니라 대부분 국가 사정이 그렇듯 구글, 페이스북 등 미국 온라인 플랫폼이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현실에 맞서기 위해 빈의 형제가 힘을 모았다. 미세일 노이그바와는 20년 가까이 정치·과학 분야 교수, 컨설턴트 등으로 활동했고, 형은 현지 전자상거래 기업을 등을 거치면서 연속 창업에 나선 것이다.

 

형제는 크라우드 펀딩 플랫폼을 시작으로 뉴스·전자상거래·구인구직 등의 서비스를 추가했다. 종합 온라인 플랫폼으로 진화하고 있는 셈이다.

 

◇ 페이스북에 '도전장'…초기부터 외국 진출

 

겨우 3명이 운영하는 스타트업인데 그동안 유치한 투자 금액은 267만유로(약 35억원·조사기관 '스타트업랭킹' 집계 기준)에 달한다. 오스트리아에 프릭과 같이 무료로 크라우드 펀딩 서비스를 제공하는 곳이 사실상 없다는 점이 한 몫한 것이라고 그는 설명했다. 월 평균 방문자 수는 4만명 수준으로 큰 규모는 아니지만, 현지 온라인 사업자가 드문 현실을 고려하면 나쁘지 않은 성적이라는 평가다.

 

무엇보다 사용자의 90% 이상이 독일인이라는 점이 눈에 띈다. 오스트리아에서 시작한 프릭이 외국인 독일에서 유난히 인기있는 배경은 무엇일까. 싱겁지만 특별한 비법이 있는 것은 아니다.

 

창업 초기부터 오스트리아(870만명) 인구의 10배에 달하는 독일(8200만명)에 진출했기 때문이다. 그는 "독일이 프릭의 핵심 시장이므로 CEO(최고경영자)이자 공동 창업자인 형이 독일 베를린 지점에 머물며 현지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 사업자들도 거대한 중국 시장을 노리는데, 독일어를 쓰는 오스트리아 스타트업이 독일에 가지 않을 이유가 없는 것. 이를 뒤집어 보면 독일에 진출하지 않으면 사업이 잘 안 된다는 의미도 된다. 오스트리아 시장이 작아서다.

 

 

◇ '쩐' 부족에 세금 부담까지

 

그는 투자 유치 부문이 고민이라고 토로했다. 온라인 사업에 대한 수요가 적은 탓에 자국 투자자의 관심에서 멀어지고, 이처럼 추가 투자 없이 비용이 많이 들어가는 외국에서 사업을 확장하려니 부담인 셈. 그는 "오스트리아에선 투자자를 찾기 어렵다"며 "한국 투자자들에게 프릭의 이야기가 닿으면 좋겠다"고도 말했다.

 

그는 오스트리아 정부의 스타트업 지원 정책에 대한 불만도 드러냈다. 그는 "정부는 스타트업을 잘 지원한다고 널리 알리고 있지만 실질적인 도움이 되지 않는 점을 보면 정치적 목적이 강해 보인다"며 "각종 세금 때문에 창업 자체가 부담스러운 게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오스트리아 정부는 스타트업 대상으로 대출, 지급보증, 지원금, 지분 참여 등 금융 부문 지원과 함께 창업 관련 종합 컨설팅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하지만 이런 지원은 창업에 이미 나선 사람들에겐 실질적인 도움이 안 된다는 얘기다.

 

그는 "영세한 규모의 스타트업 입장에선 창업 이후 기본으로 들어가는 세금이 큰 부담이 된다"며 "인력, 보안, 사회보장 등 각종 항목으로 세금이 줄줄이 나가는 탓에 사람 한 명 채용하기도 어렵고, 창업 1~2년간은 세금을 줄여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실제로 오스트리아는 법인세율이 25%에 달해 기업하기 어렵다는 얘기가 나온다.

 

사정이 이런 까닭에 어쩔 수 없이 초기부터 외국에 진출하지만 자금이 탄탄하지 않다면 비용 부담이 만만찮다는 것이다. 그는 "독일 정부에도 세금을 내고 오스트리아 정부에도 세금을 내야 한다"며 "지금으로선 엑시트(매각)하는 게 목표"라고 웃었다.

 

▲ 라인앱의 창업자 알렉산더 크란클이 비즈니스워치와의 인터뷰에서 사업을 소개하고 있다.

 

◇ 새로운 기술 갖추면 마케팅이…

 

물론 이런 사정에는 프릭의 기술력이나 비즈니스 모델이 아주 특별하진 않은 탓도 있을 것이다.

 

만약 특별한 기술을 갖춘 스타트업이라면 어떨까. 이런 스타트업이라도 어려움은 있다. 창업후 글로벌 시장에 진출할 때는 마케팅에 한계를 느낀다. 새로운 기술을 언어와 문화가 다른 나라에서 설득해야 한다.

 

일종의 워키토키 애플리케이션(앱)인 '라인앱'(Lineapp)의 창업자 알렉산더 크란클(Alexander Kränkl)의 경우가 그렇다.

 

알렉산더는 "인터넷에 연결하지 않아도 와이파이만 이용, 워키토키와 같은 서비스를 스마트폰 등에서 이용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한 덕에 오스트리아 정부, 빈시(市) 등으로부터 100만 유로 규모의 투자를 받았다"며 기술력에 대한 자신감을 감추지 않았다. 

 

그는 "다만 이 새로운 기술이 어떤 것인지 알리고 사용하도록 설득하는 게 가장 어렵다"며 "그래서 현재는 주로 오스트리아 안에서만 서비스하고 있는데, 앱의 동시통역 기능 등을 더욱 고도화해 글로벌 시장으로 진출하고 싶다"고 말했다.

 

국내외를 불문하고 스타트업에게는 한 단계 한 단계 진출하는 것이 산 처럼 높게만 느껴지는 이유다. [이 기획시리즈는 언론진흥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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