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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옥 이야기]①동거 시작한 네이버와 카카오

  • 2018.09.03(월) 11:13

테헤란로서 나란히 시작 벤처 1세대
판교 거점 사세 확장, 계열사들 조우

사옥은 회사의 이미지를 대변하는 상징물과도 같다. 사옥은 그 자체로 회사의 든든한 물적재산이자 일하는 공간, 사세 확장의 발판이기도 하다. 허름한 차고에서 시작한 애플이 뉴욕 증시 최고의 몸 값을 자랑하는 기업으로 성장하는 과정에서 우주선 모양의 거대한 신사옥을 지은 것도 비슷한 이야기다. 최근 국내 주요 인터넷·게임사들의 사옥 이전도 이와 일맥상통한다. 이들이 추진하는 사옥 이전을 성장 스토리와 엮어 살펴본다. [편집자]
  


인터넷 '양대산맥' 네이버와 카카오는 1990년대 중후반 나란히 서울 강남구 테헤란로에서 출발한 벤처 1세대다. 두 회사 모두 IT 호황기를 맞아 2000년을 전후에 코스닥 시장에 상장했다. 이후 8년여만에 각각 경기도 성남시와 제주에 인터넷 기업으로서는 드물게 사옥을 올린 점이 비슷하다.


네이버는 2013년 게임 사업을 떼어내고 검색을 중심으로 급격히 성장하면서 지금의 성남시 정자동을 중심으로 사세를 확장하고 있다. 카카오는 2014년 옛 다음커뮤니케이션과 모바일 강자 카카오간 합병을 계기로 제주 본사와 성남시 판교 오피스 두 곳을 기반으로 외형을 불려나가고 있다. 

 

카카오의 판교 오피스가 수도권 거점 역할을 맡고 있다는 점에서 카카오와 네이버는 같은 지역인 성남시 내에서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며 닮은꼴 행보를 펼치고 있다. 같은 성남시라도 신분당선 지하철 한 정거장 차이로 네이버(정자역)와 카카오(판교역)는 수년째 멀찌거니 떨어져 있었다. 그러나 최근 두 회사는 불어나는 계열사를 수용하지 못해 판교역 부근의 한 건물에 계열사들을 밀어 넣고 있어 눈길을 끈다. 네이버와 카카오의 동거가 시작된 셈이다.

   
◇ 네이버, 성남시 상징 마천루 올려
 
네이버는 20여년전 삼성SDS의 사내벤처가 독립해 출발한 곳으로 초기에는 강남구 테헤란로를 중심으로 전전했다. 이해진 창업자가 1999년 6월 네이버컴이란 사명으로 법인을 세우고 역삼동 서울벤처타운에서 사업을 시작, 이후 2002년 코스닥 상장을 앞두고 4차례 사무실 이전 궤적을 따라가보면 역삼동을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네이버가 검색포털과 게임 서비스로 상승세를 타던 2002년은 마침 사무실 이전과 코스닥 상장이라는 두 개의 큰 이벤트가 있던 때다. 설립 첫해 연매출이 20억원에 못 미쳤던 벤처 네이버가 3년만에 무려 40배로 불어나는 등 괄목할만한 성장을 보이던 시기이기도 했다. 무엇보다 네이버가 이 당시 입주한 건물은 당시 테헤란로 '벤처 상징'으로 불리는 스타타워(현 강남파이낸스센터)라 관심을 모았다. 
   
터를 잘 잡아서였을까. 성장세가 본격화됐다. 이 때부터 매년 어김없이 좋아지는 재무제표를 보고 있으면 눈이 휘둥그레진다. 네이버는 2000년대 중반부터 국내 인터넷 검색시장을 사실상 휩쓸면서 설립한지 10년도 안돼 매출 1조원(2008년)을 돌파한다. 급기야 2008년에는 코스피로 이전 상장, 인터넷 우량주로서 대형주 대접을 받게 된다.

 

▲ 네이버 그린팩토리 전경

 

하이라이트는 뭐니해도 사옥 설립이다. 그동안 남의 집을 임대해 쓰다 코스피 이전 이후 더욱 불어난 인력을 수용하기 위해 아예 자체 건물을 세운 것이다.
 
2007년 착공해 2010년 완공한 네이버 첫 사옥 그린팩토리는 성남시 정자역 근처에 위치한 초고층 빌딩이다. 지상 28층과 지하 7층, 연면적 10만1000평방미터(약 3만평) 규모에 건축비만 1400억원이 투입됐다. 성남시의 주요 마천루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건물 외관이 네이버를 상징하는 녹색으로 채색되어 있다. 멀리서 보면 주변의 회색 건물들에 비해 유독 튄다. 경부고속도로를 타고 분당 톨게이트 옆을 지나다 보면 우뚝 솟아 있는 그린팩토리를 한눈에 알아볼 정도다. 웬만한 대기업이 주눅들 정도로 거대한 위용을 자랑한다.
 
그린팩토리 입주 이후 네이버는 2013년 한게임 사업(현 NHN엔터테인먼트)를 인적분할로 떼어내고 성장에 가속을 붙이고 있다. 특히 일본 자회사 라인(LINE)이 운영하는 메신저 라인이 대박을 터트리면서 글로벌 기업으로 재도약하고 있다. 네이버의 지난해 매출은 4조7000억원으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던 전년(4조226억원) 실적을 경신하기도 했다.
 
올 3월말 기준 계열사 수는 국내만 47개, 일본 법인인 라인을 포함해 해외까지 합치면 총 100개를 넘는다. 네이버에 따르면 국내 인력은 9000여명. 외형 덩치가 워낙 커지면서 지금의 사옥 수용 인력이 한계에 달하고 있다. 이러자 네이버는 그린팩토리 바로 옆에 신사옥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
  
네이버는 지난 2016년 제2 사옥 건축을 위한 허가신청서를 성남시청에 냈다. 그해 12월부터 착공해 오는 2020년 입주를 앞두고 현재 공사중이다. 제 2사옥 부지는 그린팩토리 연면적의 1.6배에 달하며 6000~7000명을 수용할 정도다. 신사옥에는 네이버 직원 뿐만 아니라 스타트업이나 소상공인 등 외부인도 함께 사용하는 시설로 지어질 예정이다.

 

◇ 카카오, 인터넷 기업 최초 '제주 본사'

  

카카오는 전신인 다음커뮤니케이션을 이재웅 창업자가 1995년 서울 강남구 청담동에 설립한 이후 테헤란로를 기반으로 성장했다. 1999년 코스닥 상장 때 삼성동으로 잠깐 옮긴 이후 역삼동과 서초동으로 또 다시 사무실을 이전했다.

  

이 당시 지하철 2호선의 주요역 부근을 마치 순회하듯 옮겨다닌 것이 흥미롭다. 상장 이후 한동안 움직이지 않던 다음은 2000년대 중반 당시로서는 파격적으로 제주에 신사옥을 지으면서 이목을 모았다.

 

다음은 2004년 국내 IT 기업 가운데 처음으로 제주에 임시 사무실을 내고 둥지를 틀었다. 처음에는 16명이 선발대로 근무를 하다가 2006년 제주시 오등동에 글로벌미디어센터(GMC)라는 사무실을 오픈하면서 거점을 넓혀 나갔다. 이후 2012년 영평동에 스페이스닷원이라는 이름의 최초의 사옥을 세우면서 제주 시대를 본격적으로 열었다. 

 

▲ 카카오의 제주 사옥인 스페이스닷원 전경

 

현재 제주 사옥에는 인공지능 등 차세대 기술 개발 등의 인력 300명 정도가 근무하고 있다. 스페이스닷원 바로 옆에 추가로 스페이스닷투(2013년 완공) 사옥을 올렸는데 마치 대학 캠퍼스 같이 여러 건물이 옹기종기 모여 있는 형태다.

 

규모로서는 비교할 수 없지만 제주 사옥은 구글과 페이스북 같은 미국 실리콘밸리의 주요 기업들 사옥과도 비슷해 보인다. 충분한 사무, 휴식 공간과 회의실을 마련했으며 건물이 높지 않고 아담한 사이즈로 지어져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연면적 9377제곱미터(약 2836평), 지하 1층과 지상 2층 규모의 스페이스닷투 건물은 설계 과정부터 임직원 참여로 만들어졌다. 협업과 창조라는 키워드를 담아 만들었는데 직원들의 능률을 최대한 끌어올릴 수 있도록 공간을 꾸민 것이 특징이다.

     

닷투가 현대식이라면 형님뻘인 닷원은 제주 자연 환경을 그대로 품은 건물이라는 점에서 눈길을 모은다. 지하 1층, 지상 5층 규모로 지어진 스페이스닷원은 독특하게 버섯과 화산동굴, 오름 등을 형상화했다. 이 건물은 건축가들 사이에서 손에 꼽히기도 한다. 자연을 닮은 디자인에 에너지 절감형 설계, 햇빛이나 산바람 같은 자연 에너지를 활용했다는 점 등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기 때문이다.

 

다음은 지난 2014년 모바일 강자로 부상한 카카오와 합병을 계기로 도약의 발판을 마련했다. 당시 다음은 제주 본사 외 서울 한남동 일신빌딩을, 카카오는 성남시 판교를 각각 거점으로 삼았는데 통합법인 출범 이후 지금의 판교 에이치스퀘어 건물로 새둥지를 틀었다.

 

합병 이후 두 회사 사업 시너지가 나면서 성장세가 본격화된다. 통합법인 다음카카오 출범 이후 2015년 매출은 전년(4988억원)보다 두배 불어난 9321억원으로 최대를 기록한다. 이후 지금의 카카오로 사명을 바꾸고 게임과 음악 콘텐츠, 택시, 커머스 등으로 사업 영역을 무한 확장하면서 볼륨이 더욱 확대되고 있다.

 

▲ 판교역에 신축 건물로 올라선 알파돔에는 네이버와 카카오의 주요 계열사들이 최근 입주를 마쳤다.

 

지금의 카카오는 성남시 판교역 부근인 삼평동 에이치스퀘어 N동 건물을 거점으로 한다. 계열사들은 인근에 여기저기 흩어져 있다. 작년말 기준 카카오의 계열사는 무려 81개에 달한다. 에이치스퀘어 건물에 카카오 본사 인력 2600여명이 상주하고 있으나 수십여개 계열사 인력까지 감당하지 못하고 있다.

  

이에 따라 인근 알파돔 건물에 카카오게임즈와 카카오모빌리티, 카카오페이 등 굵직한 계열사들을 밀어 넣고 있다. 판교역과 맞닿은 곳에 자리잡은 오피스빌딩 알파돔은 지상 15층 연면적 9만9000제곱미터 규모의 건물이다. 세계적인 히트 게임 '배틀그라운드'를 서비스하는 블루홀 등이 최근 입주를 마쳤다.

 

아울러 이 건물에는 네이버의 계열사들(네이버웹툰, 네이버비즈니스플랫폼 등)도 입주를 하거나 준비하고 있다. 국내 벤처 1세대이자 인터넷 사업을 토대로 중견 회사로 도약한 네이버, 카카오가 본사 인력은 아니지만 20여년만에 처음으로 계열사 인력들을 중심으로 한집살이를 시작했다는 점에서 눈길을 끄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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